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시설 짓는 군인까지 러시아 공사장에 팔아넘겨”

장윤 기자 2025. 12. 1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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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부대 출신 탈북민 인터뷰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 자금 확보를 위해 핵 시설 설계와 건설을 전담하는 ‘131원자력지도국(131부대)’ 인력들을 러시아 건설 현장으로 보내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기밀 유출 우려로 해외 파견이 금지돼왔던 이들까지 ‘외화벌이 일꾼’으로 투입되는 상황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통치 자금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131부대 출신 탈북민 이은평(34)씨는 10일 본지 통화에서 “김정은이 핵 실험 자금이 부족해지자 우리(131부대원)까지 러시아에 팔아넘겼다”며 “국가 기밀을 다루던 부대원들이 러시아의 벌목장·공사장 노예가 됐다”고 했다. 1985년 김정일의 지시로 창설된 131부대는 북한 내 핵 시설과 미사일 기지 등 1급 기밀 시설의 건설과 운영을 전담해 온 특수 조직이다. 과거 ‘당의 척후대’로 불리며 김정은이 직접 ‘701호 물자(특급 보급품)’를 하사했었다.

북한은 131부대원들이 핵 시설 내부 구조를 훤히 꿰뚫고 있는 만큼 해외 파견 등 외부 접촉을 철저히 금지했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부대원들을 순차적으로 러시아 노동 현장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이씨는 “김정은 정권이 2013년 3차 핵실험을 한 뒤 자금난이 극심해지자 ‘기밀 유지’라는 불문율까지 깨고 부대원들을 해외로 보내기 시작했다”고 했다.

2017년 러시아에 도착한 이씨는 동료 부대원 30여 명과 ‘대동강 대외건설장’이라는 위장 회사 간판을 내걸고 토목·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러시아 노동자들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면 퇴근했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새벽부터 자정까지 일해야 했다. 이씨는 “당시 월급 명세서를 보면 10만 루블(약 191만원)이었지만 북한으로 가는 ‘충성 자금’으로 대부분 빠지고, 내 손에 들어온 건 단돈 100달러(약 14만원)뿐이었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러시아로 파견되는 북한 노동자 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내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통계에 따르면, 작년 러시아에 입국한 북한 노동자는 1만3221명으로 전년(1117명)의 12배 가까이로 늘었다. 러시아 RIA통신은 최근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가 올해 5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12월 북한 핵 개발에 대한 제재로 모든 회원국에 북한 노동자 고용을 금지하고 기존 북한 노동자들도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통과했다. 북한 인권 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는 “그럼에도 북·러는 유학생 비자 발급 등 ‘위장 취업’을 통한 인력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131원자력지도국

북한 조선노동당 군수공업부 직속 군 부대로, 핵·미사일 시설 설계와 건설, 관리를 전담하는 조직. ’131부대’로 불린다. 1985년 핵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창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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