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토루아: 뉴질랜드 관광의 시작과 현재
제주는 '섬'이다. 그래서 지속 가능성을 얘기할 때는 늘 개발과 보존을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섬나라 뉴질랜드는 산악, 호수, 해안선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등 제주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김소은 THE 관광연구소 대표가 안식년으로 뉴질랜드에 있는 동안 '관광 1번지'를 지향하는 제주가 참고할 만한 뉴질랜드의 사례를 가지고 독자들과 비정기적으로 만난다. [편집자 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 오클랜드를 벗어나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약 230km를 달리다 보면, 창문을 스치는 공기 속에서 은근한 유황 냄새를 감지하게 된다. 차량으로 2시간 반 남짓 달려 닿는 곳이 로토루아(Rotorua)다. 북섬의 지리적 중심을 이루는 이 도시는,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단순히 '여행지' 이상의 위상을 가진다.
로토루아는 마오리 문화의 심장부이자, 근대 뉴질랜드 관광 산업의 발상지라는 역사적 정체성을 동시에 지닌 곳이다. 19세기 후반, 땅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로운 간헐천과 치유의 온천수는 유럽인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고, 이는 오늘날 뉴질랜드가 세계적인 관광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첫걸음이 되었다.
오늘날 뉴질랜드 국민(키위; Kiwis)들은 이 특별한 도시를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천혜의 리조트로 즐긴다. 땅이 선사하는 따뜻함으로 피로를 녹이는 프리미엄 지열 온천 스파는 물론,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숲과 호수를 무대 삼아 즐기는 레포츠가 일상이다. 특히 세계적인 수준의 산악자전거 트레일과 다양한 수상 액티비티는 로토루아가 가진 자연의 힘을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관광도시를 설명하는 안내센터
로토루아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공식 관광안내센터 아이사이트(i-SITE)는 이 도시의 관광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국가 관광 정책의 핵심 구조를 대변한다. 아이사이트는 뉴질랜드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전국적인 공식 정보 네트워크로, 북섬에서 남섬까지 전국 80여 개의 주요 거점에 설립되어 운영된다. 이 네트워크는 일관된 서비스 품질과 신뢰도를 관광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관광 상품의 퀄리티 보증 시스템(Quality Assurance)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단일 도시 관광안내소로는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하는 로토루아 아이사이트는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모범 사례다. 이곳은 1988년에 완공 당시 뉴질랜드 건축계에 큰 영향을 미친 포스트모던 마오리 리바이벌 양식을 반영한다. 특히 지붕은 마오리족의 회의장인 마라에(Marae)의 전통 양식과 지열이 솟아오르는 자연의 역동성을 시각적으로 결합하였다고 한다.
아이사이트는 단순한 안내를 넘어, 이 지역 관광의 통합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의 관광정보센터가 주로 정보 제공에 머무는 것과 달리, 아이사이트는 실제 예약 및 판매 기능을 통합하여 관광객의 편의를 극대화한다. 또한, 한국의 안내소가 지자체별로 분산되어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면, 아이사이트는 정부 주도하에 전국적인 통일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열의 선물, 왕실 스파의 역사부터 대중을 위한 쿠이라우 공원까지
로토루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강렬하고 독특한, 도시 전체를 감싸는 유황 냄새을 맡게 된다. 도심 곳곳에서는 뿌연 증기가 땅바닥이나 하수구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이 냄새는 마치 썩은 달걀 냄새처럼 꽤나 지독하지만, 이는 로토루아가 살아있는 지열 지대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표식이다.
로토루아 온천 개발의 역사는 19세기 후반 유럽 식민 시대와 함께 시작된다. 당시 유럽인들은 이 지역의 간헐천과 뜨거운 진흙이 주는 자연적인 치유력에 주목했고, 1880년대에는 마오리족이 수 세기 동안 사용해 온 이 지열 자원을 근대적인 시설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영국 왕실의 후원 아래 개발된 폴리네시안 스파(Polynesian Spa)와 같은 초기 시설들은 단순한 목욕을 넘어 의학적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관광의 발상지가 되었다. 이러한 개발 배경 덕분에 로토루아는 스파와 웰니스 관광의 메카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현재 로토루아를 찾는 관광객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열의 혜택을 누린다.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는 단연 폴리네시안 스파인데, 이곳은 여러 개의 풀장에서 산성 미네랄 온천과 알칼리성 온천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산성 온천은 피로 회복과 통증 완화에, 알칼리성 온천은 피부 미용에 좋다. 특히 헬스 게이트 지열 보호구역 및 머드 스파(Hell's Gate Geothermal Park & Mud Spa)는 뉴질랜드에서 유일하게 천연 지열 진흙 목욕(Mud Bath)을 제공하는 곳으로 명성이 높다. 헬스 게이트의 진흙과 유황수는 현지 마오리족이 800년 이상 피부병과 관절염 치료에 사용해 온 유서 깊은 치유 자원이며, 특히 남반구에서 가장 큰 온천 폭포 등 역동적인 지열 지형을 확인할 수 있다.

폴리네시안 스파 바로 옆에 위치한 정부 정원(Government Gardens)은 온천 관광의 역사적 배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또 다른 공간이다. 과거 유럽 귀족들을 위한 호텔과 스파 시설을 갖춘 휴양지였다고 한다. 특히 1908년에 완공된 웅장한 튜더 양식의 건물이 당시의 화려함과 권위를 보여준다. 이 건물은 오랫동안 배쓰 하우스(Bath House)로 불리며, 유럽의 부유층과 왕족들이 방문해 류머티즘 등 각종 질병을 치료하던 장소로 이용되었다. 한동안 이 건물은 로토루아 박물관으로 사용되었고, 정원내 볼링 그린, 크로케 잔디밭 등 빅토리아 시대의 여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남아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덕분에 정원 전체가 뉴질랜드의 웰니스 관광이 시작된 상징적인 현장으로 살아있는 듯 했다.
정원에서 나와 로토루아 호수를 따라 걷다 보면, 호수와 지열이 만나는 지점인 설퍼 포인트(Sulphur Point)를 마주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끊임없이 끓어오르는 진흙 연못(Mud Pools)과 간헐적으로 증기를 내뿜는 분출구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특유의 강한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며 뜨거운 증기가 올라오는데, 그 위를 태연히 걸어 다니는 새들의 모습이 매우 이색적이었다. 이 설퍼 포인트는 1970년대에 발생한 '지열 에너지 고갈 위기'와 관련된 중요한 역사적 교훈을 가진 장소다. 당시 로토루아 시민들이 개인 난방 등을 위해 지열정을 무분별하게 파면서 자원이 급격히 고갈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에 포후투 간헐천 등 주요 관광 자원의 분출력이 약해지자, 뉴질랜드 정부는 1980년대에 대대적인 지열정 폐쇄 정책을 단행하였다. 이 강경한 조치 덕분에 지열 자원은 회복되었으며, 설퍼 포인트는 지속 가능한 자원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 현장으로 남아 있다.
로토루아에서 온천 시설이나 스파가 추가로 건립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경험에서 비롯된 강력한 정부 규제 정책의 결과이다. 온천 자원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스파 시설이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지열을 공공의 자원으로 간주하는 뉴질랜드 정부의 방침 때문이다. 신규 개발은 지열 시스템의 총 사용량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허가되며, 민간 업자가 스스로 지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하므로 사실상 신규 진입이 매우 어렵다. 결국 정부는 자원의 영구적인 보존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민간의 자유로운 개발을 규제하고, 기존 시설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로토루아의 관광 산업을 관리하고 있다.
살아 숨 쉬는 마오리 전통 마을과 마오리 문화
로토루아의 지열 지대 한가운데 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테 아라와(Te Arawa) 부족 후손들이 살고 있는 와카레와레와(Whakarewarewa) 마을이 있다. 이곳은 박제된 전시관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끓어오르는 진흙과 간헐천 사이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볼 수 있다. 땅에서 솟아오르는 유황 증기와 진흙 연못의 기포 소리가 뒤섞인 모습이 바로 화산이 폭발하지는 않을까하는 긴장감을 느껴지는 마을이었다. 그 거친 소리와 냄새는 마오리 주민을 삶을 엿보는 것을 넘어서 살아있는 화산 지대 한가운데 서 있다는 생생함을 전달해 주었다. 이 뜨거운 하천 곁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지열을 '자연이 준 선물'로 부르며, 난방은 물론, 음식을 조리하고, 빨래를 하는 등 생필에 필요한 모든 것에 지열을 활용한다고 한다.
와카레와레와와 더불어 로토루아에는 마오리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는 주요 관광지 두 곳이 더 운영된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는 테 푸이아(Te Puia)로, 마오리족의 예술과 공예에 초점을 맞춘 곳이다. 이곳은 뉴질랜드 마오리 예술 공예 연구소(NZMACI)가 운영되는 곳으로, 마오리 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방문객들은 이 연구소를 통해 마오리 전통 조각과 직조 기술을 배우고, 현대의 장인들이 작업을 이어가는 모습을 직접 관람하며 숙련된 기술을 엿보게 된다. 테 푸이아의 관람 동선은 마오리 문화와 경이로운 지열 현상을 결합하도록 설계되었다. 관람객들은 연구소 구역을 지나 푸아렌가(Puarenga) 진흙 연못과 지열 계곡을 따라 걷게 되며,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증기와 끓어오르는 진흙의 역동성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테 푸이아는 단순한 문화 학습을 넘어 경이로운 자연 환경을 함께 제공한다. 이곳은 남반구에서 가장 활동적인 간헐천인 포후투 간헐천(Pohutu Geyser)을 볼 수 있는 핵심 장소다. 포후투 간헐천은 때때로 30미터 이상의 높이로 분출하는 장엄한 모습을 선보이며, 마오리 문화와 지열 자연의 위대함이 공존하는 유일한 장소로 테 푸이아의 위상을 높인다.
테 푸이아가 낮의 마오리문화를 체험 가능하다면, 밤의 마오리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미타이 마오리 빌리지(Mitai Māori Village)가 있다. 깊은 숲속 환경과 와이오히나와(Wai-o-whinau) 연못을 배경으로 몰입형 문화 체험을 제공한다. 마오리 가족이 운영하는 이곳은 오리엔테이션에서 마오리 문화에 관한 설명을 듣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문화체험을 하는 형태이다. 이후 공연장으로 장소를 옮기면 마오리 전사들의 전통적인 환영 의식인 포휘리(Pōwhiri)를 볼 수 있다. 이후 무시무시한 표정과 발 구르기가 압도적인 하카(Haka)를 눈 앞에서 펼쳐진다. 남성 전사들이 타이아하(Taiaha, 창과 유사한 긴 무기)와 메레(Mere, 짧고 납작한 곤봉 모양의 무기) 등 전통적인 무기를 휘두르며 전투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데 위압감이 상당했다. 여성 공연자들은 줄에 매단 공 모양의 장식물인 포이(Poi)를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인 리듬에 맞춰 휘두르며 춤을 춘다. 이러한 공연은 단순한 쇼가 아닌 마오리 문화의 예술성과 정신을 전달한다.
이후 전통 지하 찜 요리인 항이(Hāngi)를 맛보는 저녁 식사가 이어지며, 체험의 하이라이트로 단지 내 하천에서 마오리족들의 와카(Waka, 전통 카누) 전투 시연이 펼쳐진다. 어둠이 내린 와이오히나와 물 줄기를 따라 마오리 전사들이 전통 전투 카누를 타고 등장하는 장면을 바라보며 정말 이렇게 전투를 했을까 당시의 상황을 그려볼 수 있다. 이후 글로우웜(Glowworm, 발광 애벌레)의 신비로운 불빛을 관찰하는 것으로 긴 여정이 마무리된다. 이처럼 미타이 빌리지는 자연, 전통, 스토리텔링을 융합하여 마오리 문화의 신비로운 측면을 극대화한다.

붉은 거목들이 빚어낸 숲의 마법: 로토루아 레드우드 숲과 트리워크
로토루아의 외곽에는 도시의 지열 냄새를 잊게 만드는 거대한 와카레와레와 산림 공원(Whakarewarewa Forest Park)이 펼쳐진다. 이곳은 거대한 캘리포니아산 레드우드(Redwood, 세콰이어) 나무들이 빽빽하게 심어져 조성되었으며, 그 웅장한 규모와 붉은 수피 덕분에 흔히 '레드우드 숲'으로 불린다.
이 숲의 역사는 뉴질랜드의 조림 정책과 깊은 관련이 있다. 1901년경, 뉴질랜드 정부는 목재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전 세계의 다양한 나무 품종을 시험적으로 식재했으며, 그때 심어진 나무들이 지금의 레드우드 숲을 이루게 되었다. 비록 캘리포니아산 레드우드는 뉴질랜드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이 났지만, 결과적으로 이 숲은 경제림 대신 로토루아의 상징적인 휴양림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과정은 현재 개발과 보존에 대한 다양한 논란을 안고 있는 제주의 수많은 삼나무 숲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 로토루아의 사례는 산림 자원을 다른 관점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 숲은 자연 속에서 활력을 찾는 트레킹과 아웃도어 활동의 성지로 유명하다. 다양한 난이도의 하이킹 트랙과 세계적인 수준의 산악자전거 트레일이 조성되거 있다. 하이킹 코스는 난이도와 소요 시간에 따라 짧게는 30분짜리 순환 코스부터 길게는 8시간이 넘는 종주 코스까지 세분화되어 있어, 방문객의 체력과 시간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부드러운 흙길과 거목들 사이로 난 수많은 코스는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모두 만족시키며, 로토루아를 '산악자전거의 성지'로 끌어올린 핵심 동력이다.
숲의 입구에 있는 레드우드 트리워크(Redwoods Tree Walk)는 숲의 경험을 입체적으로 확장한다. 트리워크는 지상에서 최대 20미터 높이에 설치된 28개의 현수교(Suspension Bridges)로 구성된다. 거목들의 캐노피(Canopy, 숲의 윗부분) 사이를 걷는 고가 보행이 주는 재미가 색달랐다. 때로는 흔들리고 삐걱이는 다리를 따라 약 700미터의 길을 걸으며, 수십 년 된 거대한 나무들의 줄기와 잎 사이를 걷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더불어 유명 조각가의 장식물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볼거리를 더한다. 특히 밤에는 레드우드 나이트라이츠(Redwoods Nightlights)라는 이름으로 환상적인 조명이 숲을 밝혀 낮과는 완전히 다른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사람보다 양이 많은 나라에서 만난 양 체험: 아그로돔(Agrodome)
로토루아가 자연과 문화를 결합한 관광의 발상지라면, 아그로돔(Agrodome)은 뉴질랜드의 핵심 산업인 농축산업의 매력을 관광 상품으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장소이다. 인구보다 약 4.5배 많은 양이 사는 나라답게, 아그로돔은 광활한 초원을 배경으로 뉴질랜드의 목장 생활을 통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농장 쇼(Farm Show)이다. 농장주인이 선보이는 양털 깎기 시범을 보며 빠른 기술에 감탄했다. 양털 깎기는 일반적으로 양 한 마리를 순식간에 뒤집어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진행되며, 이는 양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고 털을 효율적으로 얻기 위한 전문 기술이다.
쇼에서는 17종에 달하는 뉴질랜드 대표 품종의 양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세계 최고급 양모를 가진 메리노(Merino), 뉴질랜드에서 가장 널리 사육되는 품종인 롬니(Romney), 검은 얼굴과 다리를 가진 서퍽(Suffolk), 길고 광택 있는 양모를 가진 보더 레스터(Border Leicester) 등 양의 다양한 생김새를 볼 수 있다. 객석의 아이들을 불러 아기 양에게 우유를 먹이는 모습 또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장면 중의 하나였다.

도시를 품은 호수, 로토루아 관광의 생명수
로토루아의 관광 매력은 지열, 문화, 모험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되지만, 이 모든 요소들을 하나로 엮어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단연코 로토루아 호수(Lake Rotorua)이다. 호수는 도시의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로토루아가 관광 도시로 기능하게 만드는 생명수, 그 자체이다. 호수의 서남쪽, 즉 도심과 인접한 구역을 중심으로 로토루아의 핵심 관광 자원들이 매력적으로 집적되어 있다. 도심에는 뉴질랜드의 기념품을 살 수 있는 다양한 상점가와 잇 스트리트(Eat Streat)와 같은 활력 있는 공간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잇 스트리트는 개폐식 투명 지붕과 야외 좌석을 갖춘 식당가로, 마오리 전통 요리인 항이(Hāngi)와 지역 특산물인 마누카 꿀 등을 맛볼 수 있는 미식의 중심지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방문객들은 이 호수를 중심으로 아이사이트에서 정보를 얻고, 정부 정원과 폴리네시안 스파에서 역사적인 웰니스 문화를 체험하며, 설퍼 포인트에서 지열 자원 보존의 교훈을 얻는 동선을 경험하게 된다.
호수는 로토루아 도심에 넓은 수변 공간을 제공하며, 특히 지열 현상으로 인한 유황 냄새가 강한 도시 환경을 완충하는 핵심 축이다. 수상 비행기나 크루즈 선박이 이착륙하고 운항하는 중요한 교통 인프라 역할을 하며, 낚시, 요트, 카약 등 다양한 수상 레저 활동의 중심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역사적으로도 호수는 마오리 부족에게 식량과 물류를 제공하는 중요한 생존 자원의 기반이었다. 호숫가를 따라 잘 조성된 산책로와 잔디밭은 시민들과 관광객 모두에게 여유로운 휴식을 선사하며, 특히 도심 바로 옆에 자리한 호수는 로토루아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지열과 모험으로 가득 찬 하루를 마친 후 자연 속에서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완벽한 종착지 역할을 한다.
호수와 도시가 단절되지 않고 상호 보완하며 매력을 증폭시키는 로토루아의 풍경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평화롭고 조화로운 관광지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 느껴졌다. 이곳은 자연과 문화를 결합한 관광의 발상지이자, 농축산업을 체험형 콘텐츠로 승화시킨 아그로돔과 같은 명소를 통해 산업과 관광의 융합의 다른 사례를 보여준다. 또한 숲 속 시설 설치나 목장 체험 과정에서 확인했듯, 최소한의 간섭으로 최대한의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은 자연 보존과 관광 개발의 균형을 모범적으로 제시한다. 로토루아에서 뉴질랜드가 어떻게 1차 산업과 자연 자원을 교육적이고 흥미로운 관광 자산으로 재탄생시켜 세계인에게 매력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이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오랜 숙제를 안고 있는 제주에, 자연의 잠재력을 지속 가능한 미래로 전환하는 방법에 대한 중요한 영감을 던져주었다.

제주에서 10여년을 살다 뉴질랜드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관광, 람사르습지 보전, 해양관광 자원 발굴 등과 관련한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으며,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대학때부터 관광경영학을 전공하였으며, 석박사 과정에서 관광경제, 마케팅, 관광객 행동 등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현) THE(Think for Human & Earth) 관광연구소 대표, 섬연구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