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국제전화 쇄도” “최근 보이스피싱도?”···쿠팡 ‘2차 피해’ 없다지만, 탈퇴 행렬 현실화

‘탈퇴할까 말까. 여러분의 선택은.’
쿠팡에서 3370만명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자 1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개설된 한 피해자 모임에는 이런 투표가 약식으로 진행됐다. 쿠팡 탈퇴 여부를 묻는 투표로, ‘즉시 해지’(9명)보다 ‘유지’(50명)라는 응답이 월등히 많지만 ‘고민 중’(77명) ‘환승 준비’(15명)라는 응답까지 합치면 쿠팡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확산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도 ‘쿠팡 탈퇴’ 인증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비밀번호만 바꾸려다가 너무 짜증이 나서 아예 탈퇴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불매운동도 제안하고 있다. e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회원 상당수가 충성고객이라 탈퇴가 많지 않을 수 있지만, 기업 이미지와 신뢰에 상당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이 같은 분위기는 이번 사태 경위가 드러나면서 쿠팡의 책임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가 상장한 미국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개인정보를 유출한 용의자가 ‘퇴사한 직원’으로, 쿠팡 재직 시 인증키를 담당했으며 해외 서버를 통해 무단으로 접근해 벌어진 일로 알려지면서, 쿠팡은 내부 통제 허점에다 서버 보안 부실 문제까지 지적받고 있다.
쿠팡이 개인정보 무단 유출을 처음 알게 된 것 또한 자체 조사를 통해서도 아니었다. ‘네 개인정보를 알고 있다’는 협박 e메일을 받은 고객들이 쿠팡 고객센터를 통해 항의하면서다. 쿠팡도 이후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회원 개인정보를 갖고 있다. 보안을 강화하지 않으면 유출 사실을 언론에 알리겠다’는 협박 e메일을 받았다.
소비자 불안은 더 확산하고 있다. 쿠팡은 애초 “2차 피해가 보고된 바 없다”며 “카드 정보 등 결제 및 로그인 관련 정보는 노출이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이 또한 믿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현재 우려되는 2차 피해는 유출된 개인정보를 악용한 스미싱·보이스피싱이다. 쿠팡 사태 이후 “이상한 국제전화가 쇄도한다” “주문하지 않은 물품이 배송 중이라는 문자를 받았다”는 등과 같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직장인 임모씨(43)도 “최근에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는데 쿠팡 때문인가”라고 말했다.
쿠팡에 등록된 정보에는 아파트 공동현관문 비밀번호는 물론 가족·지인의 주소와 연락처 등도 기재한 경우가 많아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그러나 이 피해가 쿠팡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를 악용한 사례인지를 소비자가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올해에만 SK텔레콤(2300만명)과 롯데카드(297만명)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에서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쿠팡은 또 “피해 방지를 위해 조처를 했으므로 고객이 추가로 조치할 사항은 없다”고 밝혔으나, 온라인에는 ‘쿠팡 고객이라면 이것만큼은 바꿔라’ 식의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비밀번호 변경과 내 로그인 외 모두 로그아웃, 결제수단 삭제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를 받거나 주주 집단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는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다. 미국 증시 상장사는 ‘중대한 사이버 보안 사고’를 인지한 시점에서 4영업일 이내에 관련 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한 쿠팡은 현재까지 이렇다 할 공시를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SK텔레콤은 유심 해킹 사태 당시 사이버 침해 사고 전담센터 등을 신설했는데, 쿠팡은 아직 그런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며 “대대적인 개선 방안이 있어야 다시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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