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B형간염, 간수치 정상이어도 바이러스 많으면 치료 필요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간수치(ALT)가 정상 범위이거나 뚜렷한 상승이 없는 만성 B형간염 환자라도, 혈액 속에 B형간염 바이러스가 많이 남아 있다면 조기 항바이러스 치료로 간암 등 주요 임상사건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국내 다기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영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과 대만 22개 의료기관에서 간수치가 정상 또는 경미 상승 수준이지만 바이러스 양이 높은 비간경변성 만성 B형간염 환자 734명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조기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경과 관찰만 한 환자에 비해 간암·사망·간부전 등 주요 임상사건 발생 위험이 약 79% 낮았다. 비용-효과성 평가에서도 조기 치료는 초기 약제비 부담과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간암·간부전 등 고비용 합병증을 줄여 경제적 이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성 B형간염은 30~50대 생산활동 인구에서 특히 유병률이 높아, 간암으로 진행할 경우 막대한 의료비 부담과 조기 사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매우 큰 질환이다. 그럼에도 국내 환자 가운데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는 비율은 약 21%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현행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ALT(간수치) 상승 여부에 지나치게 의존해,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충분히 포함하지 못하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ALT 수치 상승 여부와 관계없이, 혈액 속 B형간염 바이러스가 많이 남아 있는 환자에서도 항바이러스 치료가 뚜렷한 효과를 보인 점에 있다. 이에 따라 진료 현장에서는 기존의 ALT 중심 판단에서 벗어나, 최신 근거에 기반해 바이러스 역가를 치료 결정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현행 건강보험 급여 기준도 이른바 '치료 회색지대(grey zone)'를 해소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번 결과는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화연구사업단(PACEN)이 지원한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항바이러스제 사용 최적화와 합리적 급여정책 마련을 위한 근거 생성' 연구를 기반으로 하며, PACEN의 임상적 가치평가(Appraisal) 과정을 거쳐 도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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