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전서 발견된 ‘푸른 털 개들’의 비밀 밝혀졌다
푸른색 소독ㆍ탈취 염료가 섞인 배설물을 뒤지며 뒹군 탓”
“방사능 노출, 돌연변이와는 무관”
지난 10월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폐(閉)원자력발전소 주변에서 푸른 털을 지닌 개들이 발견된 것과 관련, 그동안 이 개들이 방사능에 노출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많이 돌았다.
우크라이나 프리퍄트 인근의 체르노빌 원전(原電)은 1986년 4월 26일, 불량한 원자로 설계와 심각한 관리 부실로 인해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핵재해를 초래했다. 당시 12만 명 이상의 피난민들은 “들고 갈 수 있는 것만 가져가라”는 지시를 받았고, 3일 뒤에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들었기에 많은 개를 집에 두고 떠났다.
이후 원전을 중심으로 반경 30㎞는 통제 구역으로 설정됐다. 체르노빌 주변 지역은 지난 40년 동안 높은 방사능에 장기간 노출된 생명체를 연구할 수 있는, 의도치 않은 실험실이 됐다.
지난 10월 체르노빌의 떠돌이 개들을 포획해 예방 접종을 하고 표식을 붙여 관리하는 민간 단체인 ‘체르노빌의 개들(Dogs of Chernobyl)’은 완전히 털이 푸른 빛인 개 세 마리를 사진을 찍었고, 이 사진들은 이 단체를 후원하는 ‘클린 미래 펀드’를 통해 소셜미디어에 게재됐다.

단체 ‘체르노빌의 개들’에 따르면, 약 250마리의 개가 원전 부지 주변에서 살고, 다른 225마리는 인근 체르노빌 시를 떠돌며 산다. 대부분 사고 당시 급히 대피한 주민들이 놓고 간 반려견의 후손이다.
이후 중성화 시술을 위해 포획된 개들은 이후 체르노빌배제구역(CEZ) 바깥의 방사능 영향을 받지 않은 개들과 비교하는 유전체 연구에서도 자주 언급됐다. 이 개들은 CEZ 밖으로 나올 수 없고, 영양실조ㆍ광견병 노출 등으로 심각한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고 한다.
이 지역의 개들을 연구한 과학자들은 체르노빌 개들이 다른 집단과 유전적 차이를 보이는 것은 확인했다. 그러나 ‘방사능’ 탓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2024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부는 단순히 ‘유전적 표류(genetic drift)’ 때문일 수도 있다. 외부와 고립된 집단에서 특정 형질이 우연히 선택되고, 비교 집단과는 다른 방향으로 발달되는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푸른 털의 개는 어떤 이유에서든 축적된 유전적 변화가 외형에 드러난 결정적 증거가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당시 단체 ‘체르노빌의 개들’은 “아직 푸른 털을 지닌 개들을 포획하지 못해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 교수이자 ‘체르노빌의 개들’ 과학 고문인 티머시 무소 교수는 이는 방사능 노출과 관련이 없고, 푸른색 털은 가장 ‘개다운’ 행동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의 글은 이 단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됐다.
무소(Mousseau) 교수는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조금 역한” 원인으로, 바로 이동식 간이화장실(porta-potty)에서 흔히 쓰이는, 배설물을 분해하고 냄새를 줄이는 푸른색 소독액의 염료를 들었다. 즉, 뒤집힌 이동식 화장실에서 일부 개가 푸른색 소독액과 배설물이 섞여 있는 데서 굴러다닌 탓이라는 것이다. 그는 “개들은 원래 그런 행동을 한다”고 썼다.
무소 교수는 “그 파란색 털은 단지 개들의 비위생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표시였을 뿐”이라며 “개를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개는 배설물을 포함해 무엇이든 먹어 치운다”고 썼다. 그는 소셜미디어의 여러 추측과 달리 이 개들의 파란 털은 “방사능에 의한 어떤 돌연변이나 진화적 적응을 보여주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체르노빌의 개들이 과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야생 개 무리 중 하나일지라도, 결국 그의 결론은 간단하다. 체르노빌 개들은 가장 개 답게 행동했다는 것이다.
무소 교수는 또 ‘체르노빌 개들의 암 발생률이 높아졌다 또는 반대로 낮아졌다’, ‘체르노빌 오염 지역에서 가까운 벨라루스 국경 지대의 늑대들이 항암 면역체계를 발전시켜 개체수가 회복됐다’는 주장도 모두 ‘거짓’이라고 밝혔다.
체르노빌의 혹독한 환경에서 사는 개들은 설령 암이 생겨도 그것이 나타날 만큼 오래 살지 못하며, 벨라루스 늑대들의 면역체계를 확인하려면 수만~수백만 건의 관찰이 필요한데 벨라루스 늑대는 수십 마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수십 마리로 복원된 것은 과거와 달리 이 지역에서 사냥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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