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초점] 의대 2천 명 증원은 ‘윤석열 고집’으로 결정됐다
윤, 단계적 증원도 거부…"의사단체 어차피 반발, 추가 증원할 때 또 갈등"

지난해 2월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로 결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면서 정작 부족한 의사 수를 추산하는 과정 또한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7일 윤석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천 명 증원 정책에 대해 "논리적 정합성이 미흡한 추계에 근거해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는 거듭된 요청으로 증원 규모가 500명→1천 명→2천 명으로 늘어난 결정 과정도 공개됐다.
윤석열 정부는 의대 정원을 연 2천 명 규모로 5년간 증원키로 결정, 지난해 전공의 파업과 의대생 집단휴학 등으로 의정갈등을 초래함으로써 온 나라를 혼란에 빠트렸다.
◆ 대통령이 "더~더~" 500명→1천 명→2천 명으로
감사원에 따르면 2022년 8월 보건복지부의 업무보고로 의대 입학정원 증원 논의가 시작됐다. 이어 조규홍 당시 복지부 장관은 10개월 뒤인 2023년 6월 윤 전 대통령에게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500명씩, 총 3천 명을 늘리는 대책을 보고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매년 1천 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며 반려했다고 한다. 4개월 뒤 조 장관은 2025∼2027년 3년간은 매년 1천 명씩 늘리고, 2028년엔 2천 명을 증원해 4년간 총 5천 명을 증원하는 대책을 다시 보고했다. 하지만 이 방안도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는 윤 전 대통령의 거듭된 지시로 반려됐다.
이러한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듯, 대통령비서실에서 조 전 장관에게 '2천 명 일괄 증원안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의료계 반발을 감안해 첫해에는 900명 등 총 7천800명을 5년간 증원하는 1안과 매년 2천 명씩 총 1만 명을 늘리는 2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대통령은 1안에 대해 명확한 반대의사를 표시함으로써 결국 2안이 채택됐다.

◆부족 의사 수 추산도 여러 연구기관 숫자 '합산'
이 과정에서 부족한 의사 수에 대한 추산 또한 엉터리로 이뤄졌다.
당시 복지부는 2천 명 증원 필요성의 근거로 2035년에는 의사 1만5천 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들었다. 1만5천 명은 현재 의사의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가정 아래 진행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연구결과를 종합한 1만 명에, 복지부가 의뢰한 연구자 A씨가 추산한 현재 시점에 부족한 의사 수 4천786명을 더한 수치였다.
그러나 감사원은 "A씨 연구는 지역 간 의사 수급 불균형을 나타낸 것으로, 전국 총량 측면에서 부족한 의사 수를 계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의료취약지의 부족한 의사 수를 현시점에 부족한 의사 수로 해석하거나, 시점이 다른 현재와 미래의 부족한 의사 수를 단순 합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설령 현재 부족한 의사 수를 5천 명으로 보더라도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효과 등을 보정하지 않은 채 1만 명과 단순 합산함으로써 전체 숫자가 부정확하게 산출됐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정책 실패 반면교사 삼아 충분한 논의를"
의료계에서는 이번 감사원 감사로 의대 모집정원 증원이 총체적 실패로 입증됐으며, 향후 의료정책 절차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 의료 현안에 대한 중대 정책은 의료계를 포함해 충분한 협의 및 논의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의대 모집정원 증원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현재 운영 중인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역시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지역의 한 개업의는 "대통령이 앞장서고 뒤에서 복지부 관료들, 어용 보건학자들, 그리고 댓글 부대가 나서서 의사들을 매도했다"면서 "그 결과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나락으로 떨어져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은 "무리한 정책 강행으로 지역에서 근무할 필수의료진, 대학병원 교수진이 많이 그만두게 돼서 안타깝다"면서 "무너진 필수의료, 지역의료, 응급의료가 제 기능을 찾기 위해 국민과 함께 더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석수 기자 ss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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