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에 있는데 ‘동인천’, 북쪽인데 ‘서구’···인천시, ‘따로 노는’ 행정·공공기관 명칭 손본다

박준철 기자 2025. 12. 2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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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석남동에 있는 서부여성회관은 인천시 산하로 관할구역이 인천 전 지역으로 ‘서부’ 보다는 ‘인천’으로 변경해 인천을 대표하고, 양성평등시대에 부합할 수 있도록 명칭변경이 추진되고 있다. 서부여성회관 제공

경인전철 제물포역과 제물포지하상가는 제물포구가 아닌, 미추홀구에 있다. 동인천역과 동인천지하상가는 ‘동’인천이 아닌 인천의 서쪽에 자리잡고 있다. 또 인천교육청북구도서관은 북구가 1995년 부평구와 계양구로 나뉘어 명칭이 없어졌는데도 20년 넘도록 같은 이름을 사용했다.

인천지역 지도를 펼쳐보면 중구는 가장 서쪽에, 동구는 서쪽 중앙에, 서구는 북쪽에 있다.

인천시는 인천시 산하기관과 정부기관, 교육기관, 기반시설 등 2695곳 중 생활권과 일치하지 않고, 지역 특성도 반영하지 못하는 등 특정시설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명칭이 167곳에 달한다고 20일 밝혔다.

행정·공공기관 명칭은 시민의 이해를 돕고 명칭이 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명확하게 전달하며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일제 식민지 때인 조선총독부는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당시 통치의 편리성을 위해 숫자나 방위 등으로 지명을 변경하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자치성과 공동체를 파괴했다.

방위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행정구역을 명확히 하고 위치를 쉽게 인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아직도 식민지 잔재는 곳곳에 남아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시를 포함해 인천, 대구, 부산, 광주, 대전, 울산, 대구 등 7개 특·광역시에 ‘중구, 동구, 서구, 남구, 북구’ 등 방위를 쓰는 기초자치단체가 아직도 25곳이 있다. 중구는 광주를 제외한 6곳, 동구도 서울을 제외한 6곳에 있다. 서구도 5곳, 남구와 북구는 각각 4곳의 자치단체가 있다.

동인천역 민자역사 옆 관광안내소.박준철기자

교통과 통신의 발달, 도시 확장 등으로 이젠 방위 개념이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 중구처럼 과거에는 인천 내륙의 중앙에 있었지만, 도시개발과 행정구역 변화로 중구는 이젠 인천의 맨 서쪽에 위치해 있다. 방위 개념이 맞지 않아 외지에서 인천을 찾은 방문자에게는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고,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도 없다.

인천은 상수도사업본부와 아동보호전문기관, 도서관, 교육지원청이 동·서·남·북의 방위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인천뿐만 아니라 중앙부처 관할 기관·시설도 마찬가지다. 인천서부경찰서, 인천서부소방서, 서인천세무서, 남인천우체국, 한국전력공사 서인천지사, 국민연금공단서인천지사,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서부지사 등 수두룩하다. 고속도로 시설도 서인천IC, 한국도로공사남인천영업소 등의 방위식 명칭이다.

인천시는 생활권과 일치하지 않고 방위 개념의 행정구역 명칭을 단계적으로 바꿔나갈 예정이다. 이는 인천뿐만 아니라 정부기관 등도 포함된다.

앞서 2018년 인천시와 남구는 ‘남구’를 인천의 최초 지명으로 문학산 일대를 일컫는 ‘미추홀’로 변경한 바 있다. 인천시는 내년 7월 행정체계 개편에 따라 중구와 동구를 통합해 ‘제물포구’로, 서구를 ‘서해구’로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관할구에 있는 명칭도 변경될 예정이다.

인천 미추홀구 전경

인천시는 인천 고유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한 새로운 명칭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방위 개념 행정기관 명칭 재정비 연구 용역’을 지난 9월 완료했다.

인천시는 학교는 지역을 옮기더라도 고유성을 유지하기 위해 학교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특성이 있어 학교를 제외한 107곳의 명칭을 단계적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이미 인천교육청북구도서관을 지난 8월 신트리도서관으로 바꿨다. 인천시립도서관이던 미추홀도서관도 ‘인천도서관’으로 변경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인천시 관할 기관인 서부여성회관과 관리기관인 인천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과 인천시노인보호기관 등 3곳을 선도기관으로 선정해 주민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거쳐 명칭을 변경할 예정이다.

유준호 인천시 정책기획관은 “외국 선진도시에서는 행정·공공기관 명칭을 방위 개념보다는 지역의 고유 명칭이나 기능에 역사적으로 기릴만한 위인의 이름을 차용해 사용하고 있다”며 “공청회와 설명회 등을 통해 각 지역의 정체성과 시민 혼란을 예방할 수 있도록 명칭을 바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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