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더 오를까 봐... 주유소 손님도 사장님도 “가득이요”

이건 기자 2025. 11. 2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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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휘발유 리터당 1800원 넘어
高환율·유류세 인하율 축소 영향
더 저렴한 주유소 찾아 먼 길도
지난 24일 오후 8시쯤 서울 마포구의 한 주유소 가격표. 휘발유 가격은 1839원, 경유 가격은 1743원이다. /이건 기자

“지금보다 더 오르기 전에 만땅(가득) 넣어야죠”

지난 24일 오후 8시쯤 서울 성북구의 한 주유소에서 만난 운송업자 서모(67)씨는 이렇게 말했다. 서씨는 기름값이 더 오를 것 같아 미리 주유하러 왔다고 했다.

서울 시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00원 선을 넘어섰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뛰고, 유류세 인하율은 축소된 영향이다. 최근 4주 연속 기름값이 상승하면서 주유소 손님도 사장도 사재기에 나섰다.

서울 도심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를 마친 차량에서 주유건을 뽑고 있다. /뉴스1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5일 오후 4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45.68원이다. 1개월 만에 1600원대에서 1700원대로 올라섰다. 서울 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이보다 더 비싼 리터당 1814.2원을 기록 중이다.

기름값이 계속해서 오르면서 주유소는 미리 채워두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특히 서초구 안에서 가장 휘발유 가격이 싼 주유소는 24일 오후 8시까지 하루 700대 넘게 찾았다.

이 주유소에서 만난 변모(47)씨는 “기름값이 싼 곳을 찾아왔다”며 “요새 너무 가격이 올라 부담스럽다”고 했다. 김모(67)씨도 “여기가 그래도 주변보다 기름값이 저렴해 조금 멀어도 굳이 왔다”고 했다.

손님들만 기름을 채우는 것은 아니다. 주유소 사장들도 최대한 비축량을 늘리고 있다. 앞으로 공급가가 더 오를 때 대비하기 위해서다.

충북 청주시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앞으로도 공급가가 더 오를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탱크를 최대한 채워두고 있다”고 했다.

경기 안산시의 한 주유소 사장 B씨도 “예상 공급가, 정산가를 받아보고 있는데 일단 채워두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기름값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 한두 달 만에 해결되기 어렵지 않으냐”고 말했다.

특히 주유소가 밀집한 서울 시내에선 마진(판매가-원가)을 확보해 둬야 가격 경쟁이 가능하다고 했다. 서초구의 다른 주유소 사장은 “탱크에 저장하는 양을 늘렸다”며 “미리 확보해 둬야 나중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서울 휘발유 가격이 9개월여 만에 1800원대를 넘어선 지난 18일 오후 서울 시내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스1

두바이유는 지난달 24일 배럴당 68.82달러에서 전날 62.63달러로 9%가량 내렸다. 원유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주유소 판매가가 오르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유류세 인하 폭이 꾸준히 줄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을 기존 10%에서 7%로, 경유 및 액화석유가스(LPG) 인하율을 기존 15%에서 10%로 각각 낮추기로 했다. 그만큼 늘어난 유류세는 주유소 기름값에 반영된다.

환율도 기름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서울외환시장에서 1472.4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24일 1439.8원보다 2.3%(32.6원) 올랐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원유 구매비가 늘어나는 만큼 국내 기름값도 상승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가 2026년 1분기(1~3월) 증산을 중단하기로 한 만큼 국제 유가가 더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환율이나 유류세 정책의 변화가 없는 한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하락 전환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당분간 주유소 손님과 사장 모두 ‘눈치 싸움’을 벌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날 주유소를 찾은 부동산 사업가 이모(51)씨는 “원래 6만원어치씩 넣는데, 지금 3만원만 넣었다”며 “혹시 모르는 마음으로 기름값 눈치를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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