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여당 추진 재판소원 반대…4심제로 헌재 권한 과도하게 커져”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0일 여당이 추진 중인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에 대해 “현재 여당이 추진하는 재판소원 등 사법개혁 방안에 반대하고 당장 해치울 일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문 전 대행은 경남 인제대학교 장영실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5 인제렉처 시리즈’ 특별 강연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구조적 차이를 짚으며 재판소원 제도가 사실상 4심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소원은 3심인 대법원 판결에 불만 있을 때 이걸 헌재로 넘겨 쉽게 말해 4심제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헌재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할 정도의 헌법 근거가 있는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관 전원이 국회 동의를 받는 점과 달리 헌법재판관 과반수는 국회 동의를 받지 않는 구조를 언급하며 “우리 헌법을 만들 때 대법원 위에 헌재가 있다는 생각이 없었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행은 헌재의 권한 집중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대법원이 잘못하면 법률을 바꾸면 되지만 헌재는 헌법으로 심판하기 때문에 더 위험한 기관은 헌재”라며 “과반이 국회 동의도 받지 않은 헌법재판관들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건 위험하다. 과거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 바로 그 예”라고 강조했다.
강연에서는 산업재해 발생 원인을 주제로 한 개선안도 제시했다. 문 전 대행은 “아파트를 지을 때 감리를 대부분 설계자가 맡는데 설계자는 다음 일감을 따내기 위해 감리를 엄격히 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는 안전을 시공 과정 중 하나의 서비스로 본다. 계약 단가가 올라가더라도 이를 감내할 수 있게끔 제도를 개선하고 엄중한 처벌이 수반돼야 산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 재직 중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탄핵 인용 결정을 꼽았다. 그는 “법률가가 세상을 좋게 할 수는 없지만 나쁜 걸 막을 수 있다는 게 제 소신이고 그걸 잘 보여준 게 이번 탄핵 인용 결정이었다”며 “헌법재판관 8명이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토론한 끝에 탄핵 인용 외에는 답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게 가장 보람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사회 통합의 조건도 제시했다. 그는 “우리 편과 상대편에 적용되는 원칙이 같아야 한다”며 “국회에서 국감 기간 결혼식을 한다고 하면 이쪽이든 저쪽이든 비판 대상이다. 내로남불을 깨지 않고는 통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위 ‘있는 사람들’이 내놔야 한다. 그 사람 성취가 본인 능력만으로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며 “이 사회 운과 환경에 도움을 받았으면 내놓을 수 있지 않느냐. 사회에 그런 호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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