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무간씨에 배우는 전통춤, '살랑살랑' 이렇게 힘들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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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용 전도사’ 기무간의 춤 워크숍 체험기
“춤을 잘 추려면 춤만 춰서는 안돼요.”
지난달 23일 은평구 서울 무용창작센터에서 열린 한국무용 워크숍. 강사로 나선 서울무용제 홍보대사 기무간의 말이다. 지난해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스타로 뜬 그가 일반인 강의에 나선 건 처음. 단 스무명에게 주어진 기회는 순식간에 마감됐고,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이 모였다.



함께 헤매던 40대 회사원 이모씨는 “이럴 줄 알았다”고 했다. 평소 70대 모친과 함께 기무간의 공연을 빠짐없이 보러 다닌다는 그는 “춤을 잘 추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을 체험해보러 왔다. 쉬워 보이는 동작도 이렇게 어려운 것처럼, 내가 쉽게 하는 일도 그렇게 하기 위해 힘든 과정이 있었다는 걸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제주도에서 왔다는 장지혜씨는 기무간 춤에 반해 한국무용 취미교실을 몇달째 다니고 있다고. 그는 “작품부터 배우는 취미교실이 물고기를 잡아줬다면 무간씨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디테일한 움직임의 원리를 배울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워크숍 후 기무간에게 만남을 청했다. 최근 서울시무용단 ‘미메시스’에서 전통춤을 추고 워크숍까지 진행하니 ‘한국무용 전도사’인 줄 알았는데, 본인 생각은 좀 달랐다.
Q : 오늘 너무 힘들었다. 뭘 배운건가.
A : “동작부터 따라하는 건 부질없다. 뭔가 제대로 경험해보고 가는 게 낫지 않나. 우리는 이런 걸 기본 삼고 이런 훈련을 통해 이런 움직임을 하게 되었다는 걸 공유하고 싶었다.”
Q : 한국무용은 일반인에게 좀 수월할 줄 알았다.
A : “전통춤은 거의 발레 만큼이나 오래 배우고 깊게 파고들어서 연마해야지, 꾸준히 하지 않을 거면 의미 없다. 서울무용제 개막식에서 팔순 넘은 선생님들이 축하공연을 하셨는데, 보통은 앉고서기도 힘든 연세인데 꾸준히 움직였으니까 그럴 수 있다. 나도 죽기 직전까지 춤추는 게 꿈이지만, 전통춤은 어차피 꾸준히 못하면 잘할 수도 없으니 ‘내것’을 더 창작하려고 한다.”
Q : 대중적인 한국무용에 대한 고민은 없나.
A : “원로 선생님들도 수십년 전부터 대중화 노력을 했지만 안 됐다. ‘스테파’로 알려진 우리를 보러 왔다가 다른 무용도 보러 다니는 분들이 생겼다는 게 긍정적인 변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계속 춤을 추는 것이고, 대중적인 무용을 만들 게 아니라 대중에게 무용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올해 그는 “기억을 다 못할 만큼” 많은 무대에 섰다. 최근 한두 달만 해도 ‘미메시스’를 비롯해 김재승 안무가의 ‘신아위’, 아이키와 함께 한 ‘U&I 콘서트’, 변재범 안무가의 ‘울음의 정원’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했다. 자신의 안무작 ‘낙원을 찾아서’ 지방 투어도 마쳤는데, 직접 꾸린 ‘랑만’ 팀과 함께 앞으로는 창작에 집중한다는 포부다. “여러 작업에 참여하며 사람들과 만났다 헤어지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와 닮은 식구들이 모이는 공간이 ‘랑만’이라는 팀이고, 앞으로의 기무간은 그저 ‘랑만’이고 싶어요. 우리가 하는 게 그냥 쇼가 아니라 아트라고 하려면 보여지는 영역보다 느껴지는 영역에 침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뜻 맞는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만들 겁니다.”
Q : 한국춤의 정서를 살리고 싶을텐데.
A : “당연히 가슴속 깊이 있지만 그걸로 뭘 하려고 하면 이상해진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는 한국무용이 없다. 날리는 천 같은 게 한국춤의 멋인데, 그걸 내 공간감으로 만들고 싶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 몸으로 전달하고 싶지, 화려한 춤사위는 중요하지 않다.”
A : “그때그때 다르지만, 조명이 꺼지고 객석에 불이 들어와도 사람들이 금방 나가지 못할 만큼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낙원을 찾아서’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낙원을 괜히 먼 데서 찾고 있는 지도 모른다.”
팬들은 기무간에 대해 “다정해서 좋다”고 했지만, 그와의 대화는 까다로웠다. 결코 심플하게 대답하는 법이 없었는데, 호페쉬 쉑터와 오하드 나하린을 좋아한다는 말에 “자유를 추구하나 보다”고 하니 처음으로 즉각 긍정했다. “춤출 때 자유롭다고 느끼는 건 아니고 자유롭게 춤출 때가 좋아요. 춤을 무조건 좋아하진 않거든요. 자유롭고 싶은가 봐요 아직.”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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