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은의 야구민국] ‘경북에서 야구하는 게 죄인가요’ 그다음 이야기... ‘잡초 야구장’에서 ‘기적의 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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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표(33) 도산초 감독의 목소리에서 잔잔한 울먹임이 묻어났다.
그는 "모교 도산초 야구부의 부활과 야구장 및 편의시설 확충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마음처럼 자주 찾아가지는 못하지만 선배들이 늘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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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환 김상수 박세웅 등 야구 선배들의 정성 답지
교육청 지원과 지역 야구협회의 관심까지
잡초와 누수의 공간, 웃음 넘치는 야구장으로

“아이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이제 어느 학교 야구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김준표(33) 도산초 감독의 목소리에서 잔잔한 울먹임이 묻어났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다.
지난 2021년 7월 경북 구미시 도산초등학교 야구장은 아이들이 훈련해야 할 공간에 잡초가 무성했다. 야구부 화장실은 관리되지 않는 공중화장실을 떠올리게 했고, 임시건물로 지어진 휴식 공간의 바닥은 기울어져 야구공을 놓으면 굴러갈 정도였다. 낡은 창고를 연상시키는 감독실은 비가 내리는 날이면, 천장에서 새는 빗물을 받기 위해 온갖 종류의 냄비를 동원하는 어처구니없는 장면도 연출됐다.

해체 직전까지 내몰린 초등학교 야구부였지만, 그렇다고 학교와 교육청, 야구협회 관계자에게만 책임을 묻기엔 이미 상황이 너무 악화돼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 작은 기적의 손길이 하나둘 찾아왔다. 안타까운 현실을 담은 본보 기사가 게재됐던 2021년 12월, 배지환(당시 피츠버그 파이리츠) 선수가 도산초 야구부를 깜짝 방문했다.

MLB 티셔츠 수십 장과 각종 학용품을 한아름 안고 나타난 그는 “미국에서 기사를 접했다. 비록 모교는 아니지만, 저와 같은 지역 학교(배지환은 대구 본리초-대구중-경북고 출신)고, 무엇보다 야구 후배들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면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발걸음을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도산초 야구부 출신 스타플레이어 김상수(KT)도 모교의 어려운 상황에 힘을 보탰다. 그는 “후배가 배출되지 않으면 선배도 함께 사라진다”며 지난 2023년 1월 도산초에서 열린 어린이 야구 체험 행사에 직접 참여해 야구 이론과 캐치볼, 수비 훈련, 사인회까지 진행했다.

김상수(KT)는 당시 “바쁘다는 이유로 후배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앞으로 꾸준한 관심을 갖고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그는 2023년 여름 도산초 야구부가 부원 증원에 성공해 전국대회에 출전이 가시화되자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후배들에게 대한 애정을 이어갔다.
또 다른 선배 ‘안경 에이스’ 박세웅(롯데)도 응원을 보냈다. 그는 “모교 도산초 야구부의 부활과 야구장 및 편의시설 확충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마음처럼 자주 찾아가지는 못하지만 선배들이 늘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 달라”고 전했다.

경북교육청의 장인정 장학사(야구 담당)는 “학생 선수들이 안전하고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교육청의 당연한 책무”라며 “야구장 및 편의시설이 준공에 그치지 않고, 아쉬운 점은 없는지 혹은 놓친 부분은 없는지 꾸준한 현장 점검을 통해 선수들과 지도자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말했다.

김준표 도산초 감독은 “지금 우리 선수들의 환한 미소는 김상수, 박세웅, 배지환 등 야구 선배들을 비롯해 교육청 관계자, 구미 야구·소프트볼 정주경 회장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야구를 통해 받은 사랑을 아이들의 환한 미소와 성장으로 되돌려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도산초 야구부는 지난 5일 인조 잔디 야구장과 야간 조명 시설, 내·외야 그물망, 실내 연습장, 감독실 및 야구부 편의시설까지 모두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 보금자리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72922310004794)
박상은 기자 subutai117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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