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가장 쉽게 대체될 한국형 인재 [논설실 Pick]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5. 11. 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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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수능 영어 풀어본 폴 카버
“실력 자체보다 숙련도 반영”
한국입시, ‘GPT’ 학습 닮은꼴
AI로 가장 쉽게 대체될 K인재
기사 연관 이미지 생성 <챗GPT>
구글의 인공지능(AI) 기술력이 오픈AI를 넘어섰다는 뉴스가 쏟아진 26일. 여러 지면 보도 틈새로 한 외국인의 기고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영국 출신 폴 카버씨다. 흥미로운 소재와 조곤조곤한 필력이 어우러진 그의 글은 특히 한국인만 알지 못하는 허물을 정확히 짚어주는 알싸함이 있다. “라떼는 말이야”라며 한국에서 카세트테이프, 청계천 고가차도, 김포공항이 국제공항이던 시절, 그리고 깻잎논쟁 등을 얘기하는 인물이다.

이날 한 매체에 올린 글에서 그는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문제를 직접 풀어본 경험을 소개했다. 영어를 쓰는 일반 외국인보다 월등한 영어 능력을 스스로 자부하는 그조차 정답을 자신할 수 없다고 난해함을 토로한다.

그러면서 수능으로 얻는 높은 점수에 대해 “영어 실력 자체라기보다 시험 구조에 대한 이해, 논리 퍼즐에 가까운 문항 유형, 수사적 함정과 예측 가능한 형식에 대한 숙련도를 반영한다”고 평가한다.

“영어 실력이 자체라기보다···예측 가능한 형식에 대한 숙련도를 반영한다”는 그의 말은 문득 일상에서 익숙한 이 단어를 연상시킨다. 생성형 AI 챗봇을 부르는 ‘GPT’다.

생성형 사전 학습 변환기(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를 뜻하는 것으로, 챗GPT를 만든 오픈AI가 상표권 등록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그 단어다.

GPT는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질문이나 입력에 대해 확률적으로 가장 적합한 ‘패턴’을 찾아내고 그에 맞는 답변을 제시한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에도 그럴듯한 답변을 만들어낸다.(이 방대한 데이터 학습 과정에 기자들이 생산한 소중한 지식 콘텐츠가 무단 활용되기에 GPT는 언론이 싫어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생성형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이 무자비한 기계 방식은 지금 우리 교육이 직면한 현실과 그대로 닮았다.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며 방대한 양의 지식을 입력받고, 정해진 형식에 맞춰 가장 ‘정확한’ 정답을 출력하도록 훈련받는다. 그래서 학생들의 답 찾기는 GPT의 답변 도출 과정처럼 그 실력을 파악하기 힘든 ‘블랙박스’ 형이다.

정답이 정해진 문제에 익숙해진 GPT형 인재(?)들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요구하는 건 그래서 무척 힘들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가리지 않고 대학생들이 AI로 커닝하는 캠퍼스 현실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낳은 당연한 불완전변태의 허물이다. 좋은 성적을 만들기 위해 GPT식 학습 과정에서 학교도, 부모도 학생들에게 ‘공정’과 ‘윤리’라는 데이터를 상대적으로 덜 훈련시키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AI 시대에서는 창조적 질문과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은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은 챗GPT·제미나이와 닮은꼴로 학습하고 답을 찾는 ‘기계형 인재’를 찍어내고 있다.

“실력 자체라기보다 시험 구조에 대한 이해, 논리 퍼즐에 가까운 문항 유형, 수사적 함정과 예측할 수 있는 형식에 대한 숙련도를 반영한다”고 토로하는 폴 카버의 지적이 AI 시대에 진입한 한국 교육에 던지는 울림이 작지 않다. AI로 가장 쉽게 대체될 인력을 쏟아내는 바보짓임을 알면서도 우린 그 현실에 눈 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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