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세평] 송도 유통 3각지대, 재산세 회피의 실습장인가

강우석 2025. 11. 26. 17: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강우석 안세회계법인 송도지점 대표·공인회계사

송도국제도시를 두고 '유통 빅3 전쟁'이라는 말이 나온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대형유통 3사가 인천대입구역 일대를 사이좋게 나눠 가진 이른바 '유통 3각지대'다. 그러나 현장을 가보면 여전히 펜스만 둘러진 나대지, 자재 더미, 최근 등장한 회색 비닐하우스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이 땅들은 대개 인천경제청과 각종 투자협약을 맺고 비교적 저렴하게 공급된 '공공성 있는 개발지'다. 지역경제를 살릴 랜드마크 쇼핑몰, 5성급 호텔, 오피스, 일자리 창출이 약속됐고 시민들은 이를 믿고 기다려 왔다. 그 사이 송도 집값과 상가 시세는 크게 올랐고, 쇼핑몰 예정 부지의 땅값만 최대 3배 가까이 뛰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이 부지들이 실제로는 "세제 특혜와 시세차익만 누리는 주차장 겸 자재 보관소"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재산세 체계의 허점을 교묘히 활용해 세 부담을 줄이려는 '회피 구조'가 반복되면서 사실상 재산세 회피 연습장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지방세법은 토지에 대한 재산세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아무 용도로 쓰지 않는 땅은 '종합합산과세대상'으로 높은 세율이 적용되고, 실제 영업에 쓰이는 건축물의 부속토지는 '별도합산과세대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또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토지 역시 영업용 부지로 보아 별도합산세율을 적용하지만, 공사가 6개월 이상 중단되면 다시 종합합산세율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수구가 A사 송도 부지에 2016~2020년 공사가 중단됐다고 보고 종합합산세율을 적용해 10억3000만 원의 재산세를 추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A사 측은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2월 법원은 2016년분 재산세 2억 원 부과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 판단을 떠나, 이 사건은 우리 재산세 제도의 맹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공사현장에 인력과 장비를 최소한만 투입해도, 혹은 공정이 실질적으로 진척되지 않아도, 서류상으로만 '공사 진행 중'이라는 모양새만 갖추면 낮은 별도합산세율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토지 소유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재산세율과 상승한 지가의 이익을 동시에 누리는 셈이다.

B사 부지의 '괴물 비닐하우스' 논란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B사의 부지는 2012년 매입 이후 10년이 넘도록 나대지로 남아 있었는데, 지난해 회색 비닐을 씌운 대형 가설 건축물이 들어서자 주민 반발이 커졌다. C사 역시 인천대입구역 인근 상업용지를 2016년경 매입했지만, 오랜 기간 펜스만 둘러진 채 실질적인 착공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 사이 재산세율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실제 세 부담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지역사회가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게 됐다.

송도의 문제는 개별 기업의 도덕성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재산세 체계가 형식적 공사, 임시 가설물, 서류상 진행 여부에 따라 고율·저율이 오락가락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송도 유통 3각지대를 제도 개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첫째, 경제구역 핵심 부지를 공급할 때는 일정 기간 내 착공·준공 의무와 함께,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세율이 상향되는 규정을 토지공급 계약 단계에 명시해야 한다. 둘째, 지방세법상 별도합산 토지 인정 요건을 강화해, 실질적인 공사 진행과 상업 운영이 확인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종합합산으로 전환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장기간 방치된 핵심 개발 부지에 대해서는 과세 정보와 개발 이행 현황을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야 한다.

송도 유통 3각지대가 재산세 회피 지대로 남지 않도록, 이제는 기업과 행정 모두가 '형식이 아닌 실질'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할 때다.

/강우석 안세회계법인 송도지점 대표·공인회계사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