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색의 화가’ 고 오승윤, 50년 작품세계를 톺아보다

김용희 기자 2025. 12. 1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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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10일 전시 개막
사후 20년 만에 국립기관 첫 회고전
초기 회화·판화 작품 등 37점 전시
‘오방색의 화가’로 알려진 고 오승윤 화백.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예술은 내 삶의 목적이다. 내 작품의 영원한 명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이며 평화이다. 풍수 사상은 우리 민족의 자연관이며 삶의 철학이요 신학이다. 오방정색은 우리 선조들이 이룩해 놓은 위대한 색채 문화이며 영혼이다. 단청은 자연의 법칙인 음양의 화합이며 하늘이 내린 색채이다.”(2005년 오승윤 작가노트)

평생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통한 평화’를 고뇌했던 ‘오방색의 화가’ 고 오승윤(1939~2006) 화백은 2006년 1월 탐욕에 눈먼 화랑의 간계로부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하며 한국 화단에 큰 충격을 줬다. 그가 떠난 지 20년이 지났지만 광주지역 관공서, 은행, 식당 등 곳곳에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광주시민이 사랑하는 작가 중 한명으로 꼽힌다.

오 화백의 50년 작품세계를 톺아보는 대규모 회고전이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문화전당)에서 열린다. 문화전당은 10일부터 내년 1월18일까지 복합전시6관에서 ‘오승윤: 풍수의 색, 생명의 선율’ 전시를 개최한다. 2008년 광주시립미술관, 2017년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 이어 국립기관에서 열리는 첫 회고전으로, 회화 30점과 판화 7점 등 총 37점을 전시한다.

전시는 사실적인 표현이 엿보인 ‘처의 상’(1970), ‘대한’(1973) 등 초기작품을 다룬 도입부로 시작한다. 아버지이자 평생의 스승이었던 오지호(1905~1982) 화백은 ‘늘 데생이 완벽해야지 높은 경지로 올라갈 수 있다’고 가르치며 오 화백의 초기작은 구상 회화가 주를 이뤘다.

전남도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 오승윤 화백의 대표작 ‘바람과 물의 역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10일 문화전당이 마련한 언론 대상 사전 개막식에 참석한 오 화백의 부인 이상실(80) 여사는 ‘처의 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여사는 “결혼 1년 뒤 남편이 그려준 작품이다. 그림에는 저 혼자 나와 있지만 뱃속에 큰딸을 임신하고 있어서 실제로는 두 명을 그린 그림”이라며 “‘그때는 나도 참 괜찮게 생겼구나’하고 젊었을 적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애틋함을 내비쳤다.

‘대한’은 겨울의 차가운 분위기 속 얼음낚시를 하는 노인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전시를 담당한 박세연 학예연구사는 “‘대한’은 1973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 대상이 유력했지만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오지호 화백이 ‘아들 그림을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특선으로 내리셨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비운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1부 ‘자연을 닮은 시선, 오방색의 시작’부터는 오 화백을 상징하는 오방색 작품을 본격적으로 보여준다. 오 화백의 아들 오병희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사가 2015년 쓴 논문 ‘근원과 본질을 담은 오방색 작가 오승윤’을 보면 오 화백은 1974년 전남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초대 학과장을 역임한 뒤 1982년 전남대 예술대학 창설을 주도하고 교수로 재직했다. 어지러운 시국이었다. “화가와 대학교수는 병존할 수 없다”는 아버지의 말에 대학 강단을 떠나 10여년간 우리나라 산천을 여행하며 기법, 이론, 철학을 고민했고 1990년대 초 오방색을 활용한 작품 ‘풍수’ 연작을 세상에 내놓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10일부터 내년 1월18일까지 여는 고 오승윤 화백 회고전 ‘오승윤: 풍수의 색, 생명의 선율’을 방문한 오 화백의 부인 이상실 여사와 큰딸 수경씨가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박세연 학예사는 “당시 보수적이었던 한국 화단은 원색을 사용한 오 화백의 작품에 대해 ‘색채가 너무 화려하다’ ‘무당집 같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지만 1993년 프랑스 전시회 등 해외에서 인정받으며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작품은 한국적인 풍경을 담아낸 ‘풍수 무등산’, ‘금강산’, ‘독도’ 등 진화를 거쳐 600호 대작(가로 6.2m, 세로 2.1m) ‘바람과 물의 역사’에서 절정을 이룬다. 딸 오수경 작가는 “ 아버지의 오방 풍수를 표현한 가장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작품”이라며 “화려하게 치장한 여인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 부처와 전라의 여인을 통해 인간의 순수성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공개 작품 ‘수련’을 비롯한 판화 연작도 선보인다.

김상욱 전당장은 “오지호 화백부터 전시해야 하지 않느냐는 고민이 있었지만 오지호 화백은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지난해 대규모로 다뤘고 형 오승우(1930∼2023) 화백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오승윤 화백 작품을 알리기로 했다”며 “공정한 심사를 통해 앞으로도 지역 작가들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 오승윤 화백이 결혼 1년째인 1970년 부인 이상실 여사를 그린 ‘처의 상’(개인소장).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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