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대기업은 어떻게 뉴욕과 서울 청년을 가난하게 만들었나

한정연 기자 2025. 11. 2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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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티어 자본주의의 그림자 2편
맘다니 열풍 불었던 뉴욕보다
한국 청년 주택소유율 더 하락
채용 줄고, 비정규직 비율은 증가
英 월세 폭등 유발한 대기업 집주인
韓 국토부 지난해 도입 예고
기업 보유 부동산·주식·지재권이
청년들 더 가난한 사회 만들어

# 미국에서 소득·자산의 불평등으로 기존 경제시스템에서 이탈한 사람들은 공교롭게도 서로를 '공산주의자' '파시스트'라고 부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이 뉴욕의 '월세 통제 주택 공급(affordable housing)'에 뜻을 모은 이유다.

# 자산 축적의 사다리에서 떨어져 나간 청년은 '맘다니 열풍'을 앓은 뉴욕에만 존재할까.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렌티어(rentier) 자본주의 그림자 2편에서는 왜 기업이 렌티어 자본주의의 핵심인지 알아본다. [※참고: '렌티어'란 임대료(rent)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렌티어 자본주의란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그 자산을 통해 점점 더 많은 수입을 얻는 체제를 말한다.]

한 청년이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청년 쉬었음 인구가 70만을 넘어섰다. [사진 | 뉴시스]

우리는 1편에서 트럼프와 맘다니의 연결고리인 뉴욕의 '월세 통제 주택(affordable housing)'에 주목했다. 소득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30% 이하로 유지하는 주택, 임대료 인상을 지역자치단체 산하 위원회에서 정하는 임대 안정화(Rent-Stabilized) 주택 모두 월세 통제 주택이다. 맘다니는 시장에서 정해지는 월세라는 가격을 정부가 통제한다는 사실에 매료되고, 트럼프는 결국 이런 아파트를 시중에 대량 공급하는 주체가 민간 대기업인 것에 만족했다.

자산 축적의 사다리에서 이탈한 사람들 몰표를 받아 당선된 것도 둘의 공통점이다. 이번 뉴욕시장 선거의 청년(19~29세) 투표율은 무려 28.0%로 10년 전 보스턴 시장 선거 당시보다 14배나 많았고, 이들 중 75.0%가 맘다니를 선택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CBS 출구조사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한 유권자 10명 중 8명이 트럼프를 뽑았다. 두 사람의 브로맨스는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이번엔 뉴욕보다도 자산 사다리 이탈률이 높은 한국 청년들을 알아보자.

청년을 가난하게 만드는 사회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문재인 정부에서 3년간 연평균 7.99% 올랐고, 2020년엔 20.48%, 2021년에는 19.59%나 올랐다. 윤석열 정부에서 아파트 가격은 2022년 –4.77%, 2023년 –3.39%, 2024년 1.1%로 소폭으로 변동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아파트 가격은 안전자산으로 취급되는 서울에서만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10월 15일 강한 규제가 등장했다. 하지만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월보다 1.72% 오르면서 5년 2개월 만에 가장 큰폭으로 상승했다.

부동산이 없다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한국 사회의 모순 때문에 청년들은 갈수록 가난해지고 있다. 15~39세 청년층 평균 가구소득은 2020년 5987만원에서 2024년 6664만원으로 11.3% 증가하면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인 12.5%을 밑돌았다.

살 수 없는 물건 돼버린 부동산가만히 있어도 소득이 줄어드는 이런 상황에서 정작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18년 이후 몇배씩 뛰어올랐고, 청년들에게 '부동산'은 더 이상 경제적인 인센티브가 될 수 없게 됐다. 살 수 없는 물건이 돼버린 셈이다.

종잣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데, 그 종잣돈의 가치가 갈수록 낮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청년에게 주어지는 직업이 보잘것없어지는 현상 때문이다. 20대 신규채용은 올해 2분기 137만개, 30대 신규채용은 103만8000개로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줄어든 일자리조차 월급이 정규직의 평균 53.9%에 불과한 비정규직인 경우가 늘어났다. 청년층 비정규직 비율은 올해 8월 기준 31.7%로 2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취업 자체를 포기한, 이른바 청년 '쉬었음' 인구가 2025년 3분기 73만5000명으로 이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국가데이터처·한국노동연구원).

[사진 | 뉴시스]

미국의 주거 사다리에서 탈락한 청년층은 트럼프와 맘다니라는 양 극단 정치인에게 권력을 쥐여줬다. 집값이 가장 비싸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 이탈이 흔히 관찰되는 미국 뉴욕주州를 보면, 2024년 평균 주택 소유율이 52.7%로 미국 전국 평균 65.1%보다 훨씬 낮았다. 이런 뉴욕주에서도 30~34세 청년의 주택 소유율은 26.0%였고, 35~39세도 40.0%로 평균치보다 더 낮았다.

그런데 우리는 맘다니 열풍의 근원지보다도 청년의 주거 사다리 이탈이 더 심각하다. 30대 인구는 2015년 776만명에서 2024년 691만명으로 10% 이상 줄었는데, 집이 없는 30대는 2015년 47만5606가구에서 2024년 52만7729가구로 오히려 10% 이상 증가했다.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서울 30대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2015년 33.3%에서 2024년 25.8%로 내려왔다. 20대 주택 소유율은 10%도 안 된다.

누가 우리나라 청년을 자산 축적의 사다리에서 밀어냈을까. 종잣돈을 모을 수 없는 수준의 일자리와 함께 높은 주거비 부담이 이들의 자산 축적 기회를 박탈했다. 월소득에서 임차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국 평균이 15.8%로 하락하는 추세지만, 청년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수도권은 20.3%로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서울에서 임대소득을 신고한 36만370명이 임대료로만 2023년 8조8522억원을 가져간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세사기를 방지한다면서 오히려 청년층 주거 사다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기업 집주인 제도(신유형 민간 장기임대주택)'를 준비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8월 대기업이 집주인인 임대주택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이 사업에서 기업 집주인은 자율형의 경우 임대료 통제를 받지 않는다. 통제받는 지원형의 경우에도 시세의 95% 이내로만 월세를 받으면 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실효성 논란이 있지만, 국토부는 이 사업 철회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월세 통제 주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런 맥락에서 우린 다시 트럼프와 맘다니가 의기투합한 '월세 통제 주택'에 주목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영국에서는 대자본이 소유한 민간임대주택 'BTR(Build to Rent)'이 부동산투자신탁, 펀드, 보험사, 연금, 투자은행 등을 경유해 실제 소유주의 이름을 가린 채 월세를 폭등시켰다.

얼굴 없는 대기업 집주인의 전횡은 영국 맨체스터시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맨체스터에서 2012~2020년 건설된 임대주택 4만5000채 중 2만284채가 기업 소유였는데, 시 정부가 내건 '시세보다 20% 저렴'이라는 조건을 지킨 임대주택은 1.1%인 471채에 불과했다.

오래전부터 집·토지 등 자산 임대료를 받아 재산을 불린 이들은 경제성장률 이상의 자본 수익률을 추구해 월세 폭등 등 자산 없는 이들의 생활을 궁핍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른바 렌티어 자본주의다. 맘다니와 트럼프의 '월세 통제 주택'도 같은 선상에 있다.

그런데, 현대적 의미의 렌티어 자본주의는 비단 집을 소유한 자산가 개인을 문제 삼지 않는다. 기업, 그중에서도 수출을 통해서 세계화를 주도하는 다국적기업들이 부동산, 지식재산권(IP), 주식 등 자산을 기반으로 과도한 추가 이익을 추구하면서 렌티어 자본주의를 유지하고 있다.

유엔 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2017년 '렌티어 자본주의, 그리고 부채'라는 보고서에서 "다국적 대기업이 경제적 자원을 혁신이나 기업가정신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을 소유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데 동원하는 게 렌티어 자본주의"라고 정의했다.

세일을 알리는 광고판이 붙은 영국 맨체스터시의 상점 앞을 한 청년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보고서는 대기업들이 로비를 통해서 정치권력에 줄을 대서 세율 인하 혜택을 얻어내는 방식으로 자본 수익률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자본 수익률이 올라갈수록 임금 소득자는 자산 축적의 사다리에서 더 많이 이탈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 세율이 경제 규모에 비해서 지나치게 낮은 점도 기업이 중심인 렌티어 자본주의와 관련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기업들은 강남 집주인 정도와는 비교가 안 되는 막대한 임대료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개인들 종합부동산세 결정 세액이 1조952억300만 원이었는데, 법인들 종부세는 무려 3조3677억6500만원이었다. 우리나라 5대 재벌그룹이 보유한 부동산의 장부가격만 71조7182억원이다(경실련).

재벌 총수 등 대주주에게나 이득인 배당소득의 최고세율 인하에 많은 정치인이 헌신하는 상황도 렌티어 자본주의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배당소득은 주식이라는 자산에서 추가로 얻어내는 이익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통계를 보면, 중소기업을 제외한 우리나라 일반 법인은 지난해 국세청에 자신들이 낼 법인세에서 6조170억3800만원을 공제해달라는 내용의 조정명세서를 신고했다. 법인세법에 따라서 우리나라 법인은 이익에서 배당했거나, 배당받아 배당소득세를 냈으면 그만큼을 법인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처럼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은 더 이상 특정 정치 진영의 논리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배당소득 최고세율을 내리고, 상속세 완화를 추진한 데 이어 공시가격을 동결하는 방식으로 낮은 부동산 보유세도 유지하기로 했다. 자본 과세를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리려는 이런 움직임은 청년을 모든 종류의 자산 축적에서 빠르게 이탈시킬 수밖에 없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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