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이 필요한 사회복지 행정처분

기호일보 2025. 12. 16. 15: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광병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광병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행정절차법', '행정심판법', '행정소송법' 등에 따르면 행정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하는데,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행정처분에 대해 '사회복지사업법'을 비롯해 대부분 사회복지 관련 법령에 행정처분이 규정돼 있다. 일선 현장에서 사회복지의 행정처분은 사회복지시설의 지도·감독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해당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해서 주로 내려지게 되는데 해당 사회복지 분야에 적용되는 보건복지부령(시행규칙)이 마련한 행정처분의 기준을 따르게 된다.

행정처분이 법률의 시행규칙으로 규정돼 있다고 할 때는 동일 사회복지 분야에서 위반행위 유형과 위반 정도가 같다면 전국 어디서든 동일한 행정처분이 내려져야 마땅하지만 그 처분 수위가 지자체에 따라, 지자체 내에서도 담당자에 따라 각기 달리 나타난다는 것은 문제다. 현장에서는 이를 '주무관법'이라고 부르며 주무관에 따라 행정지도 및 행정처분이 달라진다는 것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판례에 근거한 실례에서도 볼 때 모 지역아동센터는 약 9년 동안 일요일 1시간 종교활동이 포함된 보호 활동 및 급식비 신청에 대해 해당 지자체에서 인지하고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담당자가 바뀌어 종교활동의 이유를 들어 시설 폐쇄 및 보조금 환수 처분을 내린 일이 있었고, 또 다른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인건비 보조금에서 46만 원이 부정 수급된 사실이 확인돼 운영 정지 1개월과 1천300만 원 인건비 환수 처분을 내리는 과도한 일이 있었다. 이러한 행정처분은 담당 공무원이 행정처분 기준에 근거해 내린 처분이었지만 논란이 돼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던 사건으로, 담당자가 누구냐에 따라 행정처분의 수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알게 한다. 그렇다면 담당 공무원의 문제일까? 그렇게 말할 순 없다. 법령으로 규정된 행정처분의 기준이 많은 경우 포괄적이고 추상적으로 표기돼 담당자에 따라 자의적 판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담당자만을 탓할 순 없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사회복지 법령상 행정처분 기준을 가능한 구체적으로 명확히 해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이 기능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행정처분의 기준은 매우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이를 참고할 만하다. 그러나 모든 행위를 법령으로 규정하기가 어렵다면 행정처분 전 반드시 시정(개선)명령이 필요하다. 현재 사회복지는 개선명령도 행정처분의 차수에 포함돼 위반 횟수에 따른 가중 처분기준이 되고 있으므로 이를 제외할 필요가 있다. 유치원의 경우 모든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전 반드시 시정 또는 변경 명령을 내린 후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행정처분이 내려지고 있다.

행정처분의 종류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시설장 교체, 사업 정지, 시설 폐쇄 등 중대 제재 중심에서 벗어나 위반행위의 성격, 고의성, 중대성 등을 고려해 개선을 유도하는 보완적 제재 수단으로서 교육과 컨설팅 등을 받게 해 인식 제고와 전문성 향상을 통한 본래의 행정작용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행정처분도 결국 일정한 행정 목적 달성 즉, 사회복지시설 이용자나 보호 대상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사업 정지와 시설 폐쇄는 타 시설로의 전원 조치 문제, 정서적 문제 등 다양한 혼란의 요소가 나타나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상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행정처분 시 신중해야 하고 반드시 대상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처분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끝으로 행정처분에 대한 현장의 이의신청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이의신청을 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는 사회복지시설 행정처분심의위원회와 같은 중립적인 조직을 통해 행정처분의 적정성과 형평성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미 요양기관과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행정처분의 적정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요양기관 등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하면서 처분권자에게 합리적이고 적정한 처분 양형을 권고하고 있고, 행정처분에 대한 감경을 권고할 뿐만 아니라 행정처분 면제까지도 권고하고 있으므로 사회복지 행정처분에서도 이를 도입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Copyright © 기호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학습·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