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몰이 지속, 민주에 휘둘리는 갈등 공화국 [한국의 창(窓)]
'민주'와 '공화'가 함께 하는 제헌 헌법
여전히 '민주'에만 의탁하는 '집권여당'
실종된 '공화' 회복, 국민주권정부 몫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선조들은 '조선'을 버리고 '대한'을, '왕조'보다는 만백성이 주인이 되는 '민국'을 채택했다. 그 민국은 5,00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주권재민의 공화국을 의미한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민주와 공화의 결합체인 민주공화국을 천명한다. 민주공화국은 그것이 국체이냐 정체이냐의 논쟁을 떠나서 민주국 즉 민주주의 국가임과 동시에 공화정을 지향하는 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 제2항에서 적시하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즉 한국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적·법적 기초는 국민주권주의이다. 여기서 주권자는 민주와 공화의 통합과 화합을 요구한다.
제헌 헌법 이래 대통령의 장기 집권과 집행부 독재에 대한 국민적 저항으로 1987년 체제가 탄생했다. 87년 체제는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적 의지의 결집체다. 국민적 열망에 호응하여 39년 동안 9개의 헌법을 겪어온 헌법의 불안정을 종식시키고, 87년 헌법은 38년째 헌법의 안정을 구가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9번째 대통령을 맞이하고 5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하였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4년 4월 총선에서 대통령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의회권력을 내주었다. 주권자는 대통령과 의회라는 두 개의 국민적 정당성이 병존하는 체제에서 서로 타협하고 화해하면서 위국헌신의 실현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탄핵, 새 대통령 선출이라는 기나긴 정치의 계절을 보내야 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뒤엉킨 혼돈의 정치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은 것은 주권자다. 헌법재판소의 두 번에 걸친 대통령 탄핵을 깨끗이 승복하고 새 대통령에게 희망의 끈을 부여한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로 화답한다. 이제 국민 통합을 위한 공화정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여전히 국민통합을 위한 공화정보다는 민주에 집착하는 민주정에 기운다. 이미 심판이 끝난 비상계엄 내란몰이가 지속된다. 3특검을 통해서 전 정권과 연루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계속된다. 군대, 검찰, 경찰에 이어 고위 공직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물갈이가 진행된다. 국헌문란에 동조한 공직자에 대한 제재는 당연하다. 그러나 비상계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내란몰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위법한 상관의 지시·명령에 복종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대통령 명령에 불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을 직접 대면하여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에 대하여 탄핵할 수 있는 지위에 있던 국무위원들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헌법에서도 계엄은 국무회의의 필수적 사전 심의사항으로 규정한다(제89조 제5호). 하지만 국무위원이 아닌 하위직까지 내란종식을 빌미로 작동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TF'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민주정이 데모스(demos) 즉 다수가 다스리는 정치를 의미한다면, 공화정은 개인이 아니라 공적인 다수(res publica)가 이끄는 주권재민의 정치를 의미한다. 공화는 공화제·공화국·공화주의로 연결된다. 즉 공화는 함께 화합하여 국사를 처리하라는 명제이다. 정부와 의회, 여와 야, 다수와 소수 사이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승화하지 못한 체제는 헌정파탄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87년 체제는 그 갈등을 봉합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의회다수파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공화정 복원을 위한 정치적 지혜를 발휘할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도래할 여소야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불가능하다. 다수에만 의탁하는 민주정을 뛰어넘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공적으로 작동하는 공화정의 복원이 시급하다.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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