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살 예방④-암흑의 터널 속에서 불빛을 보다.

지금과 달리 대학 입시에 오로지 한 대학에만 지원할 수 있었던 시절에 나는 목표했던 대학에 불합격했다. 인생의 첫 실패를 경험하며 맞이한 나의 스무 살은 한겨울의 추위만큼이나 매서웠고 낙심한 나의 기분전환을 위해 부모님은 나를 차에 태우고 이곳저곳 바람을 쐬러 다니셨다. 하지만 기분전환이나 위로가 되기는커녕 나는 차의 뒷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공포였다.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언제라도 차의 문을 열고 뛰어내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차의 손잡이를 부여잡고 삶과 죽음 사이에서 치열하게 갈등했던 그때의 경험이 내가 자살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는지도 모른다.
자살자를 청소년과 청장년, 노인층으로 구분했을 때 연령별로 특유의 자살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연령층에서 나타나는 뚜렷한 공통점은 자살 위기는 갑작스럽게 폭발하는 감정이 아니라,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개입할 수 있는 심리적 상태라는 점이다.
양가감정, 충동성, 사고의 경직성은 자살 위기에서 나타나는 세 가지 핵심 요소이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살고 싶은 마음'과 '끝내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품고 있다. 이 양가감정은 절망의 징표가 아니라, 개입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결정적 증거다. 스무 살의 나는 나 자신을 '죽을 용기도 없는 겁쟁이'라며 비난했지만 돌이켜보면 살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기에 자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따라서 살고 싶은 마음을 강화할 수 있도록 '살아야 하는 이유' 또는 '죽으면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매일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해와 자살 시도를 반복하던 내담자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고심 끝에 죽으면 안 되는 이유를 어렵게 찾아냈다. "아버지가 반려견을 싫어하시는데 제가 죽으면 반려견을 분명히 버리실 거예요. 그래서 죽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자살 충동이 일어날 때마다 반려견을 지키기 위해 버텨내던 내담자는 반려견과 함께 자신의 생명도 지켜냈다.
자살 충동은 매우 강렬하지만 지속되는 시간이 짧다. 즉, 적절한 지지와 개입이 단 몇 분, 몇 시간만 제공되더라도 위기는 지나갈 수 있다. 변증법적 행동치료(DBT)는 충동성의 일시적 특성을 활용하는 접근으로 감정이 너무 강할 때 사고를 작동시키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래서 먼저 생리적, 감정적 안정 기술로 충동을 지나가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인지행동치료(CBT)는 자살 위기에서 사고가 왜곡되고 절망이 과대 평가되는 경향을 지적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라는 극단적 사고는 사실이 아니라 감정이 만들어낸 해석이다. 따라서 CBT는 이 감정과 사고를 분리해 현실적인 관점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문제해결 치료에서는 자살 위기를 '해결책이 없다고 믿는 상태'로 정의하며, 작은 대안을 함께 찾는 것만으로도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결국 자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은 거대한 의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시간을 벌고, 사고의 폭을 넓히고, 누군가와 연결되는 세 가지 행동이다. 자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심리적 터널' 끝에 있는 작은 불빛을 다시 보게 하는 과정이다. 자살은 갑작스러운 선택이 아니라, 누적된 고통 속에서 자신이 가진 선택지가 사라졌다고 느낄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생각을 잠깐 멈추자. 그리고 '살아야 하는' 또는 '죽으면 안 되는' 아주 사소한 이유라도 찾아보자. 혼자 찾는 게 힘들다면 주위를 둘러보자. 나를 도와 함께 찾아줄 사람이, 아니 '너는 꼭 살아야 한다.'라고 말하며 따뜻하게 내 손을 잡아주는 든든한 누군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선택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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