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부스럭'은 위법 수집 증거... 노웅래, 1심 무죄
"전달책 조씨 제출 휴대폰 임의성 인정 안 돼"

사업가에게서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스모킹건(결정적 유죄 증거)으로 꼽힌 사업가 배우자의 휴대폰 속 전자정보(녹음파일)에 대해 법원은 '검찰의 위법 수집'을 이유로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강균 부장판사는 26일 노 전 의원의 뇌물수수 및 알선수뢰 등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노 전 의원에게 뇌물을 준 당사자로 기소된 사업가 박모씨는 노 전 의원과는 무관한 별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1년 5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노 전 의원은 2020년 2∼12월 박씨로부터 각종 편의제공 등을 대가로 5회에 걸쳐 6,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박씨가 발전소 납품사업 및 태양광 발전사업에서 편의제공, 물류센터 인허가 및 인사 알선, 선거자금 등 명목으로 배우자 조모씨를 통해 뇌물을 건넸다고 파악했다.
기소의 핵심 근거는 조씨 휴대폰이었다. 앞서 박씨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간 알선수재 사건을 들여다보던 검찰은 조씨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노 전 의원 관련 혐의를 추가로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은 돈이 오간 현장 상황이 녹음된 파일도 확보했다고 발표했고,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노 전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에 앞서 체포 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며 "돈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녹음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1심은 그러나 이 휴대폰에서 확보된 전자정보 전부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자정보는 탐색 중 별도 혐의가 발견될 경우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별도 영장을 받아야 하는데, 검찰이 이 같은 절차 없이 탐색을 계속하다 조씨로부터 임의제출 동의만 받았단 이유다.
재판부는 조씨가 노 전 의원 관련 수사에까지 자신의 휴대폰 속 정보를 사용하도록 동의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임의제출 확인서상 범위가 명확히 특정돼 있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자신 역시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으로 피고인들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호하는 참여권 등 권리가 본질적으로 침해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노 전 의원 사건과 관련한 박씨와 조씨 진술 역시 위법하게 수집된 전자정보를 토대로 확보된 거라 증거능력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유죄로 인정된 건 박씨가 이 전 부총장에게 3억3,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고,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게 청탁 목적으로 3,000만 원을 건넸다는 부분이었다.
결과적으로 법원이 실체 규명에 앞서 검찰의 불법 수사 견제에 방점을 찍으면서 노 전 의원은 혐의를 벗게 됐다. 올 1월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돈봉투' 사건 1심과 유사한 결론이다. 당시 재판부도 이 전 부총장이 제출한 휴대폰 속 녹취록의 임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선고 직후 노 전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정부 정치검찰이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구속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꾸며낸 정치 탄압 사건"이라며 "거짓과 조작을 밝혀 사법 정의를 실현한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는 입장을 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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