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104) 진적역구(眞積力久)

서원(書院)의 두 가지 큰 목표는 존현(尊賢)과 양사(養士)다. 선현들을 받들어 모시면서 선비를 기르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는 양사다. 선현을 받드는 일은, 선비를 기르는 데 있어서 모범으로 삼을 인물의 말씀과 덕행을 배우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복원된 서원이 700개를 넘었다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원은 1년에 한두 번 향사(享祀)만 할 뿐 인재 양성의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서원에서 글 읽는 소리가 나야 한다”라는 것이 퇴계 선생의 16대 종손 청하(靑霞) 이근필(李根必 : 1932~2024) 공의 지론이었다.
이 종손의 뜻을 살려 김병일(金炳日) 도산서원 원장이 공부하는 모임인 ‘참공부모임’을 만들었다. 한국철학, 한문학, 교육학 분야의 권위자인 이광호(李光虎), 이기동(李基東), 김언종(金彦鍾), 정순우(丁淳佑), 안병걸(安秉杰), 차종손인 이치억(李致億) 교수 등과 도산서원의 일을 맡은 권갑현(權甲鉉) 강독유사(講讀有司), 이동구(李東耉), 이태원(李泰源), 이동수(李東秀) 별유사(別有司) 등을 규합해 2015년 11월 14일에 출범시켰다. 그 뒤 퇴계 선생의 성리학 이론을 정신질환 치료에 응용해서 큰 성과를 거둔 의학자 김종성(金鍾聲) 교수, 서양철학을 공부하고 다시 성리학을 공부해 동서의 학문을 다 관통한 이은선(李恩選) 교수 등이 합류해 학문의 폭을 더 넓혔다.
매 홀수 달 둘째 토요일 오후 2시부터 퇴계학 문헌의 강독을 시작해 밤 10시에 끝낸다. 저녁식사 시간 빼고는 계속 강독하니, 8시간 정도 강독한다. 밤 10시부터 12시까지는 자유롭게 담화하는 야화(夜話) 시간이 있는데, 고금의 학문에 관한 것, 시사, 인물평을 거리낌 없이 하고, 간간이 해학도 즐긴다. 둘째 날은 퇴계 선생 및 선현들의 유적지를 답심(踏審)하는 것으로 과정을 정해 지금까지 실행하고 있다.
두 달에 한 번 공부하는 것으로는 너무 부족하다 하여 짝수 달에 줌(zoom)으로 강독을 계속해 와, 올해 2025년 11월 14일에 10주년이 되었다. 코로나 초기에 줌 활용을 몰라 딱 1회 빠진 것이 아쉽다.
공부를 좋아하는 문영동(文映東) 박사가 교통편을 제공해 주는 덕분에 필자도 말석에 끼일 수 있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겠다.
회원들의 자세를 보면, “참되게 쌓고 힘쓰기를 오래 한다.(眞積力久)”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난다.
바쁜 중에도 모이는 교수 회원들도 정성이 대단하지만, 매번 이 모임을 위해 교재 준비하고 장소 마련하고 숙식 안배, 마무리 정리 등의 일에 정성을 다하는 김병일 원장을 비롯한 신종주(辛宗柱) 선비문화수련원 부원장, 이동신(李東宸), 이동채(李東采), 권오추(權五錘) 별유사들의 정성 어린 노고는 더욱 고맙다. 앞으로 영구히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
*眞 : 참 진. *積 : 쌓을 적.
*力 : 힘 력. *久 : 오랠 구.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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