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노동자 위협하는 ‘새벽배송’…사회적 합의 가능할까

이지은 2025. 11. 2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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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새벽 배송' 논쟁이 뜨겁습니다.

배송 기사들의 야간 장시간 노동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 기구가 만들어졌지만, 노동자와 소비자, 기업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경제산업부 이지은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기자, 최근 제주에서 쿠팡 배송 기사가 새벽 배송을 하다 숨지는 일이 있었죠.

실제로 고인이 숨지기 전까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 정황이 드러났다고요?

[기자]

네, 최근 제주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쿠팡 새벽 배송 기사 고 오승용 씨 인데요.

사고가 난 시간은 새벽 2시 즈음인데, 오 씨는 당시 주 평균 69시간을 일했습니다.

그런데 택배노조가 조사해봤더니 오씨의 실제 근무시간은 그보다 더 길었던 걸로 나타났습니다.

오 씨가 대리점 관리자와 나눈 메시지를 보면, 관리자가 다른 동료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보내줍니다.

숨진 오 씨 본인 아이디가 아닌 아이디로 업무 시스템에 접속하도록 한 겁니다.

또, 다른 아이디로 배송한 내역을 묻자, 고인은 동료 김 씨의 아이디로 8월 7일 319건의 물량을 배송했다고 말합니다.

택배 노조가 입수한 해당 대리점의 근무표를 봤더니, 7일은 동료 김 씨의 휴무일이었는데요.

이날 고인은 김 씨의 아이디를 사용해 배송했고, 8일 연속 근무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쿠팡은 직원 아이디를 활용한 업무 시스템으로 과로를 방지한다고 설명해왔는데, 실제로는 달랐던 거네요?

[기자]

네, 앞서 쿠팡은 과로를 막기 위해서 한 아이디로 7일 연속 로그인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걸어뒀다고 해명해왔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아이디 돌려쓰기'로 이를 회피할 수 있었던 겁니다.

지난해 정슬기 씨 사망 이후 쿠팡 측이 시행하겠다던 격주 주5일제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택배 노조 조사에서도 쿠팡 배달 기사의 절반 이상이 주 7일 연속 근무한 적이 있었고, 절반 정도는 다른 사람 아이디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와 관련 쿠팡 측은 여전히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다른 새벽 배송 기사들의 업무 환경도 비슷할 것 같은데, 취재팀이 직접 배송 현장에 다녀왔다고요?

[기자]

네, 저희 취재팀이 직접 새벽 배송 현장을 동행 취재했는데요.

기본적인 배송 업무 외에도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먼저 물류센터에서 당일 배송 물건을 직접 찾아서 분류하는 일부터 시작하는데요.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일인데, 엄밀히 말하면 분류 작업은 배송 업무가 아닌데도 기사들에게 별도 비용지급 없이 맡겨지고 있었습니다.

배송지에서 수거한 신선식품 전용 백을 정리하는 것도 배송 기사 몫입니다.

하루 배송 물건만 수백 건에 달하는데, 아침 7시까지 모든 배송을 마치려면 쉴 새 없이 뛰어야 했습니다.

새벽 배송 기사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A 씨/새벽 배송 노동자/음성변조 : "(새벽 배송은)삶을 갉아먹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명을. 야간 배송이 없어지면 저희도 일자리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서로 개선할 게 있는 것 같아요."]

[앵커]

이런 새벽 배송이 택배 종사자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게 객관적 수치로 드러나고 있죠?

[기자]

택배노조 조사결과 새벽 배송 기사들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9.7시간입니다.

산업재해 판정기준에 따라 야간 근로 시간을 30% 할증하면 12시간이 넘습니다.

최근 3년 사이 택배업 종사자들의 산재를 분석했더니 밤 10시에서 새벽 6시 사이 야간 산재가 4배 넘게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비야간 산재 건수가 1.8배 가량 늘어난 것과 대조적입니다.

전문가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김현주/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택배업은)장시간 노동, 과도한 육체노동 이렇게 있는 업종인데 여기에 고정적 야간작업까지 한다면 과로사 위험이 더 크게 증가할 것입니다."]

[앵커]

코로나 때 비대면 물류가 크게 늘면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데, 이게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는 건가요?

[기자]

2021년 사회적 합의로 택배기사의 주 60시간 이상 근무를 금지하고 분류작업도 배제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쿠팡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합의는 지키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다만, 당시만해도 새벽 배송이 지금처럼 보편화돼 있지 않아서 관련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쿠팡의 택배 점유율은 0.1%에 불과했는데, 1년 만에 14%대로 뛰었습니다.

지난해에는 CJ대한통운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송 기사 규모도 2만 6천여 명으로 추산됩니다.

[앵커]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장 목소리 만큼이나, 소비자 편의를 위해 새벽 배송 금지를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고요?

[기자]

네, 최근 국민 청원 게시판에 자신을 워킹맘이라고 소개한 게시자가 새벽배송 금지를 반대하는 청원을 올려 일주일 만에 1만 명 넘게 동의를 하기도 했는데요.

택배 기사들의 건강과 안전이 보장돼야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가 지속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각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시죠.

[조혜진/새벽배송 이용 소비자 : "준비물 갑작스럽게 어린이집에서 물총 가져와 달라고 하거나 뭐 그럴 때(씁니다). 아이를 2명 키우다 보면 아무래도 많이 까먹을 일이 많거든요."]

[김광석/택배노조 위원장 : "노동자뿐 아니라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지속 가능한 새벽 배송, 택배 노동자가 과로하지 않는 새벽 배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택배 노조도 전면적인 '새벽 배송 금지'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고정형 야간 노동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단 입장입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심야노동은 2급 발암물질로 분류될 정도로 위험하다면서, 서비스가 유지되기 위해선 노동자 보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사회적 대화 기구는 오는 28일 3차 논의를 이어갑니다.

영상편집:신선미 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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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writte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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