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생수병 26개에 고작 162원… 재활용 비용에 못 미치는 생산자 분담금
'플라스틱의 나라, 고장난 EPR' 보도 3년 후
폐비닐 기업 분담금 354원→379원, 25원↑
플라스틱 용기 분담금은 연 1.5% 인상 수준
기후부 "2026년 분담금부터는 물가변동 적용"
편집자주
산업화(1850~1900년) 이후 지구 평균 기온 1.5도 상승. 이 수치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의 마지노선으로 불립니다. 한국일보 기자들이 '우리가 몰랐던 기후행동' 후속으로 1.5도에 임박한 기후 위기 현실, 이를 막기 위한 노력들을 격주로 폭넓게 연재합니다.

한 아름 팔을 벌려도 안기 어려운 1㎏의 비밀 폐기물을 만든 기업이 내야 하는 재활용 분담금은 얼마일까. 2022년 한국일보는 '플라스틱의 나라, 고장난 EPR'이란 제목의 기획 기사를 통해, 폐기물에 비해 '가벼운' 기업의 책임을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3년이 지난 현재 분담금의 무게는 크게 늘지 않았다. 354원이었던 폐비닐(복합재질 및 필름·시트형 합성수지) ㎏당 분담금은 3년 후 379원으로 25원 늘었다. 3년 동안 연평균 2.3%가 오른 셈이다. 인상 폭이 소비자 물가상승률(2023년 3.6%)에도 미치지 못한다.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만든 기업이 재활용도 책임지도록 재활용에 필요한 비용을 납부하게 하는 제도다. 병, 캔 등 재활용이 용이한 품목에 대한 회수·처리 비용을 기업이 예치하게 하고 재활용 실적에 따라 정부가 그 돈을 돌려주는 '폐기물 예치금 제도'가 1992년부터 시행됐으나, 상당수 기업이 예치금을 돌려받는 걸 포기하는 등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2003년부터 현 EPR 제도로 개편됐다. 기업이 내는 재활용 분담금은 포장재 출고량에 재질별 단가를 곱해서 산정된다.
단, 분담금은 출고량 100%에 부과하는 게 아니다. 재질에 따라 다른 재활용 의무율을 곱하기 때문에 모수가 줄어든다. 비닐 폐기물의 경우 올해 재활용 의무율은 90%다.
재질별 분담금 단가 살펴보니

배달 음식을 시키면 잔뜩 쌓이는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에 부과되는 분담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같은 플라스틱 용기는 2022년 104원이었던 단가가 올해 109원으로 5원 올랐다. 3년간 인상률은 4.8%로, 매해 평균 1.6%씩 오른 셈이다. 페트(PET) 재질 용기도 222원에서 232원으로 연평균 1.5% 올랐다.

투명 페트병의 경우 2L들이 생수병 등 빈병 26개를 모아야 1㎏이 된다. 이렇게 많은 병에 대해 기업이 내는 분담금 단가는 2022년 148원에서 올해 162원으로 14원 올랐다. 3년간 9.46%, 연평균 3.06%가 오른 정도다. 반면, 소비자들의 '분리수거' 책임은 다른 품목보다 까다롭다. 재활용 비용을 낮추기 위해 2020년 12월부터 겉 포장재는 떼고, 내부는 씻어서, 찌그려뜨린 후 뚜껑을 닫아 따로 분리배출을 해야 한다.
이 밖에도 유색 페트병(246원→260원)의 분담금 단가 상승률은 연간 2%가 채 되지 않았다.

재활용 소요 비용 대비 분담금 비율은?
기업이 내는 재활용 분담금은 실제 플라스틱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에 비하면 어느 수준일까. 환경부의 연구 의뢰를 받아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4월 발간한 '재활용 기준비용 및 자원순환보증금 대상 빈 용기 장기재활용 목표율(2027년) 설정 추가 연구' 보고서에서 재활용 비용을 살펴봤다.

우선 쓰레기로 배출된 폐플라스틱을 비닐, 용기, 페트병 등으로 분류하는 종합선별장까지 회수해서 운반하는 데 비용이 든다. 5톤 크기의 집게차 1대가 아파트당 2시간씩 걸려 1일 900㎏의 폐플라스틱을 수거하는 데 ㎏당 195원이 든다고 산정했다. 인건비, 차량 감가상각비 등 세세한 비용까지 감안한 값이다.
이후 월 400톤을 처리하는 사업장에 반입된 폐플라스틱의 30%는 이물질이라는 가정 아래, 회수된 폐플라스틱을 종류별로 선별하는 데 ㎏당 251.9원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설의 임차료, 전력비, 폐기물 처리비 등을 모두 포함한 비용이다.
폐기물을 압축해서 재활용 사업장까지 운반하는 과정에선 ㎏당 26원이 든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25톤 트럭이 압축된 500~600㎏ 플라스틱을 26, 27개 적재해 운반하는 비용이다.

여기에 폐플라스틱 매입 비용까지 포함하면 회수·선별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만 ㎏당 574원이 나온다. 물론 수익성이 없는 복합 재질 폐비닐과 달리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은 회수·선별 이후 판매하는 수익도 존재한다. 소요 비용에서 판매 수익을 제외한 비용은 ㎏당 343원이었다.
이를 재활용 분담금 단가와 비교하면 기업이 재활용 비용 중 분담하는 비율은 최저 약 32%(PP·PE)에 불과했다.
"분담금 결정 과정, 비정부기구가 참여·감시해야"
분담금으로 채워지지 않아 부족한 재활용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된다. 결과적으로 폐플라스틱이 쓸 만한 물질로 재탄생되기 어려운 구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유럽과 비교하면 한국의 EPR 분담금 단가는 굉장히 낮은 편"이라며 "시민들이 분리배출을 하는 노력이나 참여도에 비해 제대로 재활용이 안 되는 건 결국 비용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해 분담금 단가는 배출 기업과 재활용 업자 간 가격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데, 시민사회는 정부 외에 제3자의 참여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이사장은 "재활용 업자들은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정부기구가 분담금 단가 결정 과정에 참여해 감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현재 분담금 결정 구조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기업의 입김에 따라 분담금이 낮게 설정되더라도, 그로 인해 재활용 실적이 법정 의무율에 미치지 못하면 벌칙금(재활용 부과금)을 부과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활용 부과금의 산정 근거가 되는 재활용 기준비용은 2003년 제도 시행 이후 20년 넘게 새로 산정되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기후부는 올해 안으로 규제심사를 마치고 새 재활용 기준비용을 확정할 방침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2026년도부터는 분담금 단가에 물가변동률을 적용했다. 내년 분담금은 최근 3년보다 높게 2.5% 인상됐다"고 밝혔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51909260004634)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51915460004875)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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