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도 블루타이드? 강경 보수 집권 유력
내일 대선, 정권 교체 가능성 커져
아르헨 등엔 이미 보수 정부 들어서

16일 대선을 치르는 칠레에서 보수 진영의 집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중남미에서 경제난과 범죄 대처에 미흡한 좌파 정권에 대한 실망이 보수파 집권으로 이어지는 ‘블루 타이드(blue tide)’ 흐름에 또 하나의 나라가 추가되는 것이다.
이번 칠레 대선에선 집권 좌파 연합 후보인 히아네트 하라(51) 후보와 강경 보수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 공화당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는 카스트는 중견 의원 경력의 공화당 설립자로 이번이 세 번째 대선 도전이다. 칠레공산당 소속인 하라는 현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의 노동장관을 지낸 급진 좌파 인물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은 불법 이민과 범죄 문제다. 칠레는 우루과이와 함께 남미에서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된 국가로 평가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민자가 누적되며 사회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칠레 내 외국인 거주자는 전체 인구(약 1850만명)의 약 10%로, 2018년의 두 배로 늘었다. 이 중 상당수가 니콜라스 마두로 좌파 독재 정권 아래 경제가 초토화된 베네수엘라에서 넘어왔다. 이민자가 늘면서 강력 범죄도 급증했다. 살인율은 2015년 인구 10만명당 2.32건에서 지난해 6.0건으로 두 배 이상 뛰었고, 납치 사건도 지난해 사상 최고치(868건)를 기록했다. 로이터는 “대낮 총격전이나 청부살인 등 칠레에서는 드물었던 범죄 유형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칠레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강력한 반이민·치안 강화 공약을 내세운 우파 후보들의 지지세가 높아지고 있다. 카스트는 칠레 북부의 광활한 국경 지대 수백㎞에 걸쳐 참호와 높이 5m 장벽을 세우는 ‘국경 방패’ 구상을 앞세워 표심을 모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경 장벽’을 따라한 것이다. 또 그는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정권의 대규모 갱단 소탕 작전을 본떠, 경찰력을 대폭 늘리고 형량을 강화하는 등 조직범죄에 초강력 대응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카스트의 당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카스트의 지지율은 21%로 하라보다 5%p 낮다. 하지만, 현재 중도우파 에블린 마테이(72) 후보, 강경 우파 요하네스 카이세르(49)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14% 안팎으로, 우파 진영이 과반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카스트와 하라가 결선 투표(12월 14일)에 오르면 카스트로 표가 결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칠레 대선에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한 후보가 없으면 1·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
이번 칠레 대선은 향후 남미 정치 지형을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근 볼리비아·아르헨티나·에콰도르·파라과이 등에서 잇따라 중도우파 정권이 등장한 데 이어 칠레까지 우파로 정권이 교체될 경우, 한때 남미 전역을 휩쓸었던 ‘핑크 타이드(좌파 연쇄 집권)’ 현상이 사실상 막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상섭 국립외교원 교수는 “치안과 경제를 둘러싼 현안이 현 보리치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남미에서 핑크 타이드가 퇴조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