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20년 신지애 “‘골프에 미치자’ 매년 다짐”
“오히려 저에게는 힘든 한 해였어요.”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를 마치고 귀국한 신지애(37)는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지난 5월 2년 만에 JLPGA 투어 우승을 추가했고, 투어 사상 최초로 통산 상금 14억엔을 돌파하는 등 의미 있는 기록이 많았는데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여름 내내 어두운 터널에 갇힌 느낌이었는데 가을부터 벗어나는 듯했다”며 “막판에 우승을 하고 끝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 이뤄지지 않았다. 아쉬운 만큼 새로운 다짐이 많이 생긴다”고 했다.

신지애는 10일 의류 후원사인 매드캐토스 서울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2025년을 돌아보면서 “지난 5월 우승한 대회(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 하나만 보고 작년 겨울부터 5개월을 준비했다”며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와 ‘내가 하면 이뤄지는구나’ 자만심이 생겼던 것 같다”고 했다. “원래는 과정을 즐거워하고 스스로를 연구하고 파악하는 것이 즐거운데 (5월 우승 이후로) 그걸 좀 놓쳤던 것 같다”며 “무모하게 계속 결과만 만들려고 시도했다는 걸 느끼고 나니 경기 흐름이 조금씩 다시 보이면서 안정적인 플레이가 나왔다”고 했다.
◇프로 20주년… 여전히 우승 경쟁
신지애는 일본과 한국, 미국, 유럽, 호주 등 전 세계 프로 대회 통산 66승을 올렸다. JLPGA 투어에선 올해 통산 29번째 우승(입회 전 2승 포함하면 31승)을 달성해 영구 시드 조건인 30승에 1승만 남겼다. 현재 JLPGA 투어 통산 상금 랭킹 1위(14억5963만엔·137억원). 일본여자오픈만 우승하면 JLPGA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이룬다. 그는 “눈앞에 있는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 이만큼 쌓여왔고 내년에도 변함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1승을 빨리 추가해서 이후 더 많은 우승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올해가 프로 데뷔 20주년인 그는 여전히 매년 “골프에 미치자”고 다짐한다고 했다. “솔직히 이기는 게 가장 재미있고 즐겁다. 그러다 보니 힘든 과정도 즐겁다”고 했다. “코스에서 같이 치는 분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쉽게 친다. 간단해 보인다’는 것인데, 그게 간단하게 보이기까지 과정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며 “과정을 견뎌내 이기고자 하는 즐거움이 훨씬 큰 것 같다”고 했다. “골프 덕분에 많은 분을 만날 수 있고 좋은 도움도 줄 수 있고, 골프로 인해 이루고 받은 것이 훨씬 많다”며 “받은 것들을 어떻게 더 키워서 돌려드릴 수 있을지 그런 즐거움도 있다”고 했다.
신지애는 박세리의 성공을 보며 골프를 시작한 ‘세리 키즈’ 대표 주자다. 그는 “주변에 은퇴한 친구들이 오히려 (저를 보면서) 자기들도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며 “같이 뛰었던 친구들로부터 대단하다고 요즘 더 인정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은퇴한 친구들을 보면서 저도 뭔가 은퇴에 대한 그림이 생길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는 현역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게 좋다”며 “그런 열정이 있으니 좀 더 프로 선수로 남아서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는 “후배 선수들에게 조금 더 무거운 목소리, 힘 있는 목소리를 내려면 계속 현역에 있어야 하고 잘해야 한다”며 “선배로서 후배들을 끌어당겨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다. “예전엔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 수면 시간을 줄이면서 연습했는데 이젠 수면 패턴의 중요성이 커지는 나이가 됐다”며 “체력은 인정해야 안 다친다더라. 스스로를 파악하고 인정해가면서 잘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LPGA 투어 진출 일본 선수들 도전 정신 대단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거쳐 일본 투어에서 10년 넘게 활동해 온 신지애는 최근 미국 무대에서 활약하는 20대 일본 선수들을 신인 시절부터 지켜봤다. 그는 “한창 LPGA 투어에 진출해 엄청난 성과를 거두던 한국 선수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며 “지금 나아가고 있는 기세나 도전 정신을 보면 일본 선수들이 앞으로 오래 활약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저희 세대(세리 키즈)가 미국에 진출했던 당시에는 국내 투어가 작고 대회가 많지 않아 기회를 찾아서 도전하러 갔다”며 “반대로 요즘 일본 선수들은 이미 일본 투어가 안정적이고 규모도 있어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데도 그런 것을 버리고 도전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했다. “좋은 환경을 놓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도전에 대해서는 높이 살 만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신지애는 “지금 활약하는 일본 선수들은 (2010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미야자토 아이를 보고 큰 세대”라며 “일본에 그런 롤 모델이 없었는데 생겼고 그 롤 모델을 주니어 때부터 보면서 세계 무대를 꿈꾸며 골프를 시작한 친구들”이라고 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기후가 변화무쌍하고 잔디도 다양해서 일본 선수들은 미국에 가서도 환경 적응이 빨라 보이더라”며 “이미 진출한 선수들이 잘하고 있다 보니 힘이 실리고 기세가 좋아져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일본 선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신지애는 내년 LPGA 투어에 진출하는 황유민, 이동은 등 후배들에게 “마음에 안정을 줄 수 있는 장소나 무언가를 빨리 찾는 것이 좋다”며 “나에게는 무엇이 휴식이 되고 무엇에 의지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쉴 때와 달릴 때를 구분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우리 때는 다행히 선배들이 많아서 어려운 게 있으면 물어볼 수 있고 선배 집에 가서 맛있는 것도 얻어먹었다”며 “궁금한 게 있으면 어려워하지 말고 선배들에게 다 물어보면 좋겠다”고 했다.
신지애는 올해도 호주 멜버른으로 다음 달 4일 동계 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해가 길어 밤 9시까지 연습할 수 있고, 기후가 습하지 않아 많이 연습해도 크게 지치지 않아서 멜버른을 아주 좋아한다”며 “동계 훈련을 가면 차로 이동하는 시간도 아까워서 골프장 안에 숙소를 정하고 거의 갇혀 산다”고 했다. “고맙게도 함께 훈련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이 점점 늘어서 올해는 한국·일본 선수 6명 정도가 같이 훈련할 것 같다”며 “동계 훈련 때 제가 스파르타식으로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 후배 선수들 사이에서도 자극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신지애는 세계 랭킹 1위(2010~2011년)에 올랐던 20대 시절을 돌아보며 “그땐 솔직히 2등, 3등만 해도 우승 못 한다고 주변에서 뭐라 하셨다”면서 “우승을 해도 ‘내년에도 이걸 방어해야 하는데’ 다음 해가 바로 걱정됐고 즐거움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지금은 오히려 다음 해가 걱정이 아니라 기대가 된다”며 “그때 마냥 부딪치며 시도했던 것들이 지금 다 경험이 되어, 다 해봐서 무서울 게 없다”고 했다. “그때는 예선 떨어지면 ‘어떡하지. 어디 땅 파고 숨어 들어가야 하나’ 생각했어요. 지금도 물론 싫고 창피하지만 ‘하루 더 연습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고 생각하면서 다음을 준비하는 여유가 생겼죠.”
신지애는 지난해 LPGA 투어에서 은퇴한 유소연(35)의 결혼식 축가를 준비하고 있다. “노래 두 곡을 열심히 연습 중인데 목 상태를 보고 어떤 곡을 부를지 결정하려고 한다”며 “노래 연습을 하다 보니 ‘사람들 앞에서 골프하는 게 정말 편한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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