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ED TO US IN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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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대한민국
매년 그랬지만, 올해는 특히 심했다. 대내외적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한숨 나오는 소식이 많았지, 그럼에도 희망적인 소식이 종종 들리기도 했다. 언제나 사회는 시끄럽고 우린 갈팡질팡한다.
Editor 김종훈

계엄부터 파면까지
"재판관 전원 일치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4월 4일 오전 11시 22분이었다. 작년 12월 3일 23시에 선포한 비상계엄은 파면으로 끝났다. 아니, 아직도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니 완전한 끝은 아니다. 한 1막쯤 끝났다. 이 선고를 듣기까지 블랙코미디 영화 한 편 보는 기분이었다. 웃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살면서 대통령 파면을 두 번이나 겪을지 몰랐다. 2017년 3월 10일에 이어 8년 만의 반복. 역사는 반복된다는데 그 주기가 너무 빨랐다. 계엄 정국은 파면 정국으로, 다시 대통령 선거로 숨 가쁘게 흘러갔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상식과 비상식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았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 있다. 어쨌든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결정적인 순간에 제대로 작동했다는 점이다. 외신 또한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낸 한국 사회의 시스템에 주목했다. 그렇게 20대 대통령이 물러나고 21대 대통령이 취임했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한 한 해였다.
국장은 지능순
작년까지 이런 말이 자주 보였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 주식을 투자한다면 국내 주식 대신 미국 주식을 산다는 얘기다. 미국 주식과 비교해 국내 주식 상승률이 저조해서다. 그럴 만했다. 한국 주식은 몇 년 동안 코스피 2000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불타오르는 미국 주식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런 흐름은 올해 완전히 뒤집혔다. 지난 4월까지 2400대에 머물다가 급상승. 마침내 10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40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가 상승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단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 반도체 만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외국인 투자자가 몰리며 랠리를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몇 년 동안 기를 못 편 삼성전자는 '10만전자'에 등극했다. 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진 불안한 정세가 일단락된 영향도 있었다.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도 순풍에 돛을 달게 했다.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했을 때 올해 상승률은 64.27%였다. G20 중에 유일하게 한국이 60% 이상 상승했다.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은 25.98% 오른 일본의 닛케이 225 지수. 1등과 2등 차이가 크다. 그만큼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더없이 뜨거웠다.

트럼프의 말·말·말
올 한 해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말에 전 세계가 들썩였다. 한국도 마찬가지. 이 정도로 미국 대통령 말에 촉각을 곤두세운 적은 없었다. 물론 미국 대통령의 행보는 언제나 영향력을 미쳐왔다. 말 역시 정세를 읽는 중요한 단초로 분석했다. 하지만 올해는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흡사 트럼프의 말은 골목대장의 행패처럼 다가왔다. 물론 쇼맨십을 앞세운 전략적 포석일 수 있다. 그럼에도 그 방식과 과정에서 노골적이면서 위악적이었다. 트럼프가 휘두른 주먹은 수입품 관세. 4월 2일, 트럼프는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고 선포한 후 수입품에 대해 기본 관세 10%를 부과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진짜는 따로 있었다. 특정 국가에 더 높은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부연. 나라마다 관세 협상을 진행해 미국의 이득을 취하겠다고 선포했다. 트럼프의 행보를 보면서 시대가 달라졌음을 인지했다. 노골적으로 힘을 과시하는 시대. 그래도 되는 시대.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시대인가. 그만큼 전 세계가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징조로도 보였다.

기후 위기에서 재앙으로
기후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양한 매체에서 기후 위기를 다루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조각난 빙하 위에서 표류하는 북극곰 영상처럼. 이젠 누구나 머리로는 기후 위기를 인지한다. 하지만 올해만큼 피부로 느낀 적은 없었다. 지난 3월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발생한 화재는 건국 이래 최악의 화재였다. 발화점은 사람의 부주의였지만, 번지는 속도와 규모는 기후 변화의 영향이 컸다. 최근 경상북도 동해안의 수온이 높아지며 고기압이 발달해 비가 내리지 않는 일이 많았다. 기후 변화가 고온건조한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게다가 강풍까지 불어 피해 면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올여름의 무더위도 심상치 않았다. 올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7℃. 1973년 전국에서 관측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높았다. 무더위는 여름을 넘어 가을까지 이어졌다. 강원 영동은 극심한 가뭄에도 시달렸다. 최악의 화재로 시작해 기록적 무더위를 거쳐 심각한 가뭄까지. 한 해 동안 한국은 기후 변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냈다.
믿음이 깨지다

기업은 이익을 지향한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이 이익만 취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에 수반하는 의무나 책임도 필요하다. 올 한 해 도미노처럼 일어난 통신 3사 해킹 사건은 그 책임을 무겁게 바라보게 했다. 지난 3월 SKT는 악성코드 공격으로 2300만여 명에 달하는 전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보안이 생명인 통신사에서 벌어진 일이라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신고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 2022년 문제가 있음을 알았지만, 자체적으로 숨긴 사실이 드러났다. KT 역시 사고가 터졌다. 지난 9월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악용한 소액결제 피해 사건이 발생했다. 유출을 넘어 결제 사고까지 터진 셈이다. KT 역시 해킹 사실을 발견하고도 바로 알리지 않고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다.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해커 침입 정황을 파악했는데도 당국에 문제없다고 통보했다가 결국 뒤늦게 신고했다. 대표 통신사 모두 은폐하기 바빴다. 보안이 뚫렸다는 점보다 숨기는 데 급급한 현실이 더 씁쓸했다. 여러 의미에서 믿음이 깨졌다.
"시대가 달라졌음을 인지했다. 노골적으로 힘을 과시하는 시대.
그래도 되는 시대.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시대인가."
올해의 장면
엔비디아 회동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에 세 사람이 모였다. 치킨을 앞에 두고 셋은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을 기울였다. 회식하러 모인 인근 사무실 회사원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엔비디아 CEO 젠슨 황과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현대차 그룹 회장 정의선이었다. '깐부 회동'으로 회자되는 엔비디아 주최 회동이 전 세계에 공개된 순간이었다. 기업 총수들이 치킨집에서 '소맥'을 마시는 모습은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상호명에 '깐부(오랜 친구)'가 들어가지 않았나. 무엇보다 친근함이 폭발했다. 그들의 관계가 더욱 끈끈해 보였다. 세 기업의 협력을 기대하는 마음도 절로 커졌다. 다분히 의도적이지만, 충분히 긍정적인 심리적 효과를 발휘했다. 깐부 회동 이후 관련 이야기가 뉴스로 수없이 재생산됐다. 세 총수들이 앉은 삼성역 깐부치킨 좌석의 이용 시간을 한 시간으로 제한한다는 뉴스까지 나왔으니 어련할까. AI 산업의 중심에 있는 엔비디아의 화제성을 실감할 수 있다. 아무튼 깐부치킨은 횡재했다.
올해의 물건
천마총 금관 모형

훈장과 금관. 이재명 대통령이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여한 선물이다. 그중에서 특히 금관이 인상적이었다. 현존하는 신라 왕관 중에서도 가장 크고 화려한 천마총 금관의 복제품이다. 가장 크고 화려한 금관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관을 받자마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금 당장 써보고 싶다." 절묘한 선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에 금색과 화려한 장식을 선호한다. 게다가 '거래의 제왕'이라는 표현을 즐긴다. 무엇보다 한 해 동안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폭군처럼 굴었다. 그런 그에게 금관이라니. 절묘한 타이밍에 노골적으로 취향을 저격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물론 금관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회담을 통해 한국은 굵직한 이득을 취했다. 금관을 보며 선물은 이렇게 해야 하는 거구나 싶었다. 상대의 환심을 사려면 그냥 비싼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마음을 건드려야 한다. 오늘도 배운다. 올해를 대표할 물건으로 금관 말고 떠오르지 않았다.
피지컬 2025
올해 스포츠계는 춘추전국시대를 보는 듯했다. 새로운 영웅들이 등장했고, 이를 본 사람들은 유니폼과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 밖으로 나섰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스포츠 부흥기를 맞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ditor 주현욱

프로야구 황금기
이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는 야구다. 올해 KBO 관람을 위해 야구장을 찾은 사람은 총 1231만2519명. 지난해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인 1088만7705명을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KBO 10개 구단 중 기아 타이거즈를 제외한 9개 구단이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했다는 점이다. 이토록 프로야구가 인기를 모은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2025 KBO 시즌 상반기에는 예상치 못한 이변이 생겼다. 지난해 한화와 롯데는 정규 리그에서 각각 8위와 7위에 머물렀지만, 올해 상반기는 1위와 3위로 마무리 지었다. KBO 안에서도 팬심이 두텁기로 소문난 두 구단은 관중을 120만 명 이상 동원했다. 삼성은 1982년 KBO 출범 이후 단일 시즌 가장 많은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다. 레전드 오승환의 은퇴, KBO 최초로 한 시즌 50홈런-150타점을 달성한 르윈 디아즈의 활약, 후반기 보여준 실력 반등에 힘입어 164만174명을 동원했다.

오늘도 내일도 달린다
잠깐 반짝이는 유행일 줄 알았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도 러닝을 하는 20·30대가 눈에 띄게 많아졌지만, 적당히 때가 되면 그 인기가 수그러들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러닝은 이제 범국민 생활체육으로 자리잡아가는 중이다. 현재 스포츠 업계에서는 국내 러닝 인구를 1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한다.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3월에 열린 서울마라톤 겸 제95회 동아마라톤에는 역대 최다인 4만여 명이 참가했다. 가을에 열린 JTBC 마라톤 역시 3만4000여 명이 참가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풀코스와 10K는 접수 신청 10분 만에 마감될 만큼 인기를 모았다. 세계 8대 메이저 마라톤 진입을 목표로 삼은 대구마라톤은 올해부터 하프코스를 새롭게 추가했다. 덕분에 대구마라톤 역시 역대 최다인 4만288명이 참가했다. 100km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마라톤도 주목받고 있는데, UTMB 월드 시리즈 대회로 승격한 트랜스제주에는 900여 명이 참가하며 역대 최다 참가 기록을 세웠다.
코리안 파이터들의 UFC 입성기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UFC를 떠났지만 한국 파이터들의 도전은 줄기차게 이어졌다. 올해는 유독 주목할 만한 한국 선수들의 UFC 경기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건 유주상의 UFC 데뷔전. 'UFC 316'에 출전한 유주상은 인도네시아의 제카 사라기를 상대로 옥타곤에 올랐다. 그가 선택한 링네임은 '좀비 주니어'. 등장 테마 곡 역시 정찬성이 현역 시절 사용하던 'Zombie'였다. 경기는 28초 만에 끝났다. 백스텝으로 주먹을 흘려낸 유주상은 왼손 체크훅 한 방에 사라기를 잠재웠다. 유주상은 10월 열린 'UFC 320'에서는 아쉽게도 TKO 패배를 했지만, 오랜만에 쇼맨십을 겸비한 타격가의 등장에 여전히 많은 기대를 모은다. 또한 UFC에서 2연승을 거둔 웰터급의 고석현, 엄청난 투지로 팬들을 열광시킨 미들급의 박준용도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
올해의 선수
오타니 쇼헤이

'오타니 쇼헤이는 야구의 신이다.' 아직 현역인 선수에게는 과분한 찬사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 시즌 오타니는 정말 야구의 신이었다. 가장 충격적인 경기는 2025 내셔널 리그 디비전 시리즈 4차전. LA 다저스는 월드 시리즈 진출권을 놓고 밀워키 브루어스와 맞붙었다. 7전 4선승제에서 먼저 3승을 거둔 다저스는 하루빨리 쐐기를 박고 싶어 했다. LA 다저스가 꺼낸 필승 전략은 오타니.
이날 오타니는 선발투수이자 1번 타자로 경기에 나섰고, 9회가 끝났을 때 지구에서 가장 압도적인 야구선수가 되어 있었다. 오타니는 6이닝 동안 탈삼진 10개를 기록하며 무실점을 지켰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오타니는 첫 타석부터 홈런을 기록했고, 기어이 홈런 2개를 추가로 쏘아 올렸다. 한 선수가 포스트시즌에서 10K·3홈런을 기록한 것은 100년 넘는 MLB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어쩌면 우리는 야구를 넘어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를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화예술 강국으로
해외에만 있는 페어나 서점을 가기 위해, 특정 작품을 보기 위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다. 올해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주요 페어와 전시가 열렸고, 거장들이 저마다 작품 세계를 펼쳤다.
Editor 김지수
미술계 거장들의 향연

2025년은 거장들이 한국을 무대 삼아 예술 축제를 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국내외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첫 개인전이나 대규모 회고전이 연이어 진행됐으니까. 2월에는 프랑스 대표 현대미술 작가 피에르 위그가 리움미술관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어 4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론 뮤익이 첫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했다. 작가가 고유의 스타일로 거대하고 실감 나게 구현한 작품을 보기 위해 하루에만 평균 5000명이 다녀갔다. 루이즈 부르주아는 8월 호암미술관에서 국내 최대 회고전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과 9월 국제갤러리에서 말년 20년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Rocking to Infinity> 전시를 동시에 진행했다. 국내 거장들의 회고전도 있었다. 김창열의 사후 첫 대규모 회고전으로서 의미를 갖는 <김창열 회고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이불의 대규모 전시 <이불: 1998년 이후>가 호암미술관에서 열렸다.

아시아 미술의 중심지
올해는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상륙 소식을 유난히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먼저 국제적 디자인 페어인 '디자인 마이애미'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렸다. DDP에서 진행한 <디자인 마이애미 인 시추>에는 국내외 갤러리 20곳과 71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해 총 170여 작품을 선보였다. 런던 이후 프리즈의 두 번째 상설 전시 공간이라는 의미가 있는 '프리즈 하우스 서울'도 개관했다. 프리즈 서울 아트페어가 열리는 기간 외에도 아시아 문화예술의 장이 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다. 개관전으로는 <언하우스(UnHouse)>를 개최했다. 세계 최초로 뉴욕 외에 생겨난 뉴욕현대미술관 전문 서점 '모마 북 스토어'의 소식도 반가웠다. 1000권이 넘는 아트, 디자인 서적과 PB 제품을 판매한다. 올해 말 여의도 63빌딩에 개관할 예정으로 화제를 모은 '퐁피두센터 서울 분관'은 연기되어 내년 5월에 개관한다고. 여러모로 아시아 예술 거점으로서 한국의 활약이 눈에 띄는 한 해였다.
여전히 성수동

올해 어떤 동네가 뜨거웠는지 짚어보는데, 역시나 성수동만 한 곳이 없었다. 팝업스토어 포화 상태에 이른 서연무장길에서 동연무장길로 상권만 이동했을 뿐 그 인기는 여전하다. 게다가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등을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성수동에 신사옥 '하우스 노웨어 서울'을 지었다. 브랜드 숍과 임직원 사무실이 포함된 복합 공간이지만, 대외적으로는 '하우스 노웨어 서울'이라고 불린다. 비현실적인 건물은 멀리서 보나 가까이서 보나 미래 세계에 와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킨다. 어디에도 없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적에 부합하며, 어마어마한 규모와 독창적인 디자인은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그 외에 눈에 띌 만한 공간과 팝업스토어도 많이 열렸다. 800평 규모로 안경 브랜드 블루 엘리펀트가 메가 스토어를 오픈했고, 배틀그라운드로 잘 알려진 펍지 스튜디오가 게임 속 세계관을 실물로 구현한 상설 공간 '펍지 성수'를 열었다. 내부 카페에서 쉬거나 굿즈를 사고, e스포츠 경기와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베이비 몬스터, QWER 등 아이돌 팝업스토어와 라이엇 게임즈, 젤리캣, H&M과 글렌 마틴스 협업 공간에도 수많은 사람이 오갔다.
올해의 명소
국립중앙박물관

한정판 운동화나 유명 디저트를 살 때 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이다. 올해 8월까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만 430만 명이 넘었다. 전년 대비 77.5% 증가한 숫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몇 년 전 기획한 상설 전시 '사유의 방' '청자실'과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등으로 인기를 끌다가 올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정점을 찍었다. 물론 그전에 방탄소년단 RM이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을 관람하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작품 '화하구자도'와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사진이 예열 역할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뮤지엄 굿즈 '뮷즈'는 상반기 매출액만 115억원을 달성했고, 수많은 관람객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캐릭터를 닮은 '까치호랑이 배지'를 사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반가운 사실은 외국인 관람객뿐만 아니라 내국인, 그중에서도 젊은 세대의 방문이 늘었다는 점이다.
풍년이었다
올해 대중문화계는 풍년이라고 해도 좋을 한 해를 보냈다. 극장엔 거장의 작품이 걸리고, 공연장에선 다채로운 콘서트가 열렸다. OTT의 강세는 여전했고. 10년 후에도 회자될 올해의 콘텐츠를 되돌아봤다.
Editor 주현욱

돌아온 거장들
2025년 극장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상반기 극장 매출액은 4079억원으로 전년보다 33.2% 감소했다.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그럼에도 2025년은 시네필에게 풍년으로 기억될 것 같다.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거장들의 복귀작이 연이어 공개됐기 때문. 그 릴레이에 첫 신호탄을 알린 건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었다. <기생충> 이후 6년 만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도 큰 기대를 모았지만, 로버트 패틴슨,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등 할리우드 배우가 대거 출연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하반기 스포트라이트는 박찬욱 감독이 받았다.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의 복귀작, <어쩔수가없다>는 누적 관객 수 293만 명을 기록하며 전작의 흥행 기록을 넘어섰다. 폴 토머스 앤더슨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도 빼놓을 수 없다.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제작비가 가장 많이 투입된 이 영화는 다가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강력한 작품상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한편 넷플릭스에서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 캐서린 비글로 감독의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가 호평을 모았다. 다가오는 12월 17일에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불과 재>도 극장에서 개봉한다.
"2025년은 시네필에게 풍년으로 기억될 것 같다.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거장들의 복귀작이 연이어 공개됐기 때문."

단연코 <케이팝 데몬 헌터스>
2021년에 <오징어 게임>이 있었다면, 2025년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있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올해 6월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다. K-팝 아이돌을 소재로 만든 최초의 해외 제작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사실 처음부터 반응이 뜨거웠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개 2주 차에 접어들자 빠르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넷플릭스 역대 기록을 연달아 경신했다. 지금까지 누적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시청 수는 3억 회 이상. 모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숫자다. 뮤지컬 애니메이션답게 음원도 각종 신기록을 세웠다. 'Golden'은 2025년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빠르게 10억 스트리밍을 돌파하는가 하면, 애니메이션 OST로서는 역대 최다인 '빌보드 핫 100' 8주 1위를 기록했다. 경제 효과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내용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으로 기대하는 국내 추가 관광 수입은 4조5000억원 이상이다.

웰컴 투 코리아
유독 굵직한 내한 콘서트가 많은 한 해였다. 2월에는 일본 최정상 밴드인 미세스 그린 애플이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쳤다. 상반기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건 콜드플레이. 2017년 이후 8년 만의 내한인 만큼 역대 최장 내한 공연인 6회 콘서트를 준비했다.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는 모든 회차가 매진되며 총 관객 수 30만 명, 티켓 판매 수익 약 470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콜드플레이는 역대 내한 공연을 통틀어 '최장 공연' '최다 관객' '최고 수익' 기록을 단번에 갈아치웠다. 전설적인 뮤지션들도 연이어 한국을 찾았다. 5월 한 달 동안 건즈 앤 로지스, 나카시마 미카, 한스 짐머, 팻 메시니, 리사 오노 공연이 이어졌으니 음악 팬들은 더할 나위 없는 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화제를 모았던 건 오아시스다.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오아시스는 고양종합운동장을 팬들로 가득 채웠다. 올해는 힙합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도 돋보였는데 7월에는 카니예 웨스트, 9월에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10월에는 트래비스 스캇이 공연을 펼쳤다.

스포츠 예능 시대
요즘 한국 예능계의 보증 수표는 '스포츠'다. 스포츠 예능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올해는 기존에 쉽게 볼 수 없던 종목을 앞세운 프로그램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건 MBC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이다. 올해 2월 은퇴를 발표한 김연경은 배구계의 전설 타이틀을 잠시 내려놓고 신인 감독으로 나섰다. 전직 프로 선수부터 아마추어 선수들을 모아 꾸린 '필승 원더독스'는 프로팀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도전에 나섰다. 지난 9월 28일 방영을 시작한 <신인감독 김연경>은 회차를 거듭하며 최고 시청률을 경신해나가고 있다. <피지컬: 아시아>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시즌은 <피지컬:100> 시리즈 최초로 국가대항전 방식을 도입해 또 한 번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11월 방영을 앞둔 기대작들도 있다. 감독 추신수, 단장 박세리, 투수코치 윤석민을 앞세운 <야구여왕>은 은퇴한 레전드 여자 스포츠 선수들을 모아 새로운 도전기를 그린다. 배우이자 대한복싱협회 명예부회장 마동석이 마스터로 참여하는 복싱 서바이벌 <아이 엠 복서>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한편 내년 1월 티빙에서는 LG 트윈스 투수 임찬규가 주인공으로 나서는 <야구기인 임찬규>를 방영한다.
우리 모두 오타쿠
오타쿠. 썩 유쾌한 어감은 아니다. 그간 애니메이션 애호가들은 마니아가 아닌 오타쿠라 불리며 부당한 시선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마니아의 전유물로 통하던 애니메이션들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대중문화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진격의 거인>과 <귀멸의 칼날>이 있다. 올해 3월 개봉한 영화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은 애니메이션 입문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내용은 앞서 완결된 애니메이션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극장판이 입소문을 타며 관객들은 뒤늦은 호평을 쏟아냈다. 덕분에 한동안 유튜브와 SNS는 수많은 <진격의 거인> 2차 콘텐츠로 뒤덮였다.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 11월 13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560만. 국내 개봉한 모든 일본 영화를 통틀어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이다. 12월 5일 개봉을 앞둔 <극장판 주술회전: 시부야사변 X 사멸회유> 역시 기대작으로 손꼽힌다. 한편 넷플릭스에서 공개 중인 <사카모토 데이즈> <괴수 8호 >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도 인기를 견인했다.
올해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지난봄 전 국민은 제주도 방언을 입에 달고 살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이야기다. 사실 방영 전부터 어느 정도 명작이 되리라고는 예상했다. <동백꽃 필 무렵>을 쓴 임상춘 작가가 각본을 맡았고,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로 실력을 증명한 김원석 PD가 연출을 맡았으니까. 그럼에도 방영이 시작되자 모두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오애순이고 양관식이며 양금명임을 자처하며 입소문을 실어 날랐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는데, 지구 반대편 브라질과 콜롬비아를 포함해 42개국에서 톱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폭싹 속았수다>가 한국적인 정서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성공이 더욱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한국인에게도 낯선 제목이었던 만큼, 해외로 번역된 제목도 화제였다. 영미권에는 '인생이 당신에게 귤을 줄 때(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태국에서는 '귤이 달지 않은 날에도 웃자'(ยิ้มไว้ในวันที่ส้มไม่หวาน)', 대만에서는 '고생 끝에 너를 만나다(苦盡柑來遇見你)'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올해의 슈퍼스타
오아시스

새삼스럽게 오아시스가 얼마나 대단한 밴드인지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그럼에도 오아시스를 올해의 슈퍼스타로 꼽은 건 그들이 팬들에게 기념비적인 한 해를 선물해줬기 때문이다. 2025년은 오아시스가 첫 싱글 <Supersonic>을 발매한 1994년 이후, 가장 오래도록 회자될 한 해로 남을 것 같다. 지난해 15년 만의 재결성 소식을 전한 오아시스는 올해 7월 웨일스 카디프를 시작으로 월드 투어를 떠났다. 투어는 11개국 17개 도시를 방문하는 대장정으로 꾸려졌다. 한국도 포함됐다.
오프닝 곡 'Hello'로 시작해 마지막 앙코르 곡 'Champagne Supernova'로 끝나기까지. 오아시스는 2시간 동안 23곡을 불렀고, 팬들은 공연장 곳곳에서 강강술래를 만들며 화답했다. 데뷔 31년 차에 접어든 장수 밴드지만, 그들이 내는 소리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다시 30년이 지나도 오아시스는 여전히 지금의 오아시스일 거라 믿는다. 갤러거 형제의 사이만 다시 틀어지지 않는다면.
시장은 변한다
영원한 건 없다. 인식도, 라인업도. 올해 모빌리티 분야는 보편적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새로운 브랜드가 진출해 예상외로 성과를 냈다. 어떤 브랜드는 꾸준히 노력해 인식도 바꿨다. 그렇게 더 흥미로운 쪽으로 나아갔다.
Editor 김종훈

중국 차라도 괜찮아
통했다. 중국 전기 승용차 얘기다. BYD는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 물론 중국 상용 전기차는 여럿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승용은 다른 차원의 얘기다. 한국 소비자가 중국 브랜드 자동차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외였다. 진출했다는 의미를 넘어 확실히 또 다른 선택지로 다가왔다. BYD는 올해 3000대 수준으로 판매했다. 3000대라면 폴스타 판매 대수를 훌쩍 넘기는 수치다. 처음에는 소비자가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었다. 소비자는 매력적인 가격에 즉각 움직였다.
3000만원대 아토3가 흐름을 만들었다. 9월까지 아토3는 1960대 팔렸다(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자료). 게다가 BYD에는 아토3만 있지 않다. 국내 진출 첫해에 세 대나 선보였다. 고성능 모델 씰, 성능과 가격의 균형이 좋은 씨라이언 7도 소개했다. 두 모델 판매 대수를 합하면 1000대가 넘는다. 9월까지 집계한 자료인데도 그렇다. BYD의 판매 대수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의외로 중국 차를 대하는 저항감이 거세지 않다는 뜻이다. 내년에도 또 다른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진출할 예정이다. 도로에 중국 전기차가 흔해질 날이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진지하게 고성능
현대차 그룹과 고성능은 어울리지 않았다. 대중 차 브랜드로 몸집을 불려왔으니까. 그 인식은 2015년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현대의 고성능 브랜드 N이 출범한 까닭이다. 그로부터 딱 10년 지났다. 그 사이 현대는 벨로스터 N부터 아이오닉 6 N까지 여러 대의 N 모델을 선보였다. 내연기관부터 전기차까지 N의 피도 이어왔다. 기아도 GT 배지 달며 고성능 모델을 선보였다. 이제는 제네시스까지 고성능 모델을 출시한다. 올해 '마그마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제네시스가 공개한 마그마 콘셉트카는 마그마 같은 주황색을 입었다. 조만간 양산 모델로 GV60 마그마도 선보일 예정이다. 제네시스가 마그마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마지막 조각을 완성했다. 제네시스까지 고성능 차를 선보이며 현대차 그룹이 고성능에 진지하게 임한다는 걸 증명했다. N 브랜드가 출범한 지 10년, 다음 10년을 기대할 진용을 완성한 셈이다. 내년부터 제네시스는 마그마 레이싱으로 르망 24 내구레이스에도 출전한다. 현대 N이 WRC에서 이름 알렸듯, 제네시스 마그마는 르망 24 내구레이스에서 인지도를 높이려 한다. 확실히 진지하다.

입문자를 환영하며
2종 소형 면허를 따면 보통 쿼터급(300~400cc) 모터사이클을 접하게 된다. 예전에는 네이키드 모터사이클 몇 종이 전부였다. 올해는 탈 만한 모델이 확연하게 늘었다. 특히 장르별로 다채로운 모델이 등장했다. 로얄엔필드는 게릴라 450과 히말라얀 450을 제안했다. 엔진과 섀시를 공유하는 스크램블러와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이다. 스타일과 성능 모두 챙겼다. KTM은 신형 390 시리즈를 선보였다. KTM이 잘 만드는 어드벤처와 모타드 장르의 모델들이다. 쿼터급인데도 성능이 출중해 매력적이다. 한 대로 다 하고 싶은 사람에게 맞춤 모델이다. 혼다의 GB350과 GB350 S 역시 선택지를 넓혔다. 클래식 모터사이클 좋아하는 입문자라면 후보 1순위. 올해만큼 탈 만한 쿼터급 모터사이클이 많은 적은 없었다. 물론 꼭 입문자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올해의 자동차
기아 타스만

수많은 자동차가 머릿속에 지나간다. 메르세데스-AMG SL 43은 고전적 로드스터의 흥취에 빠져들게 했다. 미니 에이스맨은 또 어떤가. 1세대 컨트리맨 크기에 전기모터를 품어 미니 특유의 재미가 뾰족했다. 아우디 A6 e-트론은 아우디의 부활을 기대하게 하고, 포르쉐 마칸은 혹하는 전기차로 다가왔다. 다들 올해의 자동차로 명함 내밀 만했다. 그럼에도 계속 마음에 머무는 한 대는 기아 타스만이다. 기아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픽업트럭. 그동안 국산 픽업트럭은 필요해서 사는 차였다. 그 형태가, 공간이 유용했다. 그 외 나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타스만은 조금 다르다. 당연히 필요해서 사지만, 이모저모 매력적으로도 다가온다. 유니크한 디자인부터 준수한 승차감, 험로 주파력, 소소한 편의성까지. 프레임 보디 SUV인 모하비 만들어온 솜씨를 잘 담았다. 호주의 유명한 오프로드 코스를 순정 상태로 올랐다는 소식에 매력도는 더욱 상승. 필요를 넘어 취향을 반영할 국산 픽업트럭이 드디어 생겼다. 그 의미를 높이 산다.
기계는 진화한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올해도 새롭게 개발된 기계들이 넘쳐났다. AI가 일상에 스며들면서 그 수준은 비약적으로 뛰었다.
Editor 김지수
AI의 일상화

어느새 가전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동반자가 됐다. 올해는 한층 진보한 AI 가전들이 등장했다. 로봇청소기 강자 로보락에서 선보인 'Saros Z70'는 말 그대로 집사가 따로 없다. AI 카메라와 객체 인식 기능이 접이식 로봇 팔과 만나 양말 같은 바닥 위 잡동사니를 치워준다. 7.98cm의 얇은 디자인은 집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삼성 비스포크 AI 냉장고에 적용한 새로운 'AI 비전 인사이드'는 내부 식재료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유통기한 확인과 재고 관리까지 돕는다. 음성과 손짓으로 문을 여는 건 기본적인 수준이다. TV도 화면만 커진 게 아니다. LG전자도 AI를 품은 TV를 공개했다. '2025 LG 올레드·QNED TV'는 TV가 꺼진 상태에서도 리모컨의 AI 버튼을 누르면 사용자 이력을 기반으로 추천 프로그램을 틀어준다. 삼성전자의 '85형 Neo QLED 8K'는 시청하는 사람이 없으면 스스로 판단한 뒤 전원을 끄는 '홈 인사이트' 기능을 탑재했고, '실시간 번역' 기능으로 시청 중인 영상 자막을 바로바로 원하는 언어로 변환한다.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게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시대가 왔다.
러닝은 장비발
국내 러닝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제 러닝하기 위해서 운동화 하나만 있으면 아쉽다. 똑똑한 웨어러블 기기도 필요하다. 러닝 열풍과 더불어 스마트워치나 골전도 이어폰을 향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러너들이 가장 먼저 챙기는 기기는 스마트워치다. 실시간으로 심박수와 페이스 GPS 등 데이터를 체크하고, 운동 후에 분석 결과를 저장한다.

GPS 전문 브랜드 가민도 덩달아 호재다. 올해만 5개 넘는 신제품을 출시했고, 그중 '포러너 970'은 100만원대 가격임에도 인기였다. 포러너 970은 기본적인 데이터 측정은 물론 이를 토대로 AI가 종합 분석해주는 '러닝 다이내믹스' 기능이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GPS 기반 내장 맵, LED 플래시라이트 등 수많은 기능도 갖췄다. 진동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골전도 이어폰 판매량도 늘었다. 다른 이어폰과 달리 귀를 막지 않아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하고,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안전하다. 샥즈의 신제품 '오픈핏 2+'는 샥즈듀얼부스트 기술과 돌비 오디오를 적용했고, 귀에 닿는 부분에 울트라 실리콘 2.0 소재를 사용해 착용감을 높였다. 이제 웨어러블 기기는 러너에게 필요한 장비를 넘어, 개인 코치이자 언제든 함께 달릴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다. 지속 가능한 러닝을 위해.

화제의 후속작
올해 테크 시장에는 모처럼 등장한 후속작이 유독 많았다. LG '스탠바이미'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너무 잘 팔려 후속작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로 인기 있는 제품이었다. 중간에 휴대 가능한 '스탠바이미 Go'가 나오긴 했지만, 실제로 약 4년 만인 지난 2월에야 '스탠바이미2'가 출시됐다. FHD에서 QHD로 픽셀 수가 늘어났고, 무게는 전작보다 2.3kg 가벼워졌다. 스크린 탈착이 가능한 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진정한 화제의 후속작은 '닌텐도 스위치 2'다. 첫 번째 시리즈 출시 이후 무려 8년 만에 나왔다. 워낙 오랜 시간이 흘러 나온 새 모델이라 기능적인 면이 극적으로 좋아졌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1.7인치 커졌고, 해상도는 HD에서 FHD로, 새로운 조이콘 2를 도입해 버튼 구성과 사용감이 대폭 개선됐다. 출시 자체가 화제였기 때문에 나흘 만에 350만 대 판매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GR 시리즈에서 6년 만에 내놓은 '리코 GRIV'가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한 채 향상된 센서와 감도, 배터리 등 기능으로, '에어팟 프로 3'가 두 배 이상 높아진 노이즈 캔슬링 기능으로 주목받았다.
올해의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7

갤럭시 Z 폴드 시리즈가 역대급으로 얇아졌다. 펼치면 4.2mm, 접어도 8.9mm다. 쉽게 말해 접었을 때 두께도 일반 스마트폰과 비슷한 것. 무게도 가벼워졌다. 215g으로 갤럭시 S25 울트라보다 3g 가볍다. 얇고 가뿐해졌는데 성능은 오히려 진보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8 엘리트 칩셋은 태블릿처럼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거나 영상 편집, 고사양 게임도 부드럽게 해내도록 돕는다. 커버 디스플레이의 가로 폭은 64.9mm로 넓어졌다. 접은 상태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메인 디스플레이를 열면 전작보다 11% 넓어진 8.0인치 화면으로 볼 수 있다. 폴더블 기기인 만큼 패널과 힌지 부분에도 신경 썼다. 방탄 유리 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패널을 보호하는 초박막 강화유리(UTG) 두께는 전작 대비 50% 올렸고, 내충격성 강화 구조로 하루에 100번 접고 펴도 최소 10년은 거뜬하다. 여러모로 강력해지고, AI 시대에 한층 가까워졌다. 이전 모델의 한계를 극복한 갤럭시 Z 폴드7을 보며 사람들은 열광했다. 물론 기본 사양 모델 기준 200만원대 가격은 감수해야 한다.
건강이 최고
올해 라이프스타일을 관통한 키워드는 '건강'이다. 웰니스 트렌드를 따라 말차가 유행했고, 균형 잡힌 한식 기반 파인 다이닝이 눈에 띄는 성적을 얻었으며, 이른 아침 러닝 후 커피와 춤을 즐기는 모임이나 과음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뭐니 뭐니 해도 역시 건강이 최고다.
Editor 김지수

바닐라·초코·딸기 말고, 말차
올해 식품업계는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편의점에 가도 카페를 가도 온통 말차로 가득했다. 말차 유행은 어디서 왔을까. 시작은 할리우드였다. 헤일리 비버, 벨라 하디드, 빌리 아일리시 같은 유명인이 말차 음료를 마시는 모습이 SNS에 퍼졌다. Z세대 사이에서는 '말차 스필(Matcha Spill)'이라는 유별난 인증 문화도 등장했다. 비싼 말차 음료를 일부러 바닥에 쏟고 옷이나 가방, 신발 등을 보여주며 과시용 사진을 찍는 식이다. 이런 흐름이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의 취향을 따라 하는 '디토(Ditto) 소비'로 이어졌다. 디토는 라틴어로 '나도'를 뜻한다.
프랜차이즈 카페도 앞다투어 말차 열풍에 뛰어들었다. 투썸플레이스는 '스트로베리 말차 라떼'를 포함한 음료 3종과 '떠먹는 아이스박스' 케이크 말차 버전을 선보였다. 스타벅스는 '슈크림 말차 라떼'와 '코코 말차'를, 공차는 '딸기 말차 밀크티'와 '말차 티라미수 라떼'를 공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말차에 진심인 건 제과업계였다. 빙과류에서 말차 맛 월드콘, 설레임, 티코가 나왔고, 빈츠, 쿠크다스, 초코파이, 빼빼로, 초코송이, 버터링까지 말차를 활용한 수많은 과자 제품이 세상에 선보였다. 클래식한 과자들이 쌉쌀하고 달콤한 맛으로 탄생하는 일은 반갑고 흥미로웠다. 얼마나 지속될진 모르지만 바닐라, 초코, 딸기 외에도 말차라는 맛 선택지가 늘어난 한 해였다.
한식의 승승장구
세계에서 한식이 이토록 뜨거웠던 적이 있었나. 해마다 한식의 위상이 높아진다지만 올해는 유독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 먼저 '밍글스'의 행보가 독보적이었다. 2월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5'에서 국내 유일한 3스타 레스토랑으로 발표된 데 이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5'에서 5위를,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5'에서 29위를 차지했다. 밍글스는 직접 담근 장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인 요리와 전통 한식에 유러피언 스타일을 가미하는 등 재해석으로 주목받았다. 이 외에도 조셉 리저우드 셰프가 운영하는 '에빗'이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5'에서 새롭게 2스타를 획득했고, 조선 팰리스 내 손종원 셰프가 지휘하는 '이타닉 가든'은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5'에 25위로 첫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공통점은 모두 한식을 중심으로 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라는 것.

한식이 주목받은 건 웰니스 트렌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계는 점점 더 건강에 주목하고 있고, 한식은 쌀밥을 기본으로 발효식품과 채소, 나물에 고기 반찬을 추가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고루 갖춘 음식이니까. 작년 미국에서 품절 대란이었던 냉동 김밥도 저렴한 가격에 건강하게 만든 음식을 편리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뉴욕에서 박정현, 박정은 셰프가 운영하는 한식 파인 다이닝 '아토믹스'도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작년 6위에 이어 올해 12위로 높은 순위권을 유지 중이다. 올해 기세가 좋았던 만큼 앞으로 그려나갈 한식의 세계화를 기대해본다.

알코올, 없는 게 대세
부어라 마셔라 술 마시던 시대는 지났다. '술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기심'이란 뜻의 단어 '소버 큐리어스'가 등장하더니, 편의점 주류 냉장고에는 논알코올 제품이 다수 등장했다. 신제품도 끊임없이 나왔다. 하이트진로음료에서는 올해 열대 과일 풍미의 '하이트제로0.00 포멜로'에 이어 '하이트제로 0.7%'를 출시했고, 롯데칠성음료는 '클라우드 논알콜릭'을, 오비맥주는 알코올, 당류, 칼로리, 글루텐이 없는 '카스 올 제로'를 선보이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알코올 맥주를 판매하는 식당도 1만2000개이던 작년에 비해 5만 곳까지 늘었다. 무엇보다 시장 규모가 확 커졌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인 유로모니터는 2021년 415억원이던 시장이 2024년에는 704억원 규모를 넘어섰고, 2027년에는 956억원까지 성장할 거라고 예상했다. 확실한 건 지금이 논알코올 시장의 전성기라는 점이다. 술 잘 마시는 사람, 못 마시는 사람만 있던 시대에 '굳이 취하지 않는 사람'이 등장했다.
"술 잘 마시는 사람, 못 마시는 사람만 있던 시대에
'굳이 취하지 않는 사람'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전통주
주류 시장에서 전통주 출고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로, 여전히 미미하다. 하지만 올해도 크고 작은 전통주 양조장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성장했다. 고무적인 건 2024년에 비해 20~30대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주류 취향이 확장하면서 '해미복숭아주' '혼디주'처럼 복숭아나 감귤을 활용한 과실주도 인기를 끌었다. 게다가 전통주는 농수산 업계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식생활이 서구화하고 대체 식품 소비가 늘면서 국내 쌀 소비는 줄고 초과 생산된 쌀이 많아졌는데, 전통주 제조에 쓰이면서 쌀 소비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전통주가 주목받은 기간도 있었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하 'APEC') 정상회의' 때다. APEC은 행사마다 다양한 전통주를 식사 자리에 올렸다. 배혜정도가의 '호랑이 유자 생막걸리'는 막걸리로서 최초로 정상회의 만찬 건배주로 오르는 영예를 안았고, 국산 와인 '오미로제 연'과 '위 레드' '위 화이트' '오계리 아이스와인'도 CEO 서밋 만찬주로 활약했다.

러닝 크루에서 모닝 레이브로
아침 7시, 한바탕 뛰고 난 뒤 커피를 마시며 춤추는 사람들이 있다. 모임은 점점 늘어나 서울을 넘어 경기와 지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커피 레이브(Coffee Rave)'라고 불리는 웰니스 트렌드다. 커피 레이브의 발원지는 미국과 호주다. 작년부터 카페와 베이커리에 DJ 부스를 차리고 '아침형 인간'들이 모여 카페인에 각성된 채 음악에 몸을 맡겼다. 지난해 '러닝 크루'와 '등산 크루'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 흐름이 커피 레이브로 이동했다. 그 시초이자 중심에 있는 '서울모닝커피클럽(SMCC)' 대표는 뉴욕과 이탈리아 생활 당시에는 흔했던 이른 아침 영업하는 카페를 한국에서 찾기 어려워, SNS에 일찍 문 여는 카페를 공유하다가 모임을 시작했다. 매번 러닝을 하는 건 아니다.

때로는 요가를 하고, 조조 영화를 보고, 독서 모임도 한다. 운동 없이 커피만 마시면서 춤을 추기도 한다. 중요한 건 일찍 일어나 삶을 주도하는 모닝 루틴, 즉 미라클 모닝과 맥을 같이하는 점이다. 또 다른 커뮤니티 '더 제로 클럽'은 파라다이스시티와 함께 '런 드롭 투 파라다이스'를 개최했고, 지난여름 이태원 몬드리안 서울 호텔은 대낮에 '파차 커피 파티'를 진행했다.
올해의 레스토랑
모수 서울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지만, 모수 서울은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심사위원 안성재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2023년에는 국내 유일한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이었다. 작년 1월을 마지막으로 이전을 준비한 모수 서울이 올 3월 재개장 소식을 알렸다. 대중의 반응은 엇갈렸다. 미쉐린 3스타 출신 스타 셰프의 음식을 다시 만날 수 있다고 기뻐하는 사람들과 인당 42만원 디너 코스가 값비싸게 느껴진다는 사람들이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해 대중교통을 권하는 점, 코키지 비용이 테이블당 20만원으로 제한된 점도 논란이었다. 하지만 모수 서울이 문을 열자마자 잡음은 자연스레 잦아들었다. 훌륭한 음식과 섬세한 응대, 안성재 셰프의 팬 서비스를 경험한 이들은 모두 만족했다. 모수 서울은 열띤 인기에 2026년 1월 예약까지 완료된 상태다. 사실상 지불할 돈과 마음이 있어도 쉽게 갈 수 없다. 이 정도면 올해의 레스토랑이 맞다.
올해의 음료
블랙 글레이즈드 라떼

1초당 2잔씩 팔렸다. 누적 판매량은 500만 잔을 넘어섰다. 스타벅스 '블랙 글레이즈드 라떼' 이야기다. 커피 위에 크림치즈와 생크림, 우유, 설탕 등으로 만든 글레이즈드 폼을 올려 달고 짠맛이 번갈아 나는 게 매력이다. 올해 처음 블랙 글레이즈드 라떼가 출시된 건 아니다. '토피 넛 라떼' '슈크림 라떼' '캐모마일 릴렉서'처럼 2019년부터 매년 스타벅스에서 출시하는 시즌 음료 중 하나였다. 다만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이 음료를 '블글라'라고 하며 출시를 기다렸고, '블글라'가 나오면 가을이 온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다비치 강민경의 유튜브 채널에 등장한 것이 인기에 한몫하기도 했다. 그는 제일 좋아하는 음료라고 말하며, 에스프레소를 한 샷 추가한 뒤 글레이즈드 폼과 초코 드리즐을 적게 넣는 맞춤 주문 레시피를 소개했다. 블랙 글레이즈드 라떼는 올해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고, 인기에 힘입어 판매 기간을 11월 27일까지 한 달 연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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