"5분 걷고 다리 저려 쉬어야 하면.. 혈액순환 문제 아닌 '척추관 협착증'"

손선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2025. 12. 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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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낙현 원장
노화·인대 비후로 척추관 좁아져 신경 누르는 대표적 퇴행성 질환
약물·주사·운동으로 ‘기능적 완치’ 가능.. 마비 증세 땐 수술 고려해야
김낙현 원장|출처: 서울마디튼튼의원

다리 저림과 땅김 때문에 걷다가 쪼그리고 앉아 쉬는 중장년층을 흔히 볼 수 있다. 단순 노화나 혈액순환 문제로 치부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척추 신경 통로가 좁아져 발생하는 '척추관 협착증'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에는 운동 부족과 비만으로 젊은 층에서도 환자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낙현 원장(서울마디튼튼의원)에게 척추관 협착증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지, 치료법과 세부 관리법까지 상세하게 물어봤다.

척추관 협착증이란 정확히 어떤 질환이며, 허리 디스크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척추관 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Spinal canal)'이 노화, 인대 비후, 뼈의 돌출 등으로 좁아져 신경이 눌리는 질환입니다. 허리 통증뿐 아니라 다리 저림, 땅김, 감각 이상이 동반되며, 심하면 보행장애나 배뇨·배변 이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단순 근육통과 달리 신경 압박에 의해 발생하는 구조적 질환이기 때문에 방치 시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디스크와 협착증은 발생 시기와 양상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디스크가 추간판이 탈출해 신경을 직접 누르는 '젊은 사람의 급성 통증'이라면, 협착증은 관 자체가 좁아져 신경이 지속적으로 압박되는 '나이 들며 생기는 만성 통증'입니다. 허리를 굽힐 때 아픈 디스크와 달리, 협착증은 허리를 펴면 통증이 심해지고 굽히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척추관이 좁아지는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증상이 나타날 때 이 질환을 의심해야 하나요?
노화로 디스크 수분이 줄고 인대가 두꺼워지며, 뼈가 자라는 골극(osteophyte)'이 신경 통로를 좁히는 게 원인입니다. 잘못된 자세, 과체중 역시 척추 하중을 높여 협착을 가속화시킵니다. 최근에는 운동 부족과 복부비만으로 인한 젊은 협착증도 늘고 있으며, 오래 서 있거나 허리를 자주 굽히는 직업군에서도 흔히 나타납니다.

대표 증상은 '간헐적 파행(Intermittent Claudication)'으로 5~10분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아파 쉬어야 하는데, 잠시 앉아 쉬면 금세 괜찮아지는 증상입니다. 걷는 거리가 점차 줄어드는 것이 핵심 단서이며, 진행될수록 다리 감각이 둔해지고 근력이 약해집니다. 만약 다리 근육이 위축되거나 대·소변 조절이 어려운 '마미증후군(Cauda equina syndrome)' 증세가 나타난다면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태이므로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척추관 협착증은 5~10분만 걸어도 다리 저림과 통증이 생기는 '간헐적 파행' 증상이 흔히 나타난다 |출처: Gemini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며, 완치도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단순 X-ray는 뼈의 배열만 보일 뿐 신경이나 인대 상태를 알 수 없어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MRI 검사가 필수입니다. 조기 MRI 촬영은 척추관의 좁아진 정도를 파악해 협착증, 디스크, 척추전방전위증을 감별하고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퇴행성 질환 특성상 구조적 복원은 어렵지만, 통증 없이 생활하는 '기능적 완치'는 가능합니다. 신경 압박을 줄이고 허리 근육을 강화하면 통증 없이 생활할 수 있으며,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로 재발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는 언제이며, 비수술적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대부분의 협착증은 수술 없이 호전됩니다. 수술은 다리 근력이 떨어지거나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신경 손상이 진행된 경우, 또는 대소변 장애가 생긴 경우에만 고려합니다. "수술은 마지막 선택, 그러나 필요할 땐 주저하지 말 것"이 원칙입니다.

약물치료는 소염진통제(NSAIDs), 신경통 조절제(가바펜틴, 프레가발린), 근육이완제 등을 병용해 통증과 염증을 조절합니다. 다만 약물은 보조요법이므로 장기 복용 시 위장장애나 신장 부담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신경차단술은 국소마취하에 신경 주위 염증을 줄이는 주사 치료로, 1회 시술로도 통증이 현저히 감소합니다. 단, 반복 시술은 조직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3~4회 이상은 피하고 이후에는 재활로 이어져야 합니다.

도수치료나 체외충격파 같은 물리치료는 어떤 효과가 있나요?
도수치료는 근육 긴장을 완화하고 틀어진 척추 정렬을 바로잡아 신경 압박을 줄이는 해부학적 교정 치료입니다. 체외충격파(ESWT)는 미세 압력파로 혈류를 개선하고 염증을 가라앉힙니다. 협착증 자체를 넓히는 것은 아니지만, 근육 경직과 만성 통증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두 가지 치료 모두 스트레칭과 병행할 때 신경 공간 확보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수술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며, 수술 후 재활은 왜 중요한가요?
수술은 좁아진 부위를 넓혀주는 감압술(decompression)이 기본이며, 척추가 불안정하다면 척추 유합술(fusion)을 병행합니다. 최근에는 현미경이나 내시경을 이용해 절개를 최소화해 회복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술은 신경 압박을 풀어주는 과정일 뿐, 약해진 근육과 인대는 스스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수술 후 재활은 '치료의 연장선'으로 봐야 합니다. 수술 2주차부터 걷기, 4주 이후 코어 강화 운동을 시작해야 하며, 올바른 재활은 재발률을 50% 이상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환자들에게 일상적으로 권장하는 운동법과 체중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허리를 곧게 편 채로 타는 고정식 자전거, 수영, 평지 걷기가 좋고, 허리를 강하게 구부리는 운동 및 무거운 웨이트는 피해야 합니다. 체중을 5%만 감량해도 통증이 30% 이상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식단과 유산소 운동을 통한 체중 관리는 필수입니다. 걷기가 힘들 때는 5분 걷고 1분 쉬는 '간헐적 보행 훈련'을 반복하는 것이 혈류 개선에 효과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찜질, 보호대 사용법 등 예방과 관리를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찜질 방법은 시기에 따라 다릅니다. 급성 통증기에는 냉찜질로 염증을 줄이고, 만성기나 운동 전에는 온찜질로 혈류를 개선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은 10~15분이 적당합니다. 허리 보호대는 급성기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간 착용하면 근육을 약화시키므로 단기 사용 후 점진적으로 근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예방의 핵심은 올바른 자세와 꾸준한 움직임입니다. 오래 앉아 있을 때는 1시간마다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평소 허리 근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허리는 '움직임의 중심'입니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협착증의 가장 큰 위험 요소임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손선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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