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노래하자”… AI로 부활한 그 시절 음악의 전설들
故김성재 목소리 AI에 학습시켜

“Never fade away/무한을 향해~!”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 초대형 전광판이 세워진 KT스퀘어 화면 속에서 그룹 ‘듀스(DEUX)’를 상징하는 붉은색 과녁 문양이 새겨진 가면을 쓴 두 남성이 노래하고 있었다. 이윽고 가면이 깨지자 200여 관중이 탄성을 내질렀다. 고(故) 김성재(1972~1995)와 이현도(53)의 20대 전성기 시절 얼굴이 드러났다. 이들은 실재가 아닌, AI 기술로 구현된 듀스의 버추얼(virtual·가상) 아바타였다. 듀스의 이른바 ‘완전체’ 듀엣 활동을 가상으로 구현한 신곡 ‘라이즈(Rise)’의 뮤직비디오와 청음회 무대였다.
이현도는 이날 노래 ‘라이즈’의 음원을 그룹 ‘듀스’의 이름으로 공식 발매했다. 이현도가 직접 작사·작곡했고, AI로 복원한 김성재의 목소리와 함께 불렀다. 듀스의 신곡 발매는 1997년 베스트 앨범 수록곡 ‘사랑, 두려움’ 이후 28년 만. 이현도의 음반 기획사 와이드컴퍼니는 “유족 동의를 얻어 생전 김성재의 목소리를 AI에 학습시키고, 김성재의 생전 창법과 목소리 질감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현도 측은 “내년 이번 신곡이 수록된 정규 4집을 같은 작업 방식으로 선보일 계획”이라며 “‘다시 일어선다’는 뜻의 노래 제목처럼 멈췄던 듀스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1993년 데뷔한 듀스는 ‘나를 돌아봐’ ‘여름 안에서’ 등을 히트시키며 한국 힙합의 대중화와 뉴잭 스윙 장르 열풍을 이끌었다. 최근 넷플릭스 화제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도 주인공인 걸그룹 헌트릭스가 이은 K팝 계보의 대표곡 중 하나로 듀스의 노래가 쓰여 화제가 됐다. 하지만 1995년 팀은 해체됐고, 김성재는 이현도가 준 노래 ‘말하자면’으로 그해 11월 19일 첫 솔로 무대를 펼친 뒤 이튿날 돌연 사망했다.
이날 청음회 현장에선 김성재의 어머니도 참석한 가운데 올해 김성재의 30주기를 추모하는 이현도의 솔로 발라드곡 ‘또 하루’와 AI 기술이 듀스의 과거 사진을 토대로 멤버들이 직접 출연한 것처럼 제작한 뮤직비디오도 처음 공개됐다. “아직도 내 마음속엔/ 너무도 네가 많은데”와 같은 애절한 가사와 김성재의 미소를 생생히 부활시킨 영상에 일부 관중은 눈물을 훔쳤다.
◇늘어나는 유명인 ‘디지털 부활’… AI 딥보이스 인기
듀스처럼 유명인의 목소리를 사후 ‘디지털 부활’ 시키는 ‘AI 딥보이스(Deep Voice)’ 기술은 국내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해 10주기를 맞은 고(故) 신해철의 목소리가 2021년 KT 오디오 콘텐츠,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지난해 그의 10주기 트리뷰트 콘서트 등 각종 무대에서 가장 활발하게 부활을 꾀해왔다. 김광석과 유재하 역시 각각 2021년, 2022년 유족 동의를 얻어 방송 무대를 통해 부활한 목소리를 선보였다.

해외에선 더욱 다양한 ‘AI 부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워너뮤직은 지난 2023년부터 전설적인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목소리와 외관을 AI로 복원한 영화 ‘에디트’를 제작 중이다. 비틀스는 2023년 존 레넌의 데모 테이프 속 목소리를 AI로 추출해 신곡 ‘Now and Then’을 발표, 그해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 비틀스 이름으로는 54년 만의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에선 AI로 되살린 엘비스 프레슬리의 공연이 등장했고, 최대 50만원에 달하는 티켓이 매진됐다.

다만 일각에선 유족 동의를 얻지 않은 무단 도용 논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4월 래퍼 드레이크는 고(故) 투팍 샤커의 목소리를 AI로 무단 합성했다가 유족 측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하루 만에 음원을 삭제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 1월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선 ‘사망한 유명인의 AI 상업적 이용 시 유족 동의 필수’를 골자로 한 법안(AB1836)이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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