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된 팽나무 이야기로 순환하는 세계 드러냈죠"
韓역사 지켜본 팽나무 서사로
업보와 인연의 순환 과정 그려
"세상 만사는 결국 돌고 돌 뿐"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가 저지른 카르마(업보)가 재앙이 된 것이고, 현세에 대한 질문을 던진 거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옳으냐고요. 600년 된 팽나무인 '할매'를 통해 (인간의) 업보가 계속 이전되며, 세상 만사가 순환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굴곡진 한국의 근현대사를 정면으로 응시해온 한국 문단의 거목 황석영 작가(82)는 신작 장편소설 '할매' 출간을 기념해 9일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할매에 나오는 서사들은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관계의 순환과 카르마의 이전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며 "현재 우리가 이룩한 사회와 문명,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황석영이 신작 장편소설을 낸 건 '철도원 삼대'(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소설은 600년 전 시베리아에서 온 철새 개똥지빠귀가 품은 팽나무 씨앗으로부터 출발한다. 군산 하제마을에 뿌리를 내린 팽나무 '할매'는 조선시대 대기근의 비극, 우금치 전투에서 쓰러져간 동학농민군, 일제 강점기, 새만금 개발과 미군 기지 확장 등 장대한 역사를 지켜본다. 작품은 한반도 역사에 새겨진 상흔과 같은 나이테를 선명히 드러내지만, 이를 응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교의 연기론(緣起論)적 세계관으로 한발 더 나아간다. 자연과 인간이 별개일 수 없으며, 모든 존재가 거대한 인연으로 엮여 순환할 뿐이라는 깨달음이다. 그는 "이 세계는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 영어로 이야기하면 릴레이션십(Relationship)의 순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며 "세상만사가 그러하다. 그러면서 계속 (세상은) 변화해 갈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황석영은 꼬박 4년이 걸린 '할매' 집필 과정에서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인물보다 자연과 세계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한 것이 작가 인생에서 처음 겪는 일이어서다. 실제로 황석영은 작품을 위해 불교, 노장철학, 동학, 천주교, 생물학, 인류학, 생태학, 자연과학 등 총 400여 권의 서적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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