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힘, 친한계 징계 않자 ‘충분히 일했다’ 해…李정부 사법부 압박과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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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위원회는 그 정당의 사법부라고 생각한다. 윤리위의 판단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해서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가 대법원장을 몰아내려는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아쉬움이 남는다. 제 임기는 당초 한두 달 정도 지나면 끝나는 것이었다. 그 기간을 못 참고 일부 강경파의 입김에 휘둘려 사실상 사퇴 제의를 전해온 장동혁 지도부의 정치력이 아쉽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이나 이재명 정부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문제 삼으면서 정작 자당의 법원 역할을 하는 조직인 윤리위를 향해선 비슷하게 압박하는 게 과연 떳떳한 행동인가."
"윤리위에선 전씨가 범한 행위와 사실관계에 집중했다. 당초 언론에선 전씨가 선동해서 '배신자'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선동했다고 보도됐다. 하지만 확인 결과 당시 후보자들 중 연설에서 전씨를 비난하자 당원들 사이에서 이미 그런 구호가 나왔고, 기자석에 앉아있던 전씨가 우발적으로 당원석으로 옮겨가 동참한 것이었다. 전씨가 기자증을 부여받은 것도 주최 측 실수가 일부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경고' 수준으로 조치했다. 다만 향후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그때는 중징계를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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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엘리트주의 체질 벗어나야…‘원칙’ 사라지고 ‘치우친 신념’ 커졌다”
“민주주의 사라지고 있는 정당 정치…‘공천’ 대신 ‘국민’ 눈치보는 리더 필요”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윤리위원회는 그 정당의 사법부라고 생각한다. 윤리위의 판단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해서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가 대법원장을 몰아내려는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12·3 비상계엄 이후부터 계엄 1주기 직전까지. 여상원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은 정치적 격변기인 올해 2월부터 국민의힘 내 '작은 사법부'의 수장으로 활동하다가 임기를 약 두 달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계파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윤리위가 친한계(親한동훈)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내리지 않기로 결정하자, 당에선 여 위원장에게 '이 정도면 충분히 일 하지 않았느냐'며 사실상의 압박을 가했다고 한다. 결국 사퇴를 결심한 여 위원장은 지난 25일 시사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9개월가량 윤리위 활동에 대한 소회와 당을 향한 입장을 전했다.
'보수 통합의 길'과 멀어진 국민의힘의 현 주소일까. 당에선 떠나는 여 위원장에게 '고생했다'는 형식적 인사조차 없었다고 한다. 되레 친윤계(親윤석열) 일각에선 '우리가 이겼다'라는 냉소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법관 출신인 여 위원장은 지난 1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임명된 후 당내 주요 사건들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내렸다. 계파색이 옅은 여 위원장은 철저히 절차에 따라 사건을 검토하면서 원칙주의자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내분 조장' 논란의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을 징계하지 않으면서도, '친한계는 배신자'라며 전당대회에서 난동을 피운 전한길씨도 가장 낮은 수위로 조치했다. 당무감사에서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로 당원권 3년 정지를 징계를 받은 권영세·이양수 의원에 대해서도 별다른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친한계 조치에 유독 민감해하는 분위기다. 이에 여 위원장은 "잘못을 했다면 사퇴하는 게 맞지만 그게 아니라 특정 사안에 대한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치는 모습이 아쉽다"라며 "강경 지지층만 바라보는 지도부가 중도 민심을 제대로 살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국민으로부터 '힘'을 부여받았다면 그 힘을 '권한'이 아닌 '책임과 의무'로서 신중히 다뤄야 한다"며 "지금 한국 정치권에선 그런 정치인을 찾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리위원장직 사퇴와 관련해 어떤 압박을 느꼈나.
"당에서 직접적으로 사퇴하라고는 안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으로선 눈치를 챌 수밖에 없었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밝힐 순 없지만, '이 정도 발언이 누구로부터 전해졌을지' 대략 짐작이 갔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일에 대해 당무감사를 요구하라는 제안도 하는데, 그 방법은 전혀 옳지 않다고 본다. 그래도 국민의힘의 한 조직을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당을 분란 시키거나 당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이 상황이 물론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건 제가 안고 가야할 문제라고 본다."
당에 대한 심정이 어떤가.
"아쉬움이 남는다. 제 임기는 당초 한두 달 정도 지나면 끝나는 것이었다. 그 기간을 못 참고 일부 강경파의 입김에 휘둘려 사실상 사퇴 제의를 전해온 장동혁 지도부의 정치력이 아쉽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이나 이재명 정부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문제 삼으면서 정작 자당의 법원 역할을 하는 조직인 윤리위를 향해선 비슷하게 압박하는 게 과연 떳떳한 행동인가."
그동안 윤리위원장직을 수행한 소회가 궁금하다.
"정당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원칙'이 생략될 때가 많다고 느꼈다. 제가 법조인 생활을 오래해서인지 원칙주의자라는 말을 듣는데, 오히려 법조인으로 가득한 국민의힘은 최근 들어 '신념'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느꼈다. 심한 경우에는 한쪽 신념에 완전히 매몰되거나 변질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정당의 정치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줄어든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마음이 아닌 공천권을 쥔 당대표의 마음을 살피고 있다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다. 정책 결정과 정무적 판단을 내릴 때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은 줄고, 당 지도부의 뜻을 따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특히 중앙당이 공천권을 무기로 국회의원들을 줄 세우고 압박할 수 있는 정당 구조는 이런 문화를 심화한다. 의원들은 늘 '국회의원 개개인이 곧 헌법기관이다'라고 외치지만 정작 공천 앞에선 공천권자의 눈치를 살핀다. 국민의힘 역시 당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려는 노선을 취하면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럴수록 당은 중도층 민심과 정당 민주주의와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정당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궁극적으로 중앙당의 힘을 당원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즉 국회의원이 얻은 선출권력의 힘을 '권한'이 아닌, 국민이 부여한 '책임'과 '의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당대표에겐 '훌륭한 인사를 국회로 들이라는' 의미로 공천권이라는 의무가 부여되는데, 그 의무를 권한으로 착각하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내치는 칼'로 휘두르면 안 된다.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만세 삼창을 할 것이 아니라 '내 작은 힘으로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더 앞서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상적인 말이겠지만, 그게 정치인의 소명이지 않은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가장 큰 취약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당의 정치적 노하우가 부족하다. 국민의힘은 고위 공직자나 판검사 등 법조인 출신이 많다보니 정당의 제일 밑에서부터 정치 경험을 쌓아온 인사가 많지 않다. 정무 감각과 기술, 정치적 경험을 체득해야 정부·여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고 민심을 따르는 정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은 '머리로는 이해해도 현장을 모르는' 인사들이 많다. 당의 이런 엘리트주의 체질부터 완전히 바꿔야 한다."
당 일각에선 김 전 최고위원을 징계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김 전 최고위원이 당 바깥에서 당내 인사를 비난하는 모습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김 전 최고위원이 윤리위에 입장 소명하러 왔을 때 '의견 제시는 좋으나 내부총질을 주의해달라'는 취지로 지적했다. 그렇다고 그의 입을 막는 것은 민주 정당의 개념과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치의 힘은 말에서 나오고, 민주 정당이라면 자기와 맞지 않는 말이 있어도 용인하고 토론해서 정리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은 점점 분열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흔히 '이재명의 민주당', '정청래의 민주당'이라고 비판하면서 민주당이 한 사람에 따라 좌우돼 반기를 들기 힘들다고 하는데, 이와 유사한 길을 밟아선 안 된다."
전한길씨의 전당대회 난동 사건 관련 '솜방망이 처벌' 지적도 있었다.
"윤리위에선 전씨가 범한 행위와 사실관계에 집중했다. 당초 언론에선 전씨가 선동해서 '배신자'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선동했다고 보도됐다. 하지만 확인 결과 당시 후보자들 중 연설에서 전씨를 비난하자 당원들 사이에서 이미 그런 구호가 나왔고, 기자석에 앉아있던 전씨가 우발적으로 당원석으로 옮겨가 동참한 것이었다. 전씨가 기자증을 부여받은 것도 주최 측 실수가 일부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경고' 수준으로 조치했다. 다만 향후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그때는 중징계를 하겠다고 했다."
대선후보 교체 시도 사건의 경우 어떤 점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나.
"크게 세 가지였다. 우선 법률적으로는 당헌·당규상 위법성이 없었고, 이 사안은 지도부와 후보자들이 정치적으로 풀어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 윤리위원들의 판단이었다. 두 번째는 정치적으로 봤을 때도 당시 김문수 후보한테도 상당한 책임이 있었다. 김문수 후보가 한동훈 후보를 경선에서 이긴 데에는 단일화하겠다는 명분이 적용됐지만, 후보 등록 시기 직전에 단일화가 무산된 점을 파악했다. 또한 당시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 등 지도부의 행동이 사익 추구가 아닌 대선 승리와 당에 대한 충성심에서 기인했다는 입장을 받아들였다. 마지막으로 대선 패배 이후 이 사건을 검토하면서 절대다수 의석의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선 당의 한 사람이라도 더 포용해야 한다는 윤리위원들의 의견도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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