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위스키 국제대회 수상은 한국 기후의 축복 덕”

박미향 기자 2025. 12. 1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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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위스키 ‘기원’ 도정한 대표
‘기원’ 숙성고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도정한 대표. 박미향 기자

지난달 10일(현지시각) 한국 위스키 브랜드 ‘기원’(Ki One)의 도정한(51) 대표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닛코호텔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세계주류경연대회(SFWSC) 2025’에서 태극기를 꺼내 들었다. 이 대회에서 그가 만든 위스키는 ‘베스트 오브 클래식: 기타 싱글몰트위스키’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는 감정이 벅찼다. 울컥했다. 입꼬리가 천장을 향해 하염없이 올라갔다. 2018년 경기도 남양주시에 싱글몰트 위스키(단일 증류소에서 보리싹인 맥아 100%로 만든 위스키) 증류소를 세운 이래 얻은 놀라운 결과였다. 그는 두달 앞선 9월10일엔 ‘국제 와인 앤 스피릿 대회(IWSC) 2025’에서도 수상했다. 매년 전세계에서 출품되는 4천여종의 주류를 평가하는 국제대회다. ‘샌프란시스코 세계주류경연대회’는 세계 3대 주류 품평회로 꼽힌다. 도 대표는 “10년 뒤에 탈 줄 알았는데, 마치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탄 것처럼 너무 기뻤다”고 소감을 말했다.

싱글몰트 위스키 국내 생산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스코틀랜드나 미국 등 서구 음주 문화의 한축으로만 여겨왔다. 위스키 브랜드 카발란을 내세운 대만과 야마자키 등으로 명성을 얻은 일본이 아시아권에서 위스키를 생산하는 국가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 양조 전문가들이 하나둘 나서기 시작했다. 2022년 출시된 ‘김창수 위스키’는 오픈런이 기사화될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쌀로 만든 위스키’란 타이틀을 내건 양조장 ‘스마트브루어리’도 생겼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도 대표가 있다. ‘케이(K) 위스키’ 개척자 중 한명이다. 그를 남양주 증류소에서 만났다.

―‘기원’을 설립한 해는 2020년, 증류소는 2018년에 세웠다. 업력에 견줘 결과가 놀랍다.

“남양주 일대 기후 덕을 보고 있다. 1월 기온은 영하 5도, 15도, 20도까지 내려간다. 여름엔 35~40도로 오른다. 계절별, 일별 기온 차이가 큰 게 숙성에 좋다. (위스키 원주를 담는) 오크통은 나무다. 여름에는 팽창하고 겨울에는 쪼그라든다. 여름엔 원주를 빨아들이고 겨울엔 내뱉는다. 이런 아코디언 현상이 항상 추운 (위스키 종주국) 스코틀랜드보다 숙성 시간을 당긴다. 독특한 맛도 만든다. 남양주는 수질이 좋은 지역이다. 한국 기후의 축복을 받아 좋은 제품이 나왔다.”

―위스키는 발효·숙성하는 오크통이 중요하다. 맛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오크통 나무는 누구나 구할 수 있다. 차별점을 고민했다. ‘원주를 맛있게 만들자’로 결론이 났다. ‘원주의 출발점에서 차별화를 하자’로 말이다. 버번위스키 통, 셰리 와인 오크통 등을 고르고 프랑스, 스페인과 국내 생산 오크통 등을 병행 사용한다. 참나무, 떡갈나무를 재료로 한 통도 있는데, 떡갈나무통은 특이한 맛을 낸다.”

요즘 그는 오크통 실험도 한다. “한국적인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고창 등지에서 생산되는 복분자주 통을 사용해본다. 국내 증류 소주나 차 브랜드와 협업해 통 조달도 해본다. ‘한국적인 맛’을 구축하기 위한 여정이다.

‘기원’에 설치된 증류기. 박미향 기자

―본래 회사명이 ‘기원’이 아니었다던데?

“‘쓰리소사이어티스’였다. 재미동포인 저는 ‘미국’, 양조 전문가 앤드루 섄드는 스코틀랜드 증류소에서 경력을 쌓은 이라 ‘스코틀랜드’, 한국인 양조 전문가 서홍준씨를 포함한 우리 직원은 ‘한국’, 이렇게 세 나라의 정체성이 모였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한국 술이면 한국 이름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기원’은 시작, 바람(소망)을 담은 한국어다.”

―본래 위스키 양조를 하기 전엔 수제맥주 회사를 운영했다. 왜 방향을 전환했나?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듣는 소리가 ‘한국 위스키는 없냐?’였다. 큰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한국 위스키를 만들고 싶었다. 한국의 자랑스러운 술이 세계에 퍼졌으면 했다.”

그는 2014년 분 수제맥주 열풍 한가운데서 ‘핸드앤몰트 브루잉 컴퍼니’를 창업했다. 각종 미디어에 소개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2018년 글로벌 맥주 기업 ‘에이비(AB)인베브’에 매각해 생긴 이익을 위스키 양조에 투자했다. 그는 “맥주 양조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기원’에서 사용하는 여러 통. 박미향 기자

―음주 문화가 바뀌고 있다. 술 소비량은 떨어지고 있다. 무알코올 주류가 대세란 얘기도 있다. 와인조차 무알코올이 등장했다. 위스키는 고도주다. 시장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한국은 주류뿐만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 프리미엄화(소비의 고급화 추세)가 진행될 거라 본다. 프리미엄 주류 시장은 건재할 거다. 수제맥주업을 할 때 젊은층을 보면 취하려고 마시지 않는다. 즐기려고 마신다. 적은 양을 마시지만, 확실히 취향을 담는다. 위스키 시장은 과거 접대 문화와 연결되어 있었다.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은 성장 중이다.”

―요즘은 위스키와 음식 페어링 시도도 많이 한다. 주로 외국 유명 위스키 회사가 한다. 독주와 음식은 어울리기 어렵지 않나?

“고기나 건포도와 잘 어울린다. 어디를 가든 위스키 한병을 가져가는데, 인기 많은 ‘케이 바비큐’와 잘 맞는다. 훈연 향 나는 한우와도 페어링 조합이 좋다.”

―맛에 대해 더 얘기해보자.

“좀 특별한 발효를 한다. 스코틀랜드나 일본, 미국 등의 양조장이 60시간 한다면 우리는 120시간 한다. 과발효라고 여길 수 있는데, 맥주 만들 때 터득한 게 있다. 효모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른 종류의 풍부한 맛이 난다. 그 노하우를 적용했다. 맥아도 가평에서 만들려고 한다.”

위스키 양조용 보리 재배는 국내에서 실패한 기업이 있을 정도로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 수입하는 이유다. “가능성 있습니다. 가평은 엄청나게 춥죠. 보리 품종 3가지로 시험해봤고 그중 하나가 잘되고 있습니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황동색 증류기를 보여줬다. 이어 마당에 지은 숙성고로 안내했다. 들어서자마자 시큼한 알코올 향이 코로 달려들었다. 여기에 눅눅하게 시간을 견딘 오크통 특유의 향이 더해졌다. 스코틀랜드 기준 3년 이상 숙성한 술을 위스키로 명명한다. 한국은 1년이 조건이다. “지금은 최소 3년 이상 숙성하려고 노력합니다.”

지난달 10일 ‘샌프란시스코 세계주류경연대회(SFWSC) 2025’에서 상을 받은 뒤 태극기를 꺼낸 도정한 대표. SFWSC 누리집 화면 갈무리

수상 뒤 그의 일상은 달라졌다. “노렸던 국가”의 업체들이 먼저 연락해오고 있다고 한다. “너무 바빠졌어요. 상 탄 뒤 프랑스,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연락이 왔죠.” 요즘 외국인 관광객도 찾아온단다. 그는 남양주시 등과 협업해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도 기획할 작정이다. 그는 나라 밖 주류 박람회에 참가하면 제일 먼저 태극기를 건다. “한국 위스키가 있네” 하면서 사람들이 몰린다. 케이 콘텐츠를 필두로 높아진 한국 위상에 자신의 술도 한몫하길 바란다. 그는 양조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제가 상을 탔으니 후배들의 가능성은 더 높아졌습니다. 다른 증류소, 양조장에 희망이 된 거 같아 기쁩니다.” 그의 아내인 모델 송경아가 이 얘기를 들으면 특유의 활짝 웃는 미소를 지을 것 같다.

남양주/글·사진 박미향 선임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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