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안 덮친 103만명분 마약…제조지·유입경로 여전히 미궁

'차(茶) 봉지 마약'을 찾기 위한 해안가 집중 수색이 진행된 이후에도 2건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관계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제주에 이어 포항과 일본 대마도에서도 동일한 형태의 차 봉지가 잇따라 발견되자, 해경은 마약이 해류를 타고 제주로 유입됐을 경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13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제주시 우도면 연평리 삼양동 일대 해안에서 지난 12일 오후 2시께와 3시께 각각 약 1㎏의 마약 의심 물질이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초록색 차 봉지가 발견됐다.
위 건도 케타민으로 확인된다면 9월29일 첫 발견 이후 제주에서 확인된 차 봉지 마약은 모두 12건, 총 31㎏이 된다. 1회 투여량(0.03g) 기준으로는 제주 인구를 뛰어넘는 약 103만 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규모다.

수사당국은 발견 지점을 토대로 마약이 타이완 동쪽 태평양에서 일본을 거쳐 북태평양 해류로 이어지는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유입됐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제주해경청 김주영 수사과장은 "포장 형태가 과거 동남아에서 단속된 케타민 포장과 매우 유사하다"며 "2022년 아세안 마약관리보고서에도 중국산 차 브랜드를 활용한 케타민 포장 사례가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4월 캄보디아에서도 동일한 디자인의 봉지가 적발된 사실도 확인됐다.
수사 범위는 국내외로 크게 확대됐다. 해경은 미국,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캄보디아, 필리핀, 태국, 호주, 인터폴 등 10여 개 기관에 샘플을 보내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현재까지 공식적인 회신을 보낸 나라는 일본뿐이다.
그러나 수사에는 한계가 많다. 마약이 언제, 어떤 경로로, 얼마나 많은 양이 바다에 유실됐는지 특정할 수 없고, 해상에서 무작위로 선박을 검문·검색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확보된 단서도 제한적이다. 제주에서 처음 발견된 봉지에서는 털 한 가닥이 나왔지만, 모근이 없어 DNA 분석이 불가능했다. 봉지마다 해수·빗물 등 내부에 들어 있던 물의 성질도 달라 유입 시점과 이동 경로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주영 수사과장은 "포장 색상이 다르면 제조 조직도 다를 가능성이 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해 제조지·배합 방식·조직 특징 등을 확인 중이다. 감식에는 약 두 달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31일 종료 예정이던 바다환경지킴이 활동은 제주도가 내년 2월까지 연장했다. 겨울철 북서풍이 강하게 불면 북부 해안으로 해양 쓰레기와 부유물이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해 해경은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해경은 오는 17일 민·관·군 합동 수색을 다시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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