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카세’ 김미령이 제주에서 차려 내는 ‘바다 술상’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출연해 스타가 된 일명 ‘이모카세’ 김미령 한식 요리사가 제주에 밥상을 차렸다. 신선한 제주 식재료를 내세운 ‘바다술상’이다. 지난달 26일 문 연 ‘바다술상’은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해안가에 있다. 식당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이 있다. 점심 예약 대기표를 받기 위해선 아침 8시엔 가게 앞에 줄 서야 할 정도로 ‘초대박’ 인기다. 무려 3시간 전이다. 한산했던 해안 마을은 그를 만나러 오는 이들로 북적인다.
‘바다술상’의 총괄 점장은 아들 이준성씨다. 그도 요리사다. 지난달 30일 만난 김미령씨는 “신선한 식재료를 수급할 수 있는 여건이 돼서 (식당) 오픈이 가능했다”고 했다. “만약 수급이 어려웠다면 문 열 생각을 안 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재료에 천착하는 그의 철학이 엿보이는 말이다. 평소 한식의 참맛을 더 널리 알리고자 한 그의 신념이 작동해 빚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가 서울에서 운영하는 식당은 두곳이다. 서울 경동시장 안 국숫집인 ‘안동집’과 도봉구 ‘맡김 차림’(오마카세) 술집 ‘즐거운술상’이다. 이 두 식당도 문전성시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굳이 제주섬에 식당을 연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더 많은 식재료를 탐구해 자신의 요리 세계를 더 단단하게 구축하고 싶었다. 과거 ‘안동집’이 지하에 있었던 것도 한 이유다. “바다가 보이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언젠가 요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꿈이 이루어졌다. 든든한 아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모친의 손맛을 이어받은 이준성씨는 외식경영을 전공했다. 그는 외식업장을 직접 운영해보는 경험도 쌓고 싶었다. 이젠 어머니가 없어도 척척 해낸다.
이 둘이 빚은 ‘바다술상’의 메뉴는 다채롭다.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얇게 저민 회, 구수하게 삶은 수육,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보드랍게 익힌 옥돔구이, 넉넉한 물회 등이 납작한 큰 나무소쿠리에 담겨 나온다. 제주 전통 식문화의 ‘낭푼밥상’과 닮았다. ‘낭푼’은 제주말로 ‘나무로 만든 큰 그릇’을 이르는 말이다. 과거 제주에는 잔칫날 낭푼에 여러 음식을 담아 나눠 먹는 풍습이 있었다. 지켜야 할 제주 식문화다. 고인이 된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이 재현하고자 애쓴 식문화도 ‘낭푼밥상’이었다. 제주 사람들 특유의 공동체 정신과 배려가 스민 문화다.


반찬도 5가지가 넘는다. 여기에 제주 은갈치 조림이 더해진다. 대박 행진을 이끈 진짜 메뉴는 은갈치 조림이다. 냉동 은갈치를 진한 양념에 조린 게 아니다. 제주 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은갈치가 재료다. 도시에선 만나기 어려운 조림 맛이다. ‘이모카세’ 손끝에서 탄생한 양념은 맵지도 짜지도 달지도 않다. 모든 게 ‘적당’하다. 도통 적당하기가 어려운 게 요즘 세상이다. 마땅치 않은 자신과 화해하는 일도,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 설정도 ‘적당’하기가 쉽지 않다. ‘적당한 거리’만큼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법도 없다. ‘적당’을 체감하기 위해 먹을 만한 음식이 ‘이모카세’ 은갈치 조림이다.
긴 시간 제주섬을 떠받친 이는 해녀다. 해녀가 물질해 육지로 끌어올린 해산물은 행복한 밥상이 됐다. 강인한 해녀야말로 제주 맛의 지킴이다. 김미령씨는 육지의 해녀다. 그도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시장에서 국수를 말았다. 가족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제 그의 새로운 도약이 제주에서 펼쳐지고 있다.
제주/글·사진 박미향 선임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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