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터랙티브 동화책으로 의사 결정력 키운다" 김경훈 토닥북 대표

“2022년을 기점으로 이제 AI가 만들어 내는 끊임없는 콘텐츠 홍수 속에서 사람들에게 절실한건 정보를 제대로 선별해서 선택하는 힘이 될 것이라 봤어요.”
토닥북(코어닷투데이) 김경훈 대표는 ‘AI 인터랙티브 동화책 플랫폼’ 토닥북의 창업 동기를 이렇게 말한다. 토닥북은 코어닷투데이가 자체 개발한 LLM 스토리 엔진 StoryGen V3를 적용해 동화의 각 장면, 대사, 추후 전개 선택지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사의 주요 국면에서 사용자에게 스토리 선택권을 부여, 1편 동화에서 8개의 전개와 결말 그리고 다채로운 이미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국내 최초의 ‘AI 동화책’ 플랫폼이다. 6~9세 아동들과 그 학부모가 핵심 고객이다.
“다양한 LLM이 점점 많은 지식과 정보를 생성하고 정리해주는 동시대에 중요한 건 ‘판단과 선택’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이 결정력은 연습 없이 갑자기 생기지는 않죠. 어린 시절부터 선택의 결과를 상상해보고 스스로 결정을 내려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토닥북을 론칭했습니다.”
토닥북은 아이들이 동화를 읽어가며 “내가 이순신 장군이라면 12척의 배로 어떤 선택을 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져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깊이 있는 사고력을 기르고, ‘흥부와 놀부’ 편에서는 두 인물의 입장과 감정을 생각하며 비판적 공감 능력을 키우며, ‘파스퇴르’ 편에서는 과감히 백신을 쓸 것인지 여부를 정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선택이 결과를 바꾸는 경험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게 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 및 상호작용을 통한 교육적 효과에 중점을 둬 설계했다.
수학을 전공하던 대학원생 시절인 2011년부터 ‘자동 수학자’ 개념에 몰입했던 그는 학업과 함께 연쇄적 창업에 도전하던 학생이었다. 자동 수학자는 딥마인드의 ‘알파프루프’처럼 AI가 형식 증명 도구를 통해 수학의 정리나 명제를 자동으로 증명하거나 추론을 통해 수학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도구를 말한다.
“이때부터 AI와의 인연이 시작됐어요. 처음에는 수리 과학에 도움이 되는 학문적 영역에서의 AI 시스템을 고안하다가 학업을 마치게 되면서 점차 실생활과 연결된 아이템을 떠올렸습니다.”
뉴스 요약 플랫폼 ‘NewsJAM(뉴스잼)’, 법률적 판단에 도움을 주는 ‘LawBot(로:봇)’,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향수를 추천하는 ‘Eau de AI’, AI가 만든 캐릭터로 스티커를 제공하는 ‘AI 키오스크’, AI 데이터 기반 설치예술 작업 그리고 최근 론칭한 토닥북까지 AI가 사람에게 실질적인 효용을 주게 하자는 취지를 반영했다.
“여러 번의 도전, 성공과 실패를 거치며 결국 고객에게 강렬하게 꽂히는 단 하나의 명확한 가치가 없다면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토닥북은 AI 시대의 요즘 아이들에게 필요한 의사 결정력, 비판적 사고력, 집중력,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적 효과가 분명했고 이를 론칭 전 베타 서비스에서 통계적으로 확인했습니다.”
AI와 클라우드, 데이터 처리 등 IT 기술은 매일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지만 교육 현장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지는 상황에서 토닥북이 이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면 고유한 시장이 확보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올해 전국 백화점의 팝업스토어와 대한민국 AI 콘텐츠 어워즈 등의 현장에서 총 500여 가족 단위로 테스트를 진행하며 관찰한 결과는 꽤 인상적이었다. 아이가 직접 선택지를 고르고 스토리가 바뀌는 순간 집중력과 몰입도가 높아져 평균 인터랙션 참여율이 97%에 달했다. 또한 계속 다른 선택을 해보면서 같은 동화를 3번 이상 반복해서 읽는 아이들이 많아 서비스 평균 체류 시간 17.3분, 콘텐츠 완독률 82%를 기록했다.
해당 아동들의 학부모 설문 조사에서는 “아이와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늘었다” 등 가정 속 대화형 학습 도구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평가와 함께 94%의 만족도를 보였고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 설문에서는 “독서 및 토론 수업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등 91%가 긍정적인 반응을 표했다. 김 대표는 자신감을 얻었다.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성과는 아이와 부모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부분이었습니다. 엄마가 “여긴 위험해 보이는데, 왜 이쪽이 좋았어?”라고 물으면 아이는 “무섭지만 친구를 두고 혼자 가면 더 슬플 것 같아.”와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반적인 콘텐츠는 아이와 화면 사이에 양자 관계만 생깁니다. 반면 토닥북의 구조는 ‘아이–부모–이야기(콘텐츠)’의 삼각형으로 짜여 있죠. 의사 결정력, 사고력 훈련과 함께 가정 내 소통이 확장하는 효과도 함께 발생한 겁니다.“
아동용 콘텐츠인 까닭에 ‘무한 생성형 AI’가 아닌 AI와 사람의 역할이 결합된 ‘검수형 AI’를 탑재한 것도 교육적 효과를 고려했다. 토닥북의 동화들은 먼저 사람이 전체 이야기를 설계한다. “용기를 배우는 이야기”, “타인에 대한 정서적 공감” 등과 같은 교육적 메시지와 연령대를 먼저 정하고 어떤 장면에서 어떤 선택지를 줄지 스토리 구조를 짠다.
“해당 기획안을 바탕으로 AI가 이미지, 대사, 상황, 묘사를 채우며 이때 GPT-4, Claude, Gemini 등 여러 LLM 중에서 문맥에 따라 최적의 모델을 고르는 멀티 LLM 구조를 적용합니다. 이후 ‘Safe Narrator Filter’ 시스템이 금칙어·폭력어·편향 표현·감정 톤·연령 적합성을 1차 자동 검증하고 최종적인 결과물이 도출되기 전 교사와 작가 출신 전문 에디터들의 2차 휴먼 검수를 거쳐 교육적 정합성을 안전하게 확보합니다.”
특히 다양한 AI 모델들은 ‘서로 개성이 다른 작가들’로 기능한다. 모델마다 감정 묘사에 강한 특성, 논리적 설명에 적합한 특성, 아이 눈높이 대화체를 잘 쓰는 특성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토닥북의 아키텍처가 장면의 성격에 따라 “이번 장면은 이 작가가 쓰는 게 낫겠다”라고 판단해 모델을 선택·분배하는 편집장처럼 동작하는 셈이다.
“토닥북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아이들의 ‘선택 패턴’ 자체가 학습 데이터가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적 선택을 하는 아이, 친구를 먼저 챙기는 공감형 선택을 하는 아이, 매번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선택을 하는 아이 등 아이마다 선택의 경향이 조금씩다르게 나타납니다. 이 패턴을 기반으로 비슷한 성향의 이야기 혹은 전혀 다른 세계관으로 시야를 넓혀주는 이야기 등을 취사선택해 개인화 맞춤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토닥북의 진화 방향과 목표도 명확하다. 우선은 멀티 캐릭터·멀티 엔딩으로 서사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분기 구조(선택지)를 하나의 동화 안에 설계해 10개~20개 사이의 스토리를 경험하게 한다는 뜻이다. 또한 가족 구성원, 친구, 반려동물 등 아이 주변의 존재들을 함께 등장시켜 사회적 역할·관계에 따른 선택도 경험하게 할 계획이다. 또한 4~6세, 7~9세, 10~12세 등 연령대에 따라 선택지의 난이도·추론 깊이·단어 수준을 다변화하는 것도 추진 중에 있다. 가령 저연령일수록 감정·공감 중심, 고연령으로 갈수록 책임·결과·윤리적 딜레마 중심으로 발전하는 식이다.
기존의 ‘AI 키오스크’ 서비스에서 축적한 기술력으로 온-오프라인 연계 비즈니스도 염두에 두고 있다. 쇼핑몰, 박람회, 도서관, 키즈카페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 토닥북을 경험한 결과를 스티커, 포토카드, 엽서, 미니책 형태로 바로 출력해 아이들이 “내가 정한 결말이 실물 책으로 남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게 할 예정이다. 또한 영어, 중국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등 10개 이상의 다국어를 지원하고 각 문화권에 맞는 비유·설정·캐릭터를 반영, 흡인력을 강화해 글로벌 진출의 기반도 닦을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향후 5년 안에 국내 10만 가정 이상이 아동용, 가족용 콘텐츠로써 토닥북을 이용하고, 10년 안에 글로벌 100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토닥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김경훈 대표는 학부모가 토닥북을 읽은 아이에게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너는 왜 그 선택을 했어?”라고 물어봐 주길 바란다. 그 한 문장이 아이의 머리와 가슴을 움직이게 만드는 시작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조효민 기자 jo.hyo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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