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20대 수상자 배출 뜻깊은 올해…“힘들게 걸어온 문학의 길 큰 보상”
연구 부문 수상자 명수현 씨가 자기소개를 한 순간, 다른 두 수상자가 손뼉 치며 환호했다. 문학연구자인 명 씨가 “1997년생”이라고 말한 덕분이다. 올해 28세. 최계락문학상 25년 역사상 첫 20대 수상자다. 1960년대생인 일반문학 부문 수상자 손음 시인과 아동문학 부문 수상자 김현숙 동시인은 옹골찬 20대 문학 후배의 등장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지난 9일 제25회 최계락문학상 수상자 3인이 국제신문 회의실에 함께 자리했다. 수상자 인터뷰는 수상의 기쁨, 문학에 관한 생각, 맑고 높은 시인 최계락에 관한 정담에 최연소 수상자 탄생 축하가 어우러져 화기애애했다. 최계락문학상은 ㈔최계락문학상재단과 국제신문이 공동으로 제정해 해마다 시행한다. 올해 시상식은 오는 18일 오후 6시 국제신문 4층 소강당에서 열린다.
▮일반문학 부문 손음 시인

손음 시인은 세 번째 시집 ‘고독한 건물’(같이가는기분 펴냄)로 올해 최계락문학상 일반문학 부문 상을 받았다. 지난 3월 나온 이 시집은 주목받았다. 깊고 어두운 색조인 듯하면서도 생기 있고, 피할 길 없는 고독감 속에서도 묘한 밝음을 잃지 않는 시 세계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은 그가 부산 시단에서 꿋꿋하게 펼치는 독특하고 값진 문학 활동과 이어져 있다.
“저 혼자 힘으로 웹진 문예지 ‘같이 가는 기분’을 창간해 5년째 운영합니다. 여러 어려움은 있었지만, 5년간 누적 조회 수가 10만이 넘었고 전국권 웹진으로 성장했죠. 서울에서 열린 문학 행사에 갔을 때 주최 측이 활성화된 시 전문 웹진 세 곳 가운데 하나로 ‘같이 가는 기분’을 꼽기에 보람도 느꼈어요.”
2022년에는 부산 영도구 청학동에 작은 문학공간이며 독특한 예약제 카페인 ‘영도일보’를 열고 ‘천 권의 시집 스테이’를 비롯한 문학 행사를 이어간다. 영도일보 또한 자력으로 꾸린다. 지역문학이 조금이라도 더 지역에 스며들기를, 시가 독자의 삶 속에서 좀 더 많이 ‘사용’되기를, 지금은 작은 존재여도 미래가 있는 젊은 시인이 조금 더 기회를 가지길 바라며 펼치는 시인의 문화운동이다.
“그런 활동에 비용이 필요하니 해운대 신도시에서 17년째 입시교육을 한다”는 손 시인은 “최계락문학상 수상 통보를 받은 순간에도 수업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때로 외롭고 고생스럽게, 견뎌가며 여기까지 왔는데 제 시집을 소중하게 받아들여 주었다는 생각에 뭐라 말할 수 없이 감동이 컸다. 수업 마치고 부산항대교를 건너오는데 산동네 불빛이 환했다”고 그는 떠올렸다.
손 시인은 경남 고성 출신으로 마산여상 다니던 시절 책을 많이 읽었고 펜을 쥔 손가락에 혹이 생길 만큼 열심히 문학 작품을 필사하며 문학의 길에 들었다. 199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와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부산 시단의 중진이다. 그는 최계락 시인과 최계락문학상을 떠올리면 ‘순결한 문학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아동문학 부문 김현숙 동시인

김현숙 동시인은 세 번째 동시집 ‘콩나물 학교’(열린어린이 펴냄)로 2025년 최계락문학상 아동문학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 동시인은 대구에 살면서 문학 활동을 한다. “화요일(지난 4일) 오후 6시8분에 전화가 왔습니다.” 그는 수상을 알리는 전화가 온 시각까지 말했다. “울컥했습니다.” 벅찬 감정이 감당이 안 된 시간이 지나자 “부족한 내가 이 상을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도 따라왔다”고 했다.
그는 대구에서 부산까지 들고 온 최계락 동시집 ‘꽃씨’를 펼치며 “처음 동시를 배울 때 동시 ‘꽃씨’에서 받은 깊은 인상이 생생하다”고 떠올렸다. “단 6줄로 된 동시에서 아주 작은 존재인 꽃씨를 통해 ‘파아란 잎’ ‘빠알가니 꽃’ ‘노오란 나비떼’를 펼쳐 보이며 우주의 신비, 경이로움까지 나아가니까요.” 김 동시인은 “올해 초등학생이 된 손자가 동요 ‘꽃씨’를 불러준 일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학창 시절 성실하게 일기를 쓰는 소녀였다. 그랬더니 백일장 나가 보라, 문예반에 들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막상 그런 활동을 해보니 잘 안되더군요.” 그래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결혼하고 주부로 살면서 글과 멀어지나 했는데, 아이 업고 길을 가다 본 펼침막에 이끌려 참가한 백일장에서 장원을 한 게 계기가 돼 1년 과정 아동문학교실에 들어갔다. 그 시절 회고담이 인상 깊었다.
“지난 1월 별세한 아동문학가 최춘해 선생께서 지도했는데, 그 시절 어찌나 재미가 나던지 서점에 주문한 동시집과 책을 두근두근 기다렸고 동료 수강생들을 만나는 기쁨이 정말 컸습니다. 우리는 ‘동시의 연인’이 되었어요.” 그는 지금도 책을 직접 사서 읽는 걸 좋아한다. “제 동시가 손음 시인이 발행하는 웹진 ‘같이 가는 기분’에 실린 적이 있습니다. 손 시인의 시집 ‘고독한 건물’도 주문해 두었죠.”
즐겁고 재미있게 배우니 어찌 성장하지 않겠는가. 그는 2005년 ‘아동문예’로 등단했고, 푸른문학상·눈높이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연구 부문 명수현 문학연구자

현재 부산대 국어교육과 강사로 활동하는 문학연구자 명수현 씨는 논문 ‘1960년대 부산 아동문단의 형성과 전개-‘소년국제’와 ‘소년부일’ 수록 동시를 중심으로’로 제25회 최계락문학상 연구 부문 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1997년 부산 출생 28세인 그는 최계락문학상 역사에서 최초 20대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연히 최연소다.
시작은 부산국제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고교 때 김수영 기형도 보들레르 등의 시에 빠졌습니다. 문학을 좋아했어요.” 2016년 부산대 국어교육과에 진학했고 2020년 같은 학과 대학원에 들어갔으며 2022년 논문 ‘정진업 시문학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정진업(1916~1983)은 경남 김해 출신으로 ‘부산일보’ 문화부장 등으로 활동하며 시를 쓴 부산·경남 문인이다.
여기서 학자로서 그의 관심사가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문학사를 포함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젊은 문학 연구가 가운데 지역문학사를 파고드는 학자는 적은 편”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렇다 보니, 한자리에서 인터뷰하던 선배 문인 김현숙 동시인과 손음 시인은 그의 수상을 더 크게 반겼다.
“제 논문이 최계락 선생의 문학에만 집중한 연구 결과는 아니고, 선생께서 활발히 활동한 시기 부산 아동문학을 폭넓게 다룬 것이다 보니 수상 통보를 받고 기쁘면서도 왠지 죄송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는 “1960년대 국제신문이 발행한 ‘소년국제’’, 부산일보가 펴낸 ‘소년부산’을 연구하면서 그 시기 국제신문에서 언론인으로 일하며 가장 유명했고 성취도 컸던 최계락 선생을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1950~1960년대 문학인이자 언론인으로서 최계락 선생의 활동은 압도적·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다각도로 공부하고 연구할 내용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일반문학 부문- 손음 시인
최계락문학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되어 진심으로 기쁩니다. 제 시의 미세한 떨림을 읽어주시고, 그 가능성을 믿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함께 시의 길을 묵묵히 걸어준 선배·동료 시인들께도 따뜻한 마음을 전합니다. 최계락 시인의 언어는 오래 울리는 숨결과도 같습니다. 저 역시 그 고요한 정신을 잊지 않고, 삶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한 줄의 빛이 닿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를 써왔습니다. 저의 시가 독자 한 사람에게라도 숨이 트이는 순간을 건네길 바랍니다.
▶약력=1964년 경남 고성 출생. 199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와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칸나의 저녁’ ‘누가 밤의 머릿결을 빗질하고 있나’ ‘고독한 건물’. 연구서 ‘전봉건 시의 미의식 연구’. 현재 웹진 문예지 ‘같이 가는 기분’ 발행인.
◇ 연구 부문- 명수현 문학연구자
문학을 공부하면서 내가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부산의 문학을 깊이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망은 소명이 됐습니다. 부산경남 작가 정진업 문학 연구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망각과 망실 사이 어디쯤 부유하던 부산문학사의 기억과 흔적을 조금씩 짚어 나가는 일은 경이였습니다. 높이 솟아있던 웅장한 봉우리를 여럿 만났습니다. 최계락 선생님도 그 봉우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 무엇보다, 책더미에 파묻혀 살겠다는 다소 철없는 꿈을 기도로 응원해 주시는 어머니와 가족 모두에게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약력=1997년 부산 출생.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 강사. ‘정진업 시문학 연구’ ‘한국전쟁기 피란문단의 형성과 시조 매체의 탄생’ ‘대상으로서의 어린이, 방법으로서의 음악’ 등의 논문 발표.
◇ 아동문학 부문- 김현숙 동시인
꿈결인가 했습니다. 무척 영광스럽습니다. 동시는 제게 다정한 오랜 친구입니다. 짧은 몇 줄인데도 눈물이 나고, 삶을 성찰하게도 하고, 상상력발전소를 세우게도 하고, 위로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동시를 쓰면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작은 꽃씨 하나에서 우주의 신비를 발견하신 최계락 선생님의 밝은 눈을 닮고 싶습니다. 최계락문학상 수상은 제가 계속 써 나갈 수 있는 긍지가 될 것입니다.
▶약력=1960년 경북 상주 출생. 2005년 ‘아동문예’ 신인상 등단. 동시집 ‘특별한 숙제’ ‘아기 새를 품었으니’ ‘콩나물 학교’. 푸른문학상, 눈높이아동문학상, 김성도문학상 수상. 2013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2019년 아르코(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2023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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