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탈석탄동맹' 가입에 조선일보 "환경 탈레반에 발목" 맞나
탈석탄동맹 가입에 조선일보 연이어 비판 사설
한겨레 칼럼 "한국만 급발진? 책임 가볍지 않다"
브라질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주요언론 중 한겨레·SBS·동아사이언스만 현장취재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이번엔 '탈석탄' 급발진, 나라가 환경 단체 놀이터> (11월19일 조선일보 사설)
<맹탕으로 끝난 기후 총회, 우리만 급발진한 뒷감당 걱정된다> (11월24일 조선일보 사설)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 또 합의 못 한 유엔… 결국 한국만 '급발진'> (11월24일 조선일보 기사)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한국은 이번 총회에서 아시아 국가 중 두 번째로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하고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줄이겠다는 NDC(온실가스 감축 계획)를 발표했다.
이를 놓고 조선일보는 한국이 홀로 '급발진'했다는 사설을 거듭 냈다. COP30은 화석연료 퇴출 논의를 본격화했지만 정작 산유국들의 반대로 '로드맵 합의'에 이르지 못해 '맹탕 총회'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한국만 화석연료 전환 관련 '급발진'해 “스스로 족쇄를 두 개나 채운 셈”(11월 24일자 조선일보 사설)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환경 탈레반'들에게 눈치를 본다는 식의 거친 표현이 반복됐다. 조선일보는 지난 19일자 <이번엔 '탈석탄' 급발진, 나라가 환경 단체 놀이터> 사설에서 “한국의 탈석탄은 기후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없는 것이다. 결국 이는 국가 산업보다 환경 시민단체들을 더 의식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5년 정권이 15년 뒤의 중차대한 국가적 결정을 함부로 내려서도 안 된다. 나라는 환경 탈레반들의 놀이터가 될 수 없다”라고 했다.
지난 24일자 <맹탕으로 끝난 기후 총회, 우리만 급발진한 뒷감당 걱정된다> 사설에서도 조선일보는 “대체 무엇을 위한 '급발진'인가. 국가 산업 경쟁력보다 '환경 모범생' 소리를 듣는 것이 더 중요한가”라며 “이런 식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이고 탈석탄 시기를 앞당기면 기업 부담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전기 요금도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환경 탈레반들에게 발목 잡힌 나라 장래가 걱정스럽다”라고 했다.
한겨레 환경팀장 “우리만 급발진이라고?”
이에 박기용 한겨레 지구환경팀장은 <NDC '우리만 급발진'이라고?> 칼럼에서 “보수언론은 '우리만 급발진', '정부가 환경 탈레반에 사로잡혔다'고 비판한다. 배출량 비중이 고작 1%대인 우리가 왜 무리하느냐,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왜 나서냐는 얘기”라고 지적한 뒤 “한국인의 온실가스 배출량(9.5톤)은 영국인(8.6톤)이나 일본인(8톤), 중국인(4.9톤)보다 많고 전세계인 평균(4.7톤)의 두배다. 우리 책임이 절대 가볍지 않다”라고 했다.
박기용 팀장은 “'무리한 감축'은 사실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2050년 탄소중립'을 해야 기후변화를 막는데, 신차 평균 수명 15년을 고려하면 2035년부터는 내연차가 시장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 이건 이미 세계적 흐름”이라고 했다.

이어 박 팀장은 “정부가 이런 전환을 추동하지 않고 산업계에 시간을 주는 게 바람직한 일일까. 이미 우리는 이런 전환에 뒤처져 있다”라고 강조한 뒤 “기후위기 대응은 도덕의 문제만이 아니다. 산업 전환기, 문명 전환기의 적응 전략이다. 단기적 이익을 좇거나 당장의 불편함을 피하려다 더 큰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지금이 '가만히 있자'는 소리나 할 때일까”라고 했다.
브라질 간 한겨레·SBS… '아마존 파괴' 현장 전달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COP30 현장에 취재 인력을 보낸 언론사는 한겨레와 SBS, 동아사이언스뿐이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COP29 현장에는 한겨레와 세계일보가 인력을 보냈고, 2023년에는 한겨레와 KBS, 2022년 총회 때는 경향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KBS가 현장을 취재했다. 동아사이언스는 올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취재에 나선 언론일수록 COP 관련 기사 수가 많았다. 주요 일간지 지면 기준 지난 10일부터 지난 26일까지 'cop'를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한겨레 24건 △경향신문 17건 △동아일보 10건 △조선일보 7건 △세계일보 5건 △한국일보 4건 △중앙일보 3건 △서울신문 2건의 COP 관련 기사가 나왔다. SBS도 10건 안팎의 기사(네이버 포함)를 같은 기간 내보냈다. 반면 △매일경제 3건 △한국경제 2건 △서울경제 1건 등 경제지는 관련 기사를 많이 내지 않았다.

다수 언론은 한국 정부의 NDC 선언으로 기업들이 당혹스러워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10일자 동아일보 <美-中 발 빼는데 온실가스 감축 높인 정부… “산업경쟁력 타격” 비상>, 지난 11일자 중앙일보 <온실가스 '53∼61% 감축' 확정… 전기료 인상 압박 커진다>, 지난 24일자 조선일보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 또 합의 못 한 유엔… 결국 한국만 '급발진'> 등의 기사다.
반면 한겨레는 <“300년 터잡은 아마존 숲 불도저로 절단…보호한다더니, 명백한 위선”>(11월11일), <“기후위기 부정론에 맞서 싸우자”… 트럼프 직격한 룰라>(11월12일), <기후재난 최대피해 섬나라들 “1.5도 목표는 우리 생명줄>, <인간의 탐욕, 아마존을 삼키다>(11월17일) 등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위주로 전달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조차 산업 발전을 명분으로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지면(11월21일 23면)에도 현장 취재를 간 동아사이언스의 기사 <아마존 원주민 소년 “숲-강 사라지면 희망도 사라져” 호소>에는 기후위기를 호소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담겼다. SBS도 지난 18일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탈석탄 동맹 가입> 등의 리포트를 통해 현장을 전했고 <“아마존 파괴해놓고”… 브라질 원주민, 기후 총회 맞서 돌발 시위>(11월12일) 등의 온라인 기사도 냈다.
정세희 기후솔루션 외교팀장은 이번 COP에 대해 “복잡한 지정학적 현실 속에서도 국제사회가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최종문에 각국이 NDC 이행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며, 무역, 핵심 광물(배터리 및 재생에너지 기술의 필수 원료), 화석연료 문제가 의제로 포함된 것은 현실적 전환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최신 과학과 현장의 데이터가 경고하는 긴급성, 재원 수요 등을 충족하기에는 국제사회가 실제로 움직이는 속도와 지원 규모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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