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징후 기업 1년 새 46곳 증가…고금리 장기화 여파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회생절차에 돌입해야 할 정도로 부실 징후를 보이는 기업이 1년 새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 빌린 금액이 500억원을 넘는 대기업도 21곳 포함됐다.
금융감독원이 17일 발표한 ‘2025년 정기·수시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보면, 올해 부실징후 기업(C·D등급)은 437곳으로 집계됐다. 1년 전(402곳)보다 46곳 증가한 수치다. 평가 결과는 A·B·C·D 4개 등급으로 나뉘며,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C등급은 워크아웃 대상,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D등급은 회생절차 대상으로 분류된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금융권 신용공여 500억원 이상)은 15곳에서 21곳으로 늘었고, 중소기업(500억원 미만)도 376곳에서 416곳으로 증가했다. 고금리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부실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경영 환경 악화로 해당 기업의 재무 구조가 취약해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 0.52%에서 올해 9월 0.61%로 상승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도 확대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말 14.9%였던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해 말 17.1%까지 뛰었다. 부실징후 기업 증가 추이를 고려하면 올해 말 한계기업 비중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업이 1년 만에 8곳 늘어난 38곳으로 가장 많았다.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16곳, 도매·중개 15곳, 기계·장비 12곳, 고무·플라스틱 11곳, 전자부품 10곳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은행권 신용공여 규모는 지난 9월 말 기준 2조2천억원으로 전체 은행권 신용공여의 0.1% 수준에 그쳐, 전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채권단 중심의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를 통해 정상화를 지원하고,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법적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신속히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부실징후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일시적인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는 신속 금융 지원 등을 통해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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