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누수 막은 ‘전 대사 자막’… ‘윗집 사람들’의 영리한 선택

3일 개봉한 ‘윗집 사람들’은 한 아파트 위아래층에 사는 두 부부가 벌이는 예측 불가능한 하룻밤 소동을 그린 작품으로, 극 중 4명의 주연 배우들은 성(性)에 대한 직설적이고 수위 높은 대사를 쉴 새 없이 주고받는다.
이와 맞물려 하정우 감독은 대화에 담긴 핵심 포인트와 주요 서사를 관객에게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전 대사 자막’이라는 안전장치를 고안했다. 그는 “한국 영화를 볼 때 ‘대사가 잘 안 들린다’, ‘말이 너무 빨라 놓쳤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면서 “특히 이번 작품처럼 대사량이 많고 전달력이 중요한 영화는 자막을 통한 보조 장치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도는 최근 콘텐츠 소비 패턴과 맞물려 더욱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에서 우리 작품 시청 시 자막을 켜는 일이 일반화됐고, 그런 이유로 관객들 역시 ‘자막 시청’에 익숙해졌다. 극장 관람에서도 이러한 OTT식 감상 경험을 도입해 더 친숙하고 편안한 몰입 환경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OTT 세대로 불리는 젊은 관객층의 극장 이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 같은 자막 실험이 극장 관람 만족도를 높일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우리 영화의 자막 사용이 전례 없던 건 아니다. ‘한산: 용의 출현’의 경우 전투 장면에서 원활한 대사 전달을 위해 자막을 부분적으로 사용했고, ‘모가디슈’는 북한 사투리를 자막으로 정리해 전달력을 높인 바 있다. 최근에는 청각장애인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 주요 상업영화가 개봉과 동시에 한글 자막 상영본을 별도 지원하는 흐름도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윗집 사람들’처럼 상영 타입 전체에 모든 대사를 자막으로 기본 삽입해 내놓은 사례는 우리 영화에서 사실상 처음이다. ‘윗집 사람들’의 긍정 반응에 따라 향후 한국 영화 제작 및 후반 작업 방식에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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