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런 걸 사요] 왜 가마솥을 사려다 가스버너를 3개 사게 되었나

김지은 기자 2025. 12. 17.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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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 길들이기의 여정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2차전은 휴대용 가스버너 찾기다.
사진 박찬용

[우먼센스] 지난 호의 가마솥 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다. 나는 어쩌다 가마솥을 산 뒤 길들이기를 하려 휴대용 가스버너까지 사야 하게 됐다. 가스버너를 찾는 데도 거의 하룻밤을 샜다. 가격은 1만5천 원부터 수십만원까지. 디자인 다양성도 굉장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예전에 여러 번 느꼈던 감정을 느끼며 웹페이지를 헤맸다. 그 감정의 이름은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이다.

가스버너 구매가가 한심할 이유가 더 있었다. 멀쩡한 걸 소품용으로 샀다가 살림을 정리하려 팔았던 적이 있다(그것도 엄청 싸게). 그때 산 건 예쁜 가스레인지로 유명한 '자주의 자주쓰는 레인지'. 유통업체는 자주지만 만든 업체는 김포의 지라프다. 지라프에서는 자주 제품과 색 등 일부 디테일이 다른 걸 더 저렴하게 판다. 대기업 제품이 마음에 들면 제조원을 확인해보시라.

지라프 버너를 찾다 보니 캠핑 수요를 반영하듯 다양한 종류의 예쁜 버너들이 모니터 곳곳에 떠 있었다. 보다 보니 미묘한 게 있었다. 제조업체나 유통업체가 명확히 적히지 않았다. 유통업체가 3개라 로고도 3개인데 디자인은 똑같은 것도 있었다. 제조업체가 따로 있다는 뜻이다.

요즘 나는 이럴 때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검색을 해본다. 국내 업체들도 여기서 물건을 받아오는 경우가 많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캠핑버너'를 검색하자 다른 미로가 열렸다. 더 크고 물건도 많은 미로가. 중국의 제조업은 이제 절륜 단계에 이르러 디자인이나 마감도 훌륭해 보였는데 가격도 한국산의 반 값이었다.

사진 박찬용

나는 이번에도 현명하지 않은 선택을 했다. '그래도 물건에 대해 원고를 적는데 세상 공부를 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결과 가스버너를 두 개 더 샀다. 접히는 것과 작은 것. 가마솥 길들이기용으로 산 최저가 가스버너도 있으니 나는 휴대용 가스버너를 세 개 가진 남자가 됐다. 캠핑도 안 하면서.

한심한 이야기는 이어진다. 그새 추워졌다. 나의 겨울 난방기 판타지는 등유 난로다. 알리익스프레스 물건에 신뢰가 생겨 중국산 난로도 샀다. 그동안 내 새 책이 나왔다. 출판사 도움이 미약해 사실상 나 혼자 프로모션 활동을 돈다. 돈은 안 돼도 일은 많다. 그러다 보니 난로는 비닐도 안 뜯었다. 가스버너 하나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진에 담은 제품은 두 개뿐이다.

물건들과 내 인생 어디로 가는 걸까. 그러면서도 접히는 가스버너의 다리를 하나씩 펴면서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오, 이 가격에 이 구조와 완성도라." 감탄하는 동시에 한 번 더 깨달았다. 2026년에도 철들긴 글렀다.

박찬용 작가 프리랜스 에디터. 다양한 매체를 거쳐 남성지 <아레나옴므플러스>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단행본 <요즘 브랜드> <잡지의 사생활> <모던 키친> 등을 냈고 202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박찬용의 집'을 출품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CREDIT INFO

기획 김지은 기자

글ㆍ사진 박찬용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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