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 명당의 밥값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돼 온 지방 소멸 시대가 현실이 됐다. 일부 농촌지역과 산간, 그리고 도서 지역은 인구 감소가 심각한 실정이고 마침내 그 불길은 도시지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도도한 흐름은 이제 국가 전체의 문제로 등장했고 인구 감소의 심각성은 울산도 비껴갈 수 없게 됐다.
최근 발표된 2025년 3분기 동남권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동남권에서 총 5,726명이 순유출되었고, 전년 같은 분기 대비 순유출 규모 367명 감소했다. 순유출률은 20대(-1.9%), 10대(-0.6%), 30대(-0.2%) 순으로 높았다. 수도권(-4,352명), 충청권(-1,246명), 대경권(-534명) 순으로 순유출됐다. 동남권 내 이동은 부산(483명)은 순유입, 울산(-331명), 경남(-152명)은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광역시는 이 기간 1,000명이 순유출되었고, 전년 같은 분기 대비 순유출 규모 349명 감소했다. 연령별 순유출률은 20대(-1.3%), 10대(-0.8%) 순이었고, 30대(0.1%)는 순 유입됐다. 부산(-309명), 서울(-276명), 경기(-239명) 순으로 순 유출됐다.
인구 유출의 속도가 줄어들긴 했지만, 울산의 인구도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울산의 진산은 함월산이다. 그 산아래는 울산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고 탐내는 곳이었다. 배산임수의 땅이고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얻을 수 있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길지로 알고 있었기에 그야말로 울산의 명당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 명당을 울산 사람들은 기꺼이 혁신도시의 입주 공공기관에 양보했다.
그만큼 기대가 컸고, 지역인재의 진출로가 될 것으로 굳게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주말이면 공공기관 입주 지역 전체가 공동화되고 기대했던 지역인재의 채용은 제대로 된 통계조차 불확실한 실정이다. 지역인재 의무 채용 제도에 의하면 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은 지역인재 채용 의무가 2018년 기준 최소 18% 이상, 이후 단계적으로 30%까지로 확대하게 돼있다.
과거 울산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은 지역인재 채용 비율이 매우 낮아 울산 시민의 반발을 산 적도 있었고 과거 한 통계에서는 전체 신규 채용자 2,575명 중 지역 인재는 148명(약 7.1%)에 불과한 적도 있었다.
2025년 기준 울산 지역 7개 공공기관의 채용인원 123명 중 49명을 지역인재로 선발했고 이중 울산 출신은 33명, 경남 출신은 16명으로 집계됐다.
2025년 지역인재 채용 비율은 전체 대비 약 40% 수준으로 대체로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울산과 경남은 지역인재 채용 범위를 서로 인정하는 광역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울산 혁신도시 기관들이 경남 출신 인재도 지역 인재로 인정하고 있다. 2025년 울산, 경남 지역 인재 합동 채용 페스타에는 공공기관과 기업 등 50여 개가 참여했고 약3,000여 명의 취업 준비생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과거보다 개선되고 있으나 광역화 제도로 인근지역 인재들과 경쟁이 늘어나면서 울산 지역 출신에게 유리한 구조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그나마 다수의 공공기관이 합동 채용 정보 설명회, 취업 박람회 등에 참여해 지역인재 확보를 위한 활동을 진행 중인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현재 혁신도시 입주 공공기관은 한국동서발전, 한국석유공사,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연구원, 한국산업인력공단, 근로복지공단, 국립 재난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 본부 등이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지방정부나 개인 노력의 한계를 이미 벗어난 구조적인 현상이 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공공기관의 변명은 늘 한결같다. 채용할 인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말을 울산시나 교육기관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산학협동, 폴리텍대학의 맞춤형 인재 양성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유기적 협력관계 구축과 예산 확보 등으로 우리 지역 인재의 역외 유출 방지는 물론이고 지역이 필요한 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시민들 또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발전과 인재 양성 그리고 인구 유출 방지를 넘어서 살고 싶은, 다시 살러 오는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적임자 선택을 위해 냉철한 시선으로 지켜볼 시점이다.
조경환 태양복지재단 감사 (iusm@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