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103) 관배학자(官拜學者)

knnews 2025. 11. 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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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슬하는 사람이 학자에게 절하고 찾아간다
동방한학연구원장

위대한 사람이거나 존경할 만한 사람은 국적이나 민족에 상관없이 그 훌륭한 말과 행실 때문에 존경을 받는 것이다.

지난 11월 7일 중국 무한대학(武漢大學)의 전 교장(校長 : 우리나라의 총장) 유도옥(劉道玉 : 1933~2025) 교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81년부터 1988년까지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학 개혁의 선두주자로서 모든 중국 대학의 모범이 됐다. 당시 ‘전 중국의 양대(兩大) 유명 교장’이라 일컬어졌다.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이 끝난 직후인 1977년 교육부 고등교육국장에 발탁돼, 문화대혁명 이후 중단됐던 대학입시를 복원한 것이 그의 가장 큰 업적이다.

1981년부터 무한대학을 맡아 학점제, 장학제도, 연구년제도 등등 중국 대학 가운데서 가장 새로운 제도를 제창해 앞서 나갔다.

그는 학자를 대단히 존경했는데, 교수가 전화로 면회 요청을 하면 “옛날부터 정상적으로 하면 벼슬하는 사람이 학자를 찾아가 절을 해야지(官拜學者), 학자가 벼슬하는 사람 찾아가 절을 하면 안 됩니다(學者不拜官).”라고 하며, 자신이 교수를 찾아가 의견을 청취했다.

지금 중국 학계에서 이름난 역중천(易中天 : 이중톈) 교수가 무한대학 대학원 출신이다. 졸업할 때 성적이 워낙 출중해 전 교수들이 교수로 채용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당시 중국의 법 규정은 대학을 졸업하면 반드시 그 주소지에서 근무하도록 돼 있었다. 너무 아까워 학과회의를 개최해 교장에게 건의하기로 결의하고 학과장이 교장에게 면담 요청을 하니, 유 교장은 자기의 소신대로 학과장실로 찾아왔다.

사정을 듣더니 “대학의 생명은 좋은 교수에 있는데, 좋은 학자를 놓치지 말아야지요. 노력하겠습니다.” 했다. 당시 교장의 힘으로 학생의 배치를 바꿀 권한이 없었다.

곧장 북경으로 가서 교육부장(우리나라 교육부 장관)을 면담해 설명했다. 교육부장이 신강(新疆) 자치주 당 서기에게 전화해서 양해를 받은 끝에 역중천이 무한대학에 남을 수 있었다.

과연 역중천은 대학자가 되어 오늘날 중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고, 우리나라에도 그의 저서 몇 종이 번역되어 나와 있다. 120권이나 되는 ‘역중천중국사(易中天中國史)’의 집필을 거의 다 마쳤다.

유 교장이 무한대학을 잘 운영해 나가니, 중앙에서는 무한시장에 임명하려고 했다.

무한시는 대도시로, 그 시장은 중앙정부의 장관 못지않은 자리였다. 유 교장은 “나는 학교 경영의 전문가일 뿐.” 하고는 일언지하에 사양했다.

요즈음 총장들 대부분이 교수 출신인데, 총장이 되고 나면 완전히 관료가 되어 교수들에게 군림하는 경우가 많다. 남의 나라 대학 총장이지만 본받을 점이 많아 소개한다.

*官 : 벼슬 관. *拜 : 절할 배.

*學 : 배울 학. *者 : 놈 자.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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