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충무로에 씨앗을 뿌리는 하정우의 진심

안진용 기자 2025. 12. 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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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시름이 깊다.

그동안 '영화인'을 자처하는 배우들이 OTT나 TV드라마로 눈돌리는 사이, 하정우는 우직하게 충무로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팬데믹 기간을 통틀어도 하정우는 가장 많은 영화를 소개한 주연 배우다.

하정우는 '1000만 배우'인 동시에 누적 관객 1억 명을 달성한 충무로 대표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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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윗집 사람들’

충무로의 시름이 깊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이후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흥행 전망도 밝지 않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득세하며 극장으로 가는 발길이 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안타까운 건 투자 축소다. 충무로로 흘러들어오던 자금줄이 끊겼고, 제작 편수는 급감했다. 극장가 최고 성수기인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에 국내 5대 투자배급사가 내놓는 신작이 단 1편 뿐이라는 것은 참담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영화인이 있다. 하정우다. 3일, 신작 ‘윗집 사람들’을 내놨다. 그가 주연 뿐만 아니라 감독을 맡은 작품이다.

하정우가 올해 참여한 작품은 네 편이다. 2월 개봉한 ‘브로큰’을 비롯해 감독·주연을 겸한 ‘로비’는 4월 공개됐다. 6월 개봉한 영화 ‘무명’에는 내레이터로 참여했다. 그동안 ‘영화인’을 자처하는 배우들이 OTT나 TV드라마로 눈돌리는 사이, 하정우는 우직하게 충무로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브로큰’부터 ‘윗집 사람들’까지 세 편의 영화 개봉 시기마다 제작발표회와 시사회를 비롯해 모든 언론 인터뷰에 참석했다. 주연 배우가 한 해에 3편의 홍보 활동을 진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침체된 충무로의 현실과 흥행 부담에 대한 언론의 대동소이한 질문에 매번 새로운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도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팬데믹 기간을 통틀어도 하정우는 가장 많은 영화를 소개한 주연 배우다. 2020년 초 ‘클로젯’을 시작으로 ‘비공식작전’·‘1947 보스톤’(2023), ‘하이재킹’(2024) 등으로 꾸준히 극장으로 관객들을 초대했다. ‘리바운드’(2023) 제작에도 참여했다. 올해 공개된 신작까지 합치면 주연을 맡은 영화만 도합 7편이다.

하정우는 ‘1000만 배우’인 동시에 누적 관객 1억 명을 달성한 충무로 대표주자다. 충무로의 전성기를 일군 주체이기도 한 그가 충무로의 부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인상깊다. 1000만 배우라는 타이틀이 주는 달콤함을 누리는 시기를 넘어, 이제는 그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과 책임감을 오롯이 감당하며 신작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소위 ‘대작’을 고집하지 않고, 키를 낮춰 대중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윗집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제작비 30억 원 규모의 영화다. 하정우를 비롯해 공효진, 이하늬, 김동욱 등 네 명의 배우가 몸값을 깎고 출연했다. 연출까지 맡은 그는 “저도 연출료, 시나리오, 각본료, 출연료 등 엄청나게 많은 걸 투입했다. 그렇게 해야 찍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완성도까지 포기하진 않는다. ‘윗집 사람들’의 마지막 부분에는 고전에 해당되는 ‘라비앙로즈’가 흐른다. 이 곡을 삽입하기 위해 쓰인 돈이 배우들의 개런티와 맞먹는다. 이 곡을 사수하기 위해 ‘감독’ 하정우는 촬영 회차를 3회 가량 줄였다.

충무로의 진짜 위기는 ‘흥행 실패’가 아니다. 흥행 실패가 두려워 투자가 끊기는 것이 최악의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제작 포기’ 단계에 이르면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유명 감독과 배우는 그 위기를 타개할 적절한 구원투수다. 그들의 이름값이 가진 로열티는 유효하고, 대중적 관심도가 높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흥행하기 어렵다’는 논리로 접근한다면, 충무로의 부활은 요원하다. 그래서 척박한 땅에 열심히 씨앗을 뿌리는 하정우의 한 마디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좋은 타이밍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이런 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하는 생각도 든다. 관객들에게 ‘한국 영화 계속 만들어지고 있고, 살아 숨쉬고 있다’고 알리는 맥락에서 신작을 꾸준히 소개하는 것은 좋은 영향을 주는 것 아닐까 싶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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