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R와 레모네이드 속 외래어표기법[달곰한 우리말]

2025. 12. 1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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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그러던 중에 번역서를 함께 준비하는 동료 연구자 중 한 명이 lemonade를 '레모네이드'라고 번역한 것을 보았다. '레모네이드'가 표준어이고, '레몬에이드'는 표준어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lemonade를 '레모네이드'라고 적고 이를 표준어로 삼은 것은 이러한 원칙을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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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픽=변한나·챗GPT

코로나19가 창궐하였던 2021년 봄, 생명과학 전공자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글의 소재는 Polymerase Chain Reaction, 우리에게는 PCR이라는 줄임말로 친숙한 기술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읽다가 'PCR가...', 'PCR를...'처럼 PCR 뒤에 조사가 어색하게 적힌 걸 발견하였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해 보았을 때,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알파벳 R을 적기 위한 표준어가 '알'이 아니라 '아르'였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 이후,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자는 마음이 들어, 글을 쓸 때 사전을 곁에 두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번역서를 함께 준비하는 동료 연구자 중 한 명이 lemonade를 '레모네이드'라고 번역한 것을 보았다. '레몬에이드'를 잘못 적은 것이 아닌가 싶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해 보았다. '레모네이드'가 표준어이고, '레몬에이드'는 표준어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한글맞춤법 제3항에 따르면 외래어는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적는다. lemonade를 '레모네이드'라고 적고 이를 표준어로 삼은 것은 이러한 원칙을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 표준어 중에 '에이드(ade)'가 결합한 말이 또 있나 궁금해져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해 보니, '에이드'가 결합한 표준어는 '오렌지에이드'와 '레모네이드'가 전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표준어는 아니지만 '딸기에이드, 수박에이드, 무화과에이드' 등처럼 과일 이름 뒤에 '에이드'가 붙은 말이 실제로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에이드'는 새말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굳이 '레몬'의 'ㄴ'을 다음 음절에 이어 적은 '레모네이드'를 표준어로 정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레모네이드'라는 표준어를 통해 '레몬'으로 만든 '에이드'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레모네이드'뿐 아니라 '레몬에이드'도 표준어로 정할 수는 없을까? 2023년에 '아르'뿐 아니라 '알'도 알파벳 'R'을 적기 위한 표준어로 정하였듯이 말이다. '레모네이드'뿐 아니라 '레몬에이드'도 표준어로 삼는다면 '멜론'으로 만든 '에이드'를 '멜로네이드'가 아니라 '멜론에이드'로 적을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멜론에이드'가 '에이드'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더 분명히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오규환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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