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다녀온 작은학교 학생들 ‘나눔의 삶’을 꿈꾸다

8개월간 학생 주도 탐방 준비
함양 금반초교는 올해 3월부터 8개월간 '에티오피아 대장정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이는 '꿈따라 희망찾아 떠나는 해외배낭 진로탐방'이라는 학생 주도형 글로벌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학생들은 우선 에티오피아의 역사, 문화, 언어, 예절 등을 학습했다. 학교는 4월 출정식과 함께 학내 국기게양대에 에티오피아 국기를 게양했다. 지역 주민과 학부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금반초교는 5월에 국립부경대학교 교육기부거점지원센터 지원으로 '에티오피아 클래스'를 열었다. 학생들은 에티오피아 출신 교수의 도움을 받아 국기 그리기, 에티오피아 문자로 이름 쓰기, 화폐 관찰, 인사법과 식사 예절 등을 직접 체험했다.
7월에는 '글로컬 이음데이'가 열렸다. 데씨 달케 두카모(Desse Dalke Dukamo)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가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교류했다.
'한국과 에티오피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주제로 한 특강은 평화와 상생의 가치를 강조하며, 이번 프로젝트 의미를 더했다. 커피 세리모니, 기념 식수, 학교 견학 등이 이어지며 탐방 전 마지막 사전 교류의 장이 마련됐다.

에티오피아 역사·문화와 사람을 만난 시간
11월 5일, 드디어 대장정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됐다. 15일까지 이어진 8박 11일의 일정에는 학생 8명과 교장 포함 교사 3명이 함께했다.
첫날, 이들은 아부다비를 경유해 약 20시간의 긴 비행 끝에 에티오피아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6·25 참전용사 기념탑이었다. 75년 전, 에티오피아 군인들의 희생을 기리며 헌화하고 묵념하는 시간을 보냈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당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병했다. 그것도 국왕 직속 정예부대였던 '강뉴부대'였다. 과거 무솔리니의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공했을 때,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외면당한 경험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에티오피아는 훗날 침략 당한 나라가 있으면 반드시 돕겠다고 결심했다.
"절대 물러서지 말라"는 국왕의 명령 아래, 강뉴부대는 253전 전승이라는 불패의 신화를 썼다. 전사자는 있었지만, 포로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학생들은 이러한 사실을 직접 들으며, 한국과 에티오피아의 특별한 인연을 새롭게 알게 됐다.
탐방은 곧 '삶'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에티오피아에서 '봉사'와 '헌신'을 실천하는 한국인 전문가들을 직접 만났다.

아브디 논노(Abdi Nonno) 초등학교와 툴루 딤투(Tullu Dimtu) 초등학교 방문은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태극기가 게양된 교정에서 학생 3000여 명이 장미와 화환을 들고 금반초교 학생들을 맞이했다. 노래와 박수로 가득한 뜨거운 환영이었다.
학생들은 현지 시설을 함께 둘러보고, 전통 음식인 '인젤라' 급식도 함께 체험했다. 마을 족장의 환영 인사, 전통춤과 의상 퍼레이드, 학생들의 편지 낭독으로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었다. 금반초교 학생들도 미리 연습한 전통 부채춤 공연으로 마음을 전했다. 언어는 달라도 함께 웃고 춤추며 진한 우정을 나눴다.
현지 교육국 관계자는 "이렇게 먼 곳까지 와줘서 고맙다. 더 많은 한국 학교가 에티오피아를 찾아오면 좋겠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낯선 땅에서 배운 헌신의 가치
긴 비행과 빽빽한 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꿋꿋했다. 학교 뒷산인 까치봉을 매주 오르내리며 다진 체력과 지리산 천왕봉(1915m) 등반의 경험은 큰 밑바탕이 됐다.
진짜 장벽은 낯선 환경보다 마음속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것마저 스스로 이겨냈다.
탐방지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헌신하고 있었다.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 "무엇이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라"는 말은 학생들 마음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5학년 조예은 학생은 "에티오피아가 6·25전쟁 때 우리를 도와줬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전후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감동이 훨씬 더 컸다. 앞으로 의사가 되어 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김라음 학생은 "아프리카가 따뜻한 건 날씨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3학년 김도윤 학생은 "에티오피아 학교에 책과 컴퓨터가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한국에서 모아서 꼭 보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학생들은 이달 23일 탐방보고회를 열어 그간의 여정을 정리하고 지역 사회와 함께 결실을 공유할 예정이다.
백종필 교장은 "아이들이 국제적 소양을 기르고 민주 세계시민으로 한 발 더 나아갔다"며 "무엇보다 '나눔과 헌신'이라는 키워드를 스스로 마음에 새긴 것이 가장 큰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금반초교는 내년에는 '노벨의 나라' 스웨덴으로 떠날 계획이다. 작은학교의 '희망 찾는 배낭진로탐방'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문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