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이콧에도... 남아공 G20 정상회의 첫날 선언문 이례적 채택
아르헨·미국 반대... "정당성 훼손"
기후변화 등 미국 반대 의제 채택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첫날부터 선언문이 채택됐다. 주최국인 남아공과의 외교적 갈등으로 회의 참석 자체를 보이콧한 미국은 남아공이 G20의 정당성을 훼손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AP통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주도로 G20 회원국들은 회담 시작과 함께 정상 선언문을 채택했다. 122개 항목으로 구성된 이번 선언은 특히 빈곤한 국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 재해와 국가 부채 문제 등에 대한 세계적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주최 측은 선언문에 대해 "아프리카에서 개최된 첫 G20 정상회담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통상 G20 정상회의 선언문은 마지막에 채택된다. 그럼에도 라마포사 대통령이 정상회의 개막 직후 선언문 채택을 밀어붙인 것은 회의를 보이콧한 미국과의 갈등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아공 정부가 '백인'을 인종 박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G20 정상회의에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했다.

로이터통신은 G20 대표단이 미국 개입 없이 선언문 초안을 작성했다며 "이 선언문은 기후 변화와 재생에너지 등 미국 행정부가 오랫동안 싫어했던 종류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은 G20 정상들이 개도국의 △기후 재해 적응 및 회복 △청정 에너지 전환 △과도한 부채 비용 감축 등을 돕자는 이번 회담 의제에 명백한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인사는 로이터에 "합의된 성과물만 발표하는 것이 G20의 오랜 전통인데, 남아공이 이 관행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선언문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밝혔지만, 미국 편에 선 아르헨티나가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균열이 드러났다. 남아공 측은 미국이 최종 문서를 G20 공동 성명 형태로 내지 않도록 압박을 가했다며 "우리는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다음 G20 의장국은 미국이다. 미국은 남아공 주재 미국 대사대리를 23일 G20 회의에 보내 의장국 지위를 넘겨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아공 측은 라마포사 대통령이 직접 하급 외교관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것은 "모욕적"이라고 반응하고 있다. AP는 "이번 회의에서는 공식적인 권한 이양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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