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태양’ 향한 세 방식 도전… ‘자석 vs 레이저 vs 전류’
전류 자기장으로 플라스마 압축해 수심 10㎞ 바닥 10배 압력 구현
상용화 선두는 자석 방식 ‘토카막’

미국 핵융합 스타트업 ‘잽 에너지(Zap Energy)’는 자체 개발한 핵융합 장치인 ‘퓨즈(FuZE)-3’로 플라스마 압력 1.6GPa(기가파스칼·압력의 단위)을 달성했다며 연구 결과를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회(APS) 플라스마물리 분과 회의에서 발표했다. 아직 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기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형태의 핵융합 기술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자석, 레이저, 그리고 전류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 2개가 충돌해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을 말한다. 핵융합 과정에서 질량이 일부 소실된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라 소실된 질량은 막대한 에너지로 전환된다. 이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핵융합 발전의 원리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려면 먼저 초고온 환경에서 물질의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플라스마를 구현해야 한다. 플라스마를 고밀도로 압축할수록, 압축 유지 시간이 길수록 핵융합 효율이 증가한다.

초강력 레이저를 활용한 ‘관성 가둠 핵융합(ICF)’은 핵융합 연료에 강력한 레이저빔을 집중해 순간적으로 온도와 플라스마 밀도를 매우 높여 핵융합을 ‘짧고 굵게’ 유도한다. 수백 GPa의 플라스마 압력을 나노초(ns·1ns는 10억분의 1초) 수준으로 짧은 시간에 구현한다.
잽 에너지의 ‘Z-핀치(pinch)’ 방식은 전류가 스스로 만든 자기장으로 플라스마를 압축하는 원리를 활용한다. 플라스마 내부에 강력한 전류를 흘리면 전류가 흐르는 방향을 감싸는 쪽으로 자기장이 생성되고 자기장이 중심축인 Z축으로 조여지는(pinching) 효과가 발생한다. 이때 중심부 온도와 플라스마 밀도가 높아지면서 외부 자석의 의존 없이도 핵융합 발전 조건을 달성하는 전략이다.
잽 에너지가 달성한 플라스마 압력 1.6GPa은 수심 약 10km인 마리아나 해구 바닥 압력의 10배가 넘는 수준이지만 플라스마 구속 시간은 약 1마이크로초(μs·1μs는 100만분의 1초)로 짧다. 토카막보다는 레이저 핵융합과 유사한 셈이다.
● 핵융합 발전 상용화 선두는 토카막
Z-핀치 방식은 이론적으로 핵융합 장치 소형화에 유리하고 발전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잠재력이 있지만 다른 핵융합 기술과 비교하면 기술 성숙도는 아직 낮다. 정현경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연구전략본부장은 “잽 에너지가 달성한 플라스마 압력은 고무적이지만 상용 핵융합 조건에 충분하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2023년 미국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국립점화시설(NIF) 연구팀은 레이저 핵융합 장치로 투입한 에너지 대비 1.89배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상용 핵융합 발전에서 현재까지는 토카막 방식이 선두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30년대 초반 가동을 목표로 토카막 방식 핵융합로 건설 계획을 추진 중인 미국 스타트업 커먼웰스퓨전시스템스(CFS)는 올해 구글과 처음으로 핵융합 전기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KSTAR를 바탕으로 고온초전도자석 등 2035년까지 토카막 기반의 핵융합 상용화에 필요한 8대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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