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장 초입에 ‘스키드마크’… 사고 연관성 주목
전문가 “급가속 때 생길 수 있어”
경찰은 “페달 오조작 가능성 커”
부천 = 박성훈 기자
“여기 혼비백산해서 뛰어가는 사람들 보세요. 피할 새도 없이 트럭이 지나가잖아요.”
지난 13일 트럭 돌진으로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만난 상인은 사고 당시 CCTV 화면을 찍은 영상을 휴대전화로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영상에는 이날 오전 10시 54분쯤 파란색 트럭이 빠른 속도로 돌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속도가 한 시속 100㎞는 돼 보인다”며 혀를 내둘렀다.
시장 골목 초입에서 급가속한 차량은 약 150m를 빠른 속도로 전진한 뒤 속옷 가게 앞의 철제 기둥을 들이받고 나서야 멈췄다. 트럭이 멈춘 가게는 유리창이 모두 부서지고 바닥에 옷가지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차량이 지나간 자리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게 구겨진 튀김기, 유리 조각, 차량 파편 등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문화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인명 사고를 낸 운전자 A(67) 씨는 이 시장에서 20여 년 동안 수산물을 팔아온 상인이다. 그의 가게는 시장 입구에서 약 10m 정도 들어간 초입에 있다. 한 인근 상인은 “A 씨는 통상 가게 앞까지 트럭을 몰고 들어와 물건을 내리고, 다시 후진을 해서 시장을 나온 뒤 외부 주차장에 차를 대곤 했다”며 “매일같이 하던 습관대로 하지 않고 돌연 시장통로 안으로 돌진한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A 씨의 가게와 가까운 곳 바닥에는 두 줄로 진한 바퀴 자국이 남아 있었다. 급가속 당시 발생한 스키드마크일 가능성이 크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스키드마크는 타이어가 제자리에서 헛돌면 마찰열로 고무가 녹으면서 생긴다”며 “무게 있는 차가 급가속을 낼 때 얼마든지 스키드마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를 조사 중인 부천오정경찰서는 급가속 이유가 페달 오조작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CCTV를 확인한 결과 사고 당시 트럭의 제동 등화가 꺼져 있는 점 등에 미뤄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국립과학기술연구원에 A 씨의 트럭에 내장된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다.
당초 20명으로 알려진 사고 피해자는 21명으로 조정됐다. 사고 당시 귀가했던 60대 여성이 등에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 치료 사실을 알려온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사상자 수는 사망 2명·중상 9명(의식장애 3명)·경상 1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대부분 시장을 지나던 행인이나 장 보러 온 사람으로, 사망자는 70대 여성과 60대 중국 국적 여성이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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