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칼럼] 능력으로서의 성적인 자기결정권

이수정 2025. 11. 2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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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서는 '경계선 지능인 지원법' 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논의의 흐름은 아직 입법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 이유는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려워 지원체계를 구축하기는 사실상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경계선 지능인에게는 사실상 장애등급이 나오지 않다보니 이들이 대한민국 인구의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은 기본권으로서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사실상 당사자들의 능력 면에서 재평가 되는 것이 옳음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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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서는 '경계선 지능인 지원법' 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논의의 흐름은 아직 입법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 이유는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려워 지원체계를 구축하기는 사실상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경계선 지능인에게는 사실상 장애등급이 나오지 않다보니 이들이 대한민국 인구의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이론상은 지능 71-84 정도의 인구로서, 겉으로 보면 평균 지능인들과 다르지 않은 이들이 어느 정도 실제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였다. 다만 지능이 정상분포를 이룰 것이란 전제 하에 인구의 약 8퍼센트에 해당할 이들의 존재는 사실상 정신보건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나아가 정치사회적으로 적은 수는 아니다.

형사사법 현장에서는 그러나 이들이 범죄의 피해자로서나 가해자로서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크다. 물론 이 역시 정확한 통계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적장애 3급인 사람들과 함께 경계선 지능인들은 여러 각도에서 취약하다. 그러나보니 판단능력의 결함으로 다양한 범죄피해에 노출된다. 또한 가해행위의 경우에도 이들은 쉽게 현혹되어 공범으로 편입되곤 한다.

필자가 법원으로부터 감정을 요구받는 대부분의 대상자들은 지능이 약간 떨어지는 성폭력 피해자들이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가해자들에게 순응적이란 것인데, 그러다보니 이들 피해자들은 명확하게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 못한다. 상대방의 접근이 부적절하다고 느꼈을 때 명확히 거절하고 저항하는 것도 사실은 매우 복잡한 인지적인 역동이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능력의 결함을 지적받으며 주변 조력자들의 지시에 순종하는 것만을 운명으로 여겨온 이들이 타인의 강권에 반대의견을 명확히 피력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어떤 피해자는 서울역 앞을 지나다가 손목이 잡혔다는 이유로 며칠을 감금 성폭행 당하다가 이웃에 의해 발견되어 겨우 탈출했던 사람도 있었고 어떤 피해자는 가해자가 보여주는 관심을 애정으로서 착각하고는 결국 여러 명에 의해 성착취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인지적인 결함을 가진 피해자들의 성적인 자기결정권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개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성적인 행위를 결정할 수 있는 기본권이다. 기본권이란 개념은 통상적으로 누구나 누려야 하는 권리로서 의사결정의 과정이 아주 당연하고도 단순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식의 부족, 감정적 영향, 권력관계, 사회문화적인 기대들이 결합되어 소위 '동의'라는 행위로 매우 복잡한 판단과정을 거쳐 최종 구현되는 것이다. 즉 개인의 내재적인 의사에 따라 자발적으로 의사를 결정한다는 것에는 많은 요소들, 즉 자신의 의지뿐 아니라 상대방의 의사, 감정, 행동을 해석하고 상황적인 맥락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렇게 보자면 앞서 언급한 '손목을 잡혔다'는 상황이 과연 피해자의 성적인 동의에 해당하는 것이었는지 다시 한 번 피해자의 눈높이에서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장애인 인권 분야에서는 새로운 흐름이 견지된다. 장애인들에 대한 억압과 과잉보호를 강조했던 20세기 초 신념 체계와는 대조되게, 최근에는 이들이 정신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의사결정 능력을 평가절하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크레이저 등의 서구 연구자들은 비록 언어적으로는 합리성과 지식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들에게 있어서도 일부 개인은 성적 동의의 능력이 있음을 지적한다. 이들은 기본권으로서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사실상 당사자들의 능력 면에서 재평가 되는 것이 옳음을 지적한다. 이를 위하여서는 기본권으로서의 자기결정권을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능력 면에서 재평가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조력이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국내의 경우에도 여러 장애인 조력제도에 대한 비판적인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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