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만 높인다고 탄소중립 사회 안된다"

박태일 기자(ehtwelve@mk.co.kr) 2025. 12. 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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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가야 할 항로라도 나침반이 없다면 표류하기 마련이다.

2035년까지 탄소 배출량의 60% 감축을 골자로 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받아든 산업계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이유다.

그는 "가치사슬 전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탄소 감축의 실질적 진전은 불가능하다"며 "정부 정책도 개별 기업 규제가 아닌 '가치사슬 단위'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한국 산업계가 당면한 탄소 감축이 '부담'이면서 동시에 '기회'라고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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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CEO 페터르 바커르
2035년까지 탄소 60% 감축
한국 기업들 갈피 못잡아
정책·금융·기술 세트로 묶는
정부의 조율 능력이 중요
탈탄소 기술·저탄소 철강 …
韓, 주도할 수 있는 영역많아

반드시 가야 할 항로라도 나침반이 없다면 표류하기 마련이다. 2035년까지 탄소 배출량의 60% 감축을 골자로 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받아든 산업계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10여 년째 글로벌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선도해 온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의 페터르 바커르 최고경영자(CEO)도 '파편화된 정책'의 위험성부터 경고한다. 그는 "무턱대고 목표만 높인다고 탄소중립 사회가 오진 않는다. 중요한 건 정책·금융·기술이 한 몸처럼 움직이게 하는 정부의 조율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바커르 CEO는 지속가능성이 화두가 되기 전부터 글로벌 기업의 실천 전략을 제시해온 지속가능경영(ESG) 전문가다. 네덜란드 물류 그룹 TNT를 이끌던 그는 2012년 WBCSD CEO로 취임한 뒤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단순한 사회적 책임경영(CSR)이 아닌 '경영 전략'으로 받아들이도록 방향을 잡아왔다. WBCSD는 국제 산업계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조직으로, 탄소 중립 경영 로드맵을 마련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현재 메타·아마존 등 250개 글로벌 기업이 WBCSD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의 4분의 1에 달한다.

이처럼 오랜 기간 현장을 지켜온 바커르 CEO가 느낀 ESG의 핵심 성공 요소는 정부와 기업의 '공동 설계'다. 탈탄소 전환 과정을 업종별·기업별로 맞춤 설계하지 않으면 한낱 구호로 끝날 위험성이 높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정부의 방향이 제각각이면 기업은 장기적인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면서 "기업들은 어떤 기술이 지원을 받고, 어떤 일정으로 준비해야 하며, 어떤 인센티브가 제공되는지를 알아야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정책 조율'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탄소 감축이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가치사슬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바커르 CEO는 "탄소 감축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전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 탄소 배출량의 80~90%가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스코프3'에 해당한다. 그는 "가치사슬 전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탄소 감축의 실질적 진전은 불가능하다"며 "정부 정책도 개별 기업 규제가 아닌 '가치사슬 단위'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한국 산업계가 당면한 탄소 감축이 '부담'이면서 동시에 '기회'라고도 진단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이 전환 부담은 크지만, 청정에너지 공급망 경쟁력을 일시에 강화할 수 있는 잠재력 역시 크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녹색수소, 저탄소 철강 등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영역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를 산업 전략의 중심에 놓는 정부의 선택입니다."

그는 한국 CEO들을 향해서도 지속가능성을 '성과 기반 경영 시스템'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약속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성과를 내는지가 기업의 평가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트럼프발 관세 압력과 경기 둔화로 온실가스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기후 리스크는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오히려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수·폭염·태풍 등으로 공급망과 인프라가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오늘날 기업의 회복력(resilience)은 곧 기업의 경쟁력입니다. 환경에 대한 투자는 기업 생존의 조건이 될 것입니다."

[박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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