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행주대첩 승부 가른 리더의 위대한 결단과 자만심

이기봉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2025. 11. 18.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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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년(1593년) 2월에는 휘하의 정예병 4000명을 나눠 전라 병사 선거이에게 주어 그로 하여금 금주산(衿州山)에 군영을 만들어 멀리서 성원을 하게 하고 공(권율)은 스스로 정예병 2300명을 거느리고 양천강(陽川江)을 건너 고양의 행주산성으로 나아가 진을 쳤으니 그것은 서쪽의 길을 누르면서 서울을 엿보려는 뜻에서였다.'

먼저 남하하는 명나라군 때문에 왜군이 장기 포위전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는 단기전에 높은 방어력을 가진 행주산성을 방어 거점으로 삼은 권율 장군의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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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계사년(1593년) 2월에는 휘하의 정예병 4000명을 나눠 전라 병사 선거이에게 주어 그로 하여금 금주산(衿州山)에 군영을 만들어 멀리서 성원을 하게 하고 공(권율)은 스스로 정예병 2300명을 거느리고 양천강(陽川江)을 건너 고양의 행주산성으로 나아가 진을 쳤으니 그것은 서쪽의 길을 누르면서 서울을 엿보려는 뜻에서였다.'

권율 장군의 사위인 백사 이항복의 저술 백사집(白沙集)에 기록된 내용인데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결단 2가지가 담겼다. 휘하 6300명의 군대는 그 전체로도 서울 주둔 왜군 6만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함에도 둘로 나눠 주둔시킨 것이 첫 번째 미스터리다. 전라 병사 선거이가 주둔한 금주산은 서울 금천구의 호암산성을 가리킨다. 호암산성은 고대 시흥 고을의, 행주산성은 고대 행주 고을의 통치성으로 각각 둘레 1230m와 약 1000m의 테뫼식 중형 산성이다. 둘 다 중소형 단기전의 방어력을 높이고자 장기전에 필수인 신선한 물이 있는 샘과 골짜기를 두르지 않고 급한 경사를 이용해 축조했다. 그래서 왜군이 장기 포위전을 수행했다면 지키기 어려운 곳을 택해 주둔지로 삼은 것이 두 번째 미스터리다.

이때 권율 장군은 왜군과 독자적으로 전투를 치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울 주둔 왜군이 남하하는 명나라군에게 전투력을 집중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압박하는 형세를 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서 휘하 병력을 둘로 나눠 하나는 서울 남쪽에, 하나는 서쪽에 주둔시켜 왜군이 협공당한다는 압박감을 최대한 높이고자 했다. 그리고는 남하하는 명나라군의 존재 때문에 왜군이 장기 포위전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 단기전에 높은 방어력을 가진 호암산성과 행주산성을 택해 주둔지로 삼았다.

그런데 서울의 남쪽과 서쪽에는 단기전에 높은 방어력을 가진 고대의 통치성으로 호암산성과 행주산성 이외에도 안산의 군자산성, 인천의 문학산성, 부평의 계양산성, 김포의 북성산고성, 양천의 성산고성, 고양의 고봉산성, 교하의 오두산성 등 많았다. 권율 장군은 이렇게 많은 고대의 통치성 중 왜 하필 호암산성과 행주산성을 택해 주둔지로 삼은 것일까. 정답은 서울에서 남쪽과 서쪽으로 가장 가까워 심리적으로 왜군을 최대로 압박할 수 있는 고대의 통치성이 두 산성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택은 위대한 용기 이외에 다른 표현을 찾을 수 없다.

그런데 행주산성에 주둔한 조선군에게 설마 하던 일이 벌어졌다. 왜군이 3만의 대군을 동원해 장기 포위전이 아니라 하루의 대규모 단기전을 감행해왔다. 악전고투였지만 결과는 조선군의 대승이었다. 일치단결한 전투수행, 천자총통 등의 우수한 무기 등 여러 대승 요인을 무시할 수 없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따로 있었다. 먼저 남하하는 명나라군 때문에 왜군이 장기 포위전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는 단기전에 높은 방어력을 가진 행주산성을 방어 거점으로 삼은 권율 장군의 결단이다. 그다음은 조선군이 단기전에 높은 방어력을 가진 곳에 주둔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하루의 대규모 단기전을 감행해온 왜군의 자만심이다. 왜군의 이 자만심은 아이러니하게도 자만으로 가득 차서 왜군을 무시하며 전투에 임한 명나라군을 벽제관 전투에서 대패시킨 데서 왔다.

국가든 조직이든 리더의 결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면밀한 형세파악에 근거한 리더의 위대한 결단은 국가와 조직을 성공으로, 자만심은 실패로 이끈다. 행주산성은 전투 당일의 치열함만 담은 곳이 아니다. 단기전에 강한 행주산성을 주둔지로 택한 권율 장군의 위대한 결단과 명군을 대파한 경험에 취해 무모한 대규모 단기전을 감행한 왜군의 자만심을 모두 담고 있는 소중한 역사유적이다. 리더가 어려운 결단을 해야 할 때, 혹시 자만심에 취해 있지 않나 되돌아보고 싶을 때 행주산성을 다녀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기봉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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