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녹화기록물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 등재] 18. 강원에서 시작된 경제림단지
솔잎혹파리 확산 방지 목적
10년간 전국 86개 대단위 조성
도 4만8765㏊ 규모 12개 단지
박규원 유네스코 추친위 총괄
4개월간 하루 1인당 200본 식재
치산녹화 유공 산림청장 표창
소나무재선충병 등 병해충 극심
단일수종 조림 방식 피해 원인
“제2의 경제림단지 조성 필요”
“경제림단지 50년, 기후위기 시대 새 산림전략 필요”
1973년 시작된 치산녹화 계획은 목표보다 5년 앞선 1987년 조기 완성되며 세계적으로도 드문 산림녹화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헐벗은 민둥산이 15년 만에 푸른 숲으로 되살아날 수 있었던 데에는 강원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된 ‘대단위 경제림단지’의 역할이 컸다. 1977년 춘성군 서면 안보·당림지구에 국내 첫 경제림단지가 조성된 것을 시작으로 1979년부터 10년간 전국에 86개 단지가 만들어졌다. 그때 심어진 나무들은 반세기를 지나 아름드리 숲으로 성장해 우리나라 산림의 기반이 됐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재선충병과 기후위기 앞에 단일수종 중심의 조림 방식은 한계에 직면했다. 치산녹화 성공의 상징이었던 경제림단지가 오늘날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춘천시 서면 안보리에 조성된 제1호 경제림단지를 당시 담당 공무원이었던 박규원 한국 산림녹화유네스코 등재 추진위원과 안중걸 위원, 최정기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와 함께 찾았다.

■ 전국 최초의 경제림단지
1977년 춘성군(현재 춘천시) 서면 안보·당림지구에 제1호 경제림단지가 조성됐다. 1960~1970년대 우리나라 산림은 솔잎혹파리로 인해 곤혹을 치렀다. 1929년 서울 창덕궁과 전남 목포에서 처음 발생한 솔잎혹파리는 부산, 경주, 서울, 가평을 거쳐 춘천까지 번졌다. 춘천은 당시 피해가 극심해 소생 가망이 없었다. 이에 정부는 안보·당림지구 솔잎혹파리 피해목을 벌채한 뒤 경제림 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 대단위 경제림 단지는 이렇게 처음 탄생했다.
이후 1979년~1987년까지 10년간 총 86개 경제림단지가 전국적으로 조성됐다. 이 가운데 강원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12개 단지가 만들어졌다. 240㏊ 규모의 춘성군 서면 안보·당림지구를 시작으로 춘성·화천 지역에 도유림을 포함한 2509㏊ 규모의 화천단지가 조성됐다. 이후 춘성, 홍천, 횡성, 원성, 평창, 영월, 정선, 명주, 양양, 삼척에 차례대로 총 4만 8765㏊ 규모의 대단위 경제림 단지가 조성됐다.

■ 제1호경제림단지 조성 과정
박규원 한국산림녹화 유네스코 추진위원은 우리나라 제1호경제림단지를 조성한 주역이다. 당시 춘성군 산림과에 근무하던 그는 조림지도 총괄 담당에 임명돼 기간제 근로자 4명과 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4개월 간 조림사업을 이끌었다. 한 조에 인부 12명으로 구성된 5개 조를 편성해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까지 1인당 200본을 심게 했다.
조림사업은 산주에게 ‘시업명령’을 내린 뒤 지자체 주도로 조림지를 정리하고 식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업비는 군비로 우선 집행한 뒤 산주에게 청구했다. 산주가 비용 지불을 원하지 않을 경우, 경제림 수익을 산주와 지자체가 1:9로 배분하는 ‘분수계약’을 체결했다. 제1호경제림단지의 산주인 청풍김씨 종중은 분수계약 대신 조림비 전액을 납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당시 인부들의 임금은 1일 남성 700원, 여성 500원씩 지불했는데, 15일 단위로 정산하고 모든 내역을 수기로 기록해야 했기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교통수단은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아 오토바이 한 대가 유일했고, 통신시설도 이장의 집 공동 전화기 한 대뿐이었다. 박 위원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에 총괄 임무를 맡았기에 아내와 수 개월간 떨어져 지내기도 했다. 이에 아내가 매주 일주일치 빨랫감을 가지러 왔다고 한다.
조림 과정 중 고(故) 손수익 제 3대 산림청장과 고(故) 김상원 강원도 산림국장이 직접 조림 현장을 찾기도 했다. 두 사람은 식재 상태를 확인하며 박 위원에게 묘목 건조 방지, 식재 요령을 지도했다. 휴일도 없이 일하며 사업을 추진한 덕에 조림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박 위원은 이듬해인 1978년 치산녹화 유공으로 산림청장 표창을 받았다.
박 위원은 “당시 어려움이 많았지만 젊은 나이에 애정과 열정을 바쳐 울창한 숲을 만들고자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그때의 성공적인 조림 경험이 지금도 큰 자부심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 기후위기 속 재선충 피해·수종갱신 시급… 제2의 경제림단지 조성해야
춘천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극심한 곳 중 하나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최초로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은 경남을 거쳐 남으로는 제주, 북으로는 충청, 경기, 강원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2~3년 전부터는 가평, 춘천에 급속도로 번져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림단지도 소나무재선충병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날 방문한 춘천 제1호경제림단지는 초록 나무들 사이로 주황빛을 띈 감염목들로 인해 울긋불긋한 모습이었다.
1977년 당시만 해도 헐벗은 산을 녹화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경제림단지 역시 지대별 ‘적지·적수’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잣나무 60만 그루를 단일수종으로 식재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림 방식은 현재 대형 산불과 소나무재선충병 등 산림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970~1980년대 당시만 해도 주요 산림 병해충은 솔잎혹파리, 흰불나방 등 피해가 단순하고 규모가 작았지만, 2000년대 이후 기후위기로 인해 소나무재선충병, 참나무시들음병 등 병해충이 다양해지고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중걸 한국 산림녹화 유네스코 등재 추진위원은 “벌기령에 도달한 나무는 수확하고, 산불과 병해충에 강하면서 목재 가치가 높은 유용 활엽수로 수종을 다변화할 때가 왔다”며 “병해충 피해목 등 불량림을 정리하고, 임지 여건에 맞는 제2의 경제림단지를 조성해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기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도 “단일수종은 병해충에 취약한 만큼, 지대별 적정 수종을 심어 새로운 경제림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며 “나아가 목재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지역경제와 산림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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